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가 믿음이 되어서는 안 된다[윤지호의 투자, 함께 고민하시죠]

기자 2023. 4. 18. 22: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투자자는 의심과 확신 사이를 오고 간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때 의심이 커지지만 주식 투자에 나서야 하고, 상황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때 확신에 찬 미래를 꿈꾸지만 바로 그때 주식 비중을 줄여야 한다. 아쉽게도 이것을 행하기 쉽지 않다. 맹수를 피하고, 자연재해에 웅크리며 진화해 온 인간의 본성이 이와 다른 선택지로 유도하기 때문이다. 2023년 4월 누구나 다 경기침체를 걱정한다. 장·단기 금리차 역전이 그 전조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미국 연준도 이를 감안해 정책결정에 반영하고 있으며, 현재 컨센서스도 침체의 강약만 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주가가 올라와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경기침체라는 최후의 심판이 내려지면, 주가가 급락할 거란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 곧 경기침체, 그리고 주가 급락’이라는 믿음은 이제 신앙이 되고 있다.

다들 그렇게 확신한다면, 투자자는 오히려 반문해야 한다. 의심 없는 확신은 오답일 확률이 높다. 투자의 세계에 오류가 없는 진리는 있을 수 없다. 투자자는 믿음이 아닌 상황 그 자체에 질문해야 한다. 의심 그 자체를 막기 위한 처절한 믿음을 다룬 소설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있다.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을 말하면 이단으로 처단받고, 이미 정해진 신의 섭리를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믿었던 신앙의 시대가 배경이다. 소설의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다. ‘금단의 지식’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권>에 접근하는 이들이 차례로 죽는다. 소설은 주인공 윌리엄이 신앙이 아닌 논리적 추론으로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 이유가 드러난다. 바로 ‘의혹’이다. 살인자 수도원장 호르헤가 끝까지 지키고자 했던 것은 절대적인 진리였다. 소설의 클라이맥스에서 주인공 윌리엄 수사는 “의혹의 여지가 없는 진리, 그게 바로 악마야!”라고 말한다. 투자의 세계도 다르지 않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 곧 경기침체와 주가 급락’이라는 공식은 진리가 아니다. 지난 장·단기 금리 역전은 주로 대부분 경기와 연동되는 장기 금리가 내려오면서 출현했다. 경기침체의 선행지표로 보는 이유이다. 하지만 이번 장·단기 금리 역전이 장기 금리 하락보다 단기 금리의 가파른 상승에 힘입은 바가 크다. 연준의 정책금리가 너무 급하게 진행되다 보니, 채권 시장의 수급이 무너져 단기 금리가 급등한 것이다. 장기 금리가 아닌 단기 금리 상승이 주된 요인이라면, 해석이 다소 달라질 수도 있다. 장·단기 금리차가 아닌 주식 시장을 놓고 고민해야 한다. 장·단기 금리차 역전이 심각한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면, 주가 급락을 전제한 투자전략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장·단기 금리 역전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는 주가 상승 자체에 질문을 던질 시기이다.

인플레이션 우려는 진정되고 있다. 주가가 일단 바닥을 치고 올라선 이유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취했던 긴축정책이 다시 주가를 끌어당길 수 있다. 주가가 다시 내려갈 거라 우려하는 배경이다. 세상이 잿빛으로 보이는 논리가 선명하고,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공감한다.

하지만 모든 데이터가 한 지점을 향해 갈 때, 뻔한 인과관계는 다들 인지하기에 잘 작동되지 않는다. 2022년 조정장을 이끌었던 채권의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채권과 주식은 ‘빌리는 것’과 ‘투자받는 것’의 차이이다. 동일한 돈이지만 다른 각도에서 파악해야 한다. 돈의 회수 여부에 집중하는 것은 채권의 시각이다. 주식투자자는 기업의 성장 가치를 봐야 한다. 성장의 의미는 변화이다. 안 좋은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주가는 크게 반응한다. 지금이 그러하다.

단기 급등에 따른 속도 조절이 중간중간 출현하더라도 지난해 10월을 반환점으로 돌아선 상승장은 2023년 이어질 것이다. 주가 반등으로 상승을 말해온 이조차 ‘일단 조정’ 내지 ‘재차 하락’으로 투자의견이 제시될 시기이지만, 오히려 이럴 때 ‘상승’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순환론적 사고로 보면 글로벌 유동성은 2022년 10월 저점을 치고 돌아섰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 확산지수도 극단을 지나 올라서기 시작했다.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는 턴어라운드 모멘텀이 작동되는 구간에서 투자자는 우울한 매크로 거대 담론보다 이미 일어난 시장의 변화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 투자가 믿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의심의 벽을 타고 오르는 상승은 이미 시작되었고,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