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가둔다고 기후위기 목소리 막지는 못해”
활동가 입 막으려는 기업·정부에 ‘불복종’…벌금 대신 노역 선택해
“생명보다 이윤 우선하는 미얀마 가스전 사업, 기후위기 가속 우려”
녹색당 소속 이상현 활동가는 2021년 10월 포스코 주최로 열린 ‘수소 환원 제철 포럼’에서 동료 활동가 3명과 함께 기습 시위를 벌였다. 포스코의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안이한 기후정책을 비판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됐고, 검찰은 활동가들에게 각 300만원의 벌금을 구형했다.
지난 1월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활동가들에게 각각 검찰 구형보다 적은 100만~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기후위기 심각성을 고려할 때 시위 목적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 활동가는 150만원 벌금형을 받았다.
그러나 이 활동가는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벌금을 내는 대신 ‘노역’을 하는 어려운 길을 택했다. 벌금에 ‘불복종’한다는 취지로 18일부터 15일간 경기 의왕에 있는 서울구치소에서 하루 10만원어치씩 ‘몸으로’ 때운다.
이 활동가가 속한 녹색당은 판결문에 기후위기가 언급된 점, 행동의 목적 정당성이 인정된 점을 들어 재판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이 활동가 역시 ‘승리’에 고무됐지만 판결에서 직접행동 이외에 다른 수단·방법이 없었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은 부분은 납득할 수 없었다. 그는 포스코에 직접 질의, 언론 기고, 시민 캠페인 기획 등 ‘가능한’ 행동들을 해왔다. 국회의원 60여명과 함께 해외 자원 개발사업을 할 때 인권이 침해되지 않는지 조사하는 법 개정안도 추진했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이 활동가는 지난 17일 기자와 통화하며 “기후정의의 원칙 중 하나는 최일선 당사자들이 참여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면서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직접행동이고, 유죄를 인정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포스코가 미얀마에서 하는 가스전 사업이 기후위기를 가속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포스코의 수익이 미얀마 군부에 지원된다는 사실은 기업이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일상’을 지속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 활동가는 “내가 일상을 유지하면서도 기업과 정부를 바꿀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들었다”며 “내 일상을 멈춰 ‘벌금을 통해 활동가의 목소리를 막아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앞으로 15일간은 침묵할 수밖에 없다. 대신 활동가 15명이 매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용산 대통령실 앞 등에서 “시끄럽게”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이 활동가는 “노역이 개인의 희생으로 그치지 않고 ‘불복종’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확산했으면 좋겠다”며 “한 사람을 가둬도 막을 수 없는 목소리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지금도 ‘기후 재판’은 이어지고 있다. 2021년 2월 청년기후긴급행동이 경기 성남 분당 두산타워 앞 상징물에 녹색 스프레이를 뿌린 직접행동에 대해 지난 12일 2심 재판부는 500만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20일에는 서울남부지법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저항하며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를 찾아간 직접행동 활동가들의 선고가 예정돼 있다. 이 활동가는 “직접행동은 선을 넘는 것이 누구인지, 활동가들의 행동이 누구를 해쳤는지 등을 시민들이 질문할 기회가 된다”며 “(나의 행동이) 가덕도 신공항 관련 직접행동에 대한 판결 등 향후 나올 기후 재판 결과에 좋은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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