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치킨 전쟁, BBQ·bhc “우리가 이겼다”는데…
영업비밀침해 따른 손배 청구소송
대법 “BBQ 배상 책임 일부 인정”
배상금 줄인 BBQ도 ‘선방’ 평가
2017년부터 시작된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와 bhc 치킨의 소송 사건 3건이 7년 만에 마무리됐다. 양측이 ‘일진일퇴(한 번 나아가고 한 번 물러남)’하며 소송전은 끝이 났지만 두 회사는 모두 “우리가 이겼다”며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판결로 두 회사의 법정 공방은 일단락됐지만 이외에도 양사 간 10건 이상의 소송 사건이 법원에 계류 중이라 이들의 치킨 전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bhc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로써 지난해 11월 영업비밀침해를 비롯해 상품공급계약, 물류용역계약 등 3건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모두 승소한 bhc는 그동안 BBQ와의 기나긴 법정 다툼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게 됐다”며 “이날 판결로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BBQ 측이 수년간 경쟁사를 죽이기 위해 무리하게 주장해 오던 각종 의혹들이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반면 BBQ는 이번 사건들을 ‘BBQ가 주도권을 쥔 상태로 종결된 7년간의 소송’으로 정의하며 “지난 6년여에 걸친 시간 동안 수차례의 법적 공방을 통해 bhc가 주장했던 내용들이 사실은 실질적 피해구제가 아닌 경쟁사 죽이기라는 악의적 목적을 가지고 손해배상청구를 한 소송이었다는 점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치킨 전쟁은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BQ는 2004년 bhc를 인수했다가 2013년 미국계 사모펀드 로하틴그룹에 매각했다. 이듬해 로하틴은 BBQ가 가맹점 수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회사를 실제 가치보다 더 비싼 값으로 매각했다며 국제상공회의소(ICC)에 중재 신청을 냈다. ICC는 2017년 로하틴의 주장을 받아들여 BBQ에 총 98억여원을 배상하라는 중재판정을 내렸다. 매장 숫자 등 매각계약서에 제시된 정보가 사실과 다를 경우 책임을 지겠다는 진술보증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맹점 부풀리기’ 논란 이후인 2017년 BBQ는 bhc와 맺은 상품공급·물류용역계약을 해지했고 이는 소송전으로 번졌다. BBQ는 bhc가 계약 내 정산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아 신뢰 관계가 깨졌기 때문에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반면 bhc는 BBQ가 로하틴에 100억원가량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자 계약을 해지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이어 2018년에는 BBQ가 박현종 bhc 회장과 bhc 임직원들이 BBQ 내부 전산망에 접속해 경영기밀을 탈취했다며 또다른 소송을 제기했다.
영업비밀침해 사건에서 법원은 bhc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1심부터 항소심과 상고심까지 모두 BBQ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BBQ는 “영업 기밀 침해는 아니어도 해킹과 불법 열람으로 박현종 bhc 회장은 지난해 6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유죄 판결을 받았다”며 “bhc의 영업비밀 취득에 관해 재판부가 ‘BBQ의 자료를 부정하게 취득하고, 부정하게 사용한 것은 맞다고 하면서 피해규모에 대한 상세한 자료검증절차와 객관적인 기준도 없이 판결을 했다’는 것은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상품공급계약과 물류용역계약 관련 소송에서는 배상액을 대폭 줄인 BBQ가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bhc는 상품공급계약 관련 540억원, 물류용역계약 관련 24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금액은 1심에서 상품공급계약과 관련해 290억원, 물류용역계약과 관련해 133억원으로 줄었고 최종적으로 각각 120억원, 85억원으로 확정됐다.
BBQ 측은 “대법원이 손해배상 청구액의 대부분을 기각한 지난 원심판결을 인정한 것은 당초 bhc가 청구한 3000억원의 손해배상액이 얼마나 과다하고 억지스러운 주장이었는지 알 수 있다”며 “bhc의 손해주장이 과장되었음을 재판부에서 인정한 것”이라고 평했다.
bhc 측은 “BBQ가 상품공급계약과 물류용역계약을 일방적으로 부당파기해 BBQ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것과 BBQ가 주장하는 영업비밀 침해 관련 주장이 근거가 없으며 사실관계가 인정되지 않음을 명확하게 한 이번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로 두 회사의 큰 소송은 마무리됐지만 법적 분쟁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2019년 BBQ의 bhc 매각 당시 BBQ 글로벌대표를 맡았던 박현종 bhc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7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 BBQ가 bhc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사건 등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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