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을 승리로 이끈 노장 김재호의 단 한 타석 “고참 역할 다한 순간”
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김재호(38·두산)에게 필요한 건 단 한 타석이었다.
김재호는 1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주중 3연전 첫 경기에서 결승타를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견인했다.
김재호는 9회초 2사 만루 상황에서 첫 타석을 맞았다. 송승환과 강승호, 신성현이 각각 볼넷·안타·볼넷으로 출루해 만든 절호의 득점 기회. 베테랑 김재호는 침착했다.
그는 한화의 구원 투수 김범수의 6구째 시속 135㎞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익수 왼쪽으로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9회초까지 이어진 0-0 승부의 균형을 깨는 결정적인 ‘한 방’이 노장 김재호의 손에서 나왔다.
이날 경기는 두 팀 선발 간 ‘명품 투수전’으로 펼쳐졌다.
두산의 토종 에이스 선발 최원준은 이날 칼 같은 제구로 한화 타선을 제압했다. 그는 7이닝 동안 105개의 공을 던져 단 1개의 안타만을 내주며 삼진 7개를 잡아냈다.
팔꿈치 통증으로 지난 주말 LG전에 선발로 등판하지 못하면서 쏟아진 팬들의 우려를 불식하는 투구였다. 그는 심지어 7회 상대 타자 노시환에게 첫 안타를 맞기 전까지 ‘노히트’ 경기를 치렀다. 최원준은 그러나 팀 타선의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해 승리 투수가 되진 못했다.
구속 160㎞의 벽을 허문 한화 선발 문동주는 이날 개인 최다 투구 수인 98개 공을 던져 5.2이닝 2피안타 4볼넷 8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직구 최고 시속은 트랙맨 기준 160㎞에서 1㎞ 모자란 159㎞까지 나왔다.
문동주는 자신의 장기인 평균 시속 153㎞ 속구에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변화구까지 적재적소 활용하며 ‘완숙한’ 투구를 선보였다.
그는 빠른 공으로 두산 타자의 눈을 현혹하며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만든 뒤, 평균 시속 140㎞ 이상의 고속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던져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며 삼진을 쌓았다.
문동주는 반대로 시속 120㎞대 커브를 초구 등에 기습적으로 던져 스트라이크를 적립하고, 빠른 공을 던져 삼진을 끌어내는 전략도 구사했다.
4회 송승환을 상대하며 문동주는 시속 126㎞ 커브로 볼 카운트를 2-1로 유리하게 만든 뒤 곧이어 156㎞ 직구로 직구를 내리꽂아 삼진을 잡기도 했다.
김재호의 적시타에 힘입어 9회초 득점을 뽑은 두산은 9회말 마무리 홍건희를 마운드에 올려 2-0으로 반전 없이 경기를 끝냈다.
결승타의 주인공 김재호는 “고참으로서 역할을 다하는 순간이 언제 올까 생각했는데 그게 오늘이어서 기분이 좋다”면서 “노림수가 잘 통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재호는 같은 유격수 포지션에서 뛰고 있는 후배들도 살뜰히 챙겼다.
그는 “(안)재석이와 (이)유찬이가 경기에 꾸준히 나서고 있는데, 그들에게 경험을 통한 조언을 하고 자신감을 북돋아 주는 것도 내 역할 중 하나”라며 “중요한 주중 첫 경기 승리했는데, 남은 경기도 좋은 결과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전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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