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학교야, 축제장이야
관악·현악·국악 3개 예술단체…학교 방문해 직접 연주
고 노옥희 교육감 공약으로 지역 학교 42% 신청 ‘인기’
“와~ 앙코르, 앙코르~.”
관악 예술단 ‘갓블라스유’가 17일 오전 울산 북구 명촌초등학교 시청각실에서 색소폰·트럼펫·트롬본·호른·튜바·드럼 등으로 관악6중주를 펼치자 2학년생 180여명이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예술단은 영화 <어벤져스> OST와 아이돌그룹 엔시티드림의 ‘캔디’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와 클래식 음악을 약 10초씩 짧은 메들리로 재구성한 연주곡을 선보였다.
아이들은 한 곡씩 연주가 끝날 때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신나는 음악이 연주될 때는 자리에서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했다. 체험수업이 아니라 마치 축제장 같았다.
민경훈군(9)은 “이번 공연에서 평소 잘 모르는 악기를 알게 돼 좋았다”고 말했다. 박하은양은 “야외에서 관악 연주하는 걸 본 적이 있지만 실내에서 감상하니까 색다른 느낌이었다”고 했다. 공연은 당초 초등학교 1교시 수업시간에 맞춰 이날 오전 10시40분부터 11시20분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아이들이 아쉬워하면서 8분여간 더 이어졌다.
이성규 갓블라스유 대표(39)는 “아이들이 관악에 흥미를 느끼도록 최대한 쉽고 흥겨운 노래를 골랐다”면서 “학교에서 싹틔운 예술감수성을 어른이 될 때까지 이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학교 강동성 교사(43)는 “학교 음악시간에는 관악을 감상할 기회가 거의 없다”면서 “전문 예술단 공연이 아이들에게 큰 선물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지역 예술단체가 직접 학교를 방문해 공연하는 ‘우리 아이 예술놀이터’가 학생과 교사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예술놀이터는 제8~9대 울산시교육감을 지낸 고 노옥희 교육감의 공약사업이다. 노 전 교육감은 2020년부터 학생들의 예술감수성을 키우고 다양한 지역연계 예술체험을 지원하기 위해 ‘학교로 찾아가는 예술공연’을 기획·추진했다. 공연은 국악·현악·성악·퓨전공연 등 학교별 희망에 따라 진행된다. 체육관·강당·시청각실 등에서 학교 규모에 따라 학생 150~500여명이 관람한다.
예술놀이터는 사업 초기만 해도 공연 신청 학교가 40여곳에 그쳤다. 하지만 학생과 교사들 호응이 커지면서 지난해에는 공연 신청 학교가 80곳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총 103곳이 신청했다. 이는 울산지역 전체 초·중·고교와 특수학교 248곳 중 42%에 이르는 수치다.
공연 횟수도 늘어났다. 울산시교육청은 2020년 30회에 불과했던 공연 횟수를 2021년 40회로 확대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는 50회로 더 늘렸다.
교육청은 올해 공연단체로 신청한 9개 예술단체 중 관악·현악·국악 분야별로 각각 ‘갓블라스유’ ‘루체앙상블’ ‘울산국악협회’ 등 3개 단체를 선정했다. 연주자들은 공연을 전후해 연주곡과 각종 악기에 대해 설명하거나 모형악기를 활용해 아이들이 직접 연주해 볼 수 있도록 한다.
제진한 울산시교육청 체육예술장학사는 “학교가 별도 경비를 들여 공연을 기획하고 학생을 공연장으로 수송해야 하는 부담 없이 학교 일부 공간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수준 높은 예술공연을 체험할 수 있다”면서 “예술단체도 공연 기회가 늘어나 톡톡한 상생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시교육청은 내년부터 공연을 매년 5회씩 확대해 2026년 6월까지 연간 65회로 늘릴 계획이다.
글·사진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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