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군벌 충돌’ 불똥 튈라…이웃 국가들 불안
반군, 병원·구호단체와 외국 공관까지 무차별 공격
‘이권 노린 러 와그너그룹이 이번 사태 배후’ 추측도
수단에서 군벌 간 충돌이 사흘째 이어지며 병원과 구호단체, 외교 공관까지 무차별 공격의 표적이 됐다. 이웃 국가들로까지 피해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중에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 와그너 그룹이 이번 사태의 배후에 있다는 추측까지 나왔다.
17일(현지시간)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수단 정부군과 신속지원군(RSF)이 교전 중인 수도 하르툼에서 신생아와 중환자가 있는 병원 여러 곳이 공격을 받았다. 수단의사중앙위원회는 “다른 도시의 병원들 역시 의료진, 음식, 물, 의약품 없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전체 의료 시스템이 붕괴 직전에 있다”고 밝혔다. 정부군 본부와 인접한 알모알렘 병원은 RSF 대원들에 둘러싸여 포화의 중심에 놓였다. 이 병원에서 대피한 한 의사는 “그들이 의도적으로 병원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CNN은 의료진의 말을 인용해 이날 공격으로 병원에 있던 6세 아동 1명이 숨지고 아동 2명이 다쳤으며, 산부인과 병동 외벽이 무너졌다고 전했다.
구호단체를 향한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다르푸르 지역에서 의료물품과 냉장고, 노트북, 자동차 등을 약탈당했다고 밝혔다. 유엔은 무장괴한들이 유니세프, 세계식량계획 등의 구호물자 보관 창고를 약탈하고 불태웠다고 밝혔다.
이날 수단 주재 유럽연합(EU) 대사관저와 미국 외교 차량도 공격을 받았다. 괴한의 옷차림 등으로 볼 때 두 사건 모두 RSF 대원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수단에선 지난 15일 새벽부터 정부군과 RSF 간 무력 충돌이 전개되고 있다. 정부군을 이끄는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과 RSF 사령관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장군은 한때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을 몰아낸 동지였으나, RSF를 정부군에 통합하는 문제 등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이번 대립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주변국으로까지 불안정한 정세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수단에 대한 영향력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미국, 수단의 다른 파벌을 지원하는 역내 패권 국가들 간 경쟁이 작동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선 이집트의 움직임에 시선이 쏠린다. NYT에 따르면, 이집트는 2019년 알바시르 대통령이 물러난 이후 수단에서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는 것을 경계해 왔다. 독재가 자신의 이웃 국가들을 안정시킬 최선의 방책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집트는 그동안 정부군 부르한 장군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또 다른 국가는 러시아다. 러시아는 수단이 끼고 있는 홍해에 해군기지 건설을 모색해왔다. 또한 러시아 와그너 그룹은 몇 년 전부터 금을 확보하기 위해 수단에 진출했다. 특히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이후 그룹 운영에 자금을 대기 위해 수단-두바이-러시아로 이어지는 금 밀수 통로를 활용하고 있다고 알자지라통신은 전했다. 와그너 그룹은 수단 다르푸르에서 금광을 개발하고 있다. 와그너 그룹이 이번 사태의 배후에 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아쇽 스웨인 스웨덴 웁살라대 교수는 “수단 내에서의 막대한 사업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와그너 그룹은 수단의 권력을 누가 잡느냐를 둘러싼 이번 싸움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와그너 그룹은 최근 RSF 다갈로 장군과 밀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태가 장기화하면 이 지역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반군에 이익이 되리란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수단 정보기관 출신 한 선임연구원은 아랍연맹이 리비아, 시리아, 예멘 분쟁을 거치며 쪼개져 있는 탓에 수단에서도 효과적인 중재 역할을 맡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수단, 차드, 에티오피아 등 주변국은 자국이 입을 피해를 걱정하고 있다. 이미 남수단의 유조선은 수단 항구를 이용하지 못해 석유 수출에 지장을 빚고 있으며, 수단과 국경을 길게 맞대고 있는 차드는 분쟁에 연루될 것을 우려해 국경을 폐쇄했다.
로이터는 “정부군은 공군력을 비롯해 우월한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RSF 역시 약 10만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어 장기전으로 번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볼케르 페르테스 유엔 수단 특사는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사망자 185명 이상, 부상자 1800명 이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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