“국제사진대회 우승작, AI가 만들어” 독일 사진작가, 폭로한 뒤 수상 거부
세계적인 사진대회에서 수상한 독일 사진작가가 자신의 출품작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이미지라고 폭로한 뒤 수상을 거부했다.
17일(현지시간) BBC·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최근 ‘2023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의 크리에이티브 부문에서 수상한 독일 작가 보리스 엘다크센은 “AI가 생성한 이미지가 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출품했다”며 수상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출품 이유에 대해 “AI와 관련한 논쟁을 촉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엘다크센은 지난 13일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자신의 출품작이 “명망 있는 국제사진대회에서 우승한 최초의 AI 창작물”이 됐다며 주최 측에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줘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는 주최 측을 향해 “여러분 중 이 작품이 AI에 의해 생성됐다는 것을 눈치채거나 의심한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고 반문하면서 “AI 이미지와 사진은 이런 대회에서 경쟁해선 안 된다. AI는 사진예술이 될 수 없다”며 수상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주최 측에 자신이 받게 될 상금을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열리는 사진축제에 기부해달라고 덧붙였다.
수상작은 두 여성이 등장하는 흑백 이미지로 ‘위기억(僞記憶) : 전기기술자(Pseudomnesia: The Electrician)’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작가에 따르면 이는 그가 지난해부터 작업해온 ‘위기억 : 가짜 추억’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1940년대의 시각적 언어를 사용해 실제로는 촬영되지 않았던 과거의 ‘가짜 기억’을 사진 이미지로 표현한 것이다.
대회를 주관한 세계사진협회(WPO)는 해당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된 사실을 작가에게 통보하자, 그가 작품에 AI를 활용했다는 점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다만 협회는 “크리에이티브 부문은 이미지 제작에 대한 다양한 실험적 접근을 환영한다”며 대회 규정상 해당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데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주최 측은 작가와의 질의 응답 코너를 홈페이지에 별도로 마련하는 등 AI 활용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엘다크센이 ‘수상 거부’를 선언함에 따라 그를 수상자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우리의 노력을 오도하려는 그의 고의적인 시도를 감안할 때 더 이상 의미 있고 건설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9월에도 미국의 한 주립 박람회가 주최한 미술 공모전에서 AI가 생성한 그림이 우승을 차지하며 예술과 창작의 경계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지난 2월에는 호주의 한 사진 전문 매장이 개최한 공모전에서 AI로 제작한 이미지가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당시 우승한 호주의 이미지 제작업체는 개발 중인 AI의 실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공모전에 참여했다고 밝히며 상금을 반환했지만 비판 여론이 일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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