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가 되는 일에만 손잡는 여야의 ‘선택적 협치’ [광화문에서/한상준]
한상준 정치부 차장 2023. 4. 18.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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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부터 시작된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구구절절한 반성문을 읽었다.
"어느 정당 할 것 없이 자신들 지지세력만 듣기 좋아하는 주제로 경쟁에 몰두한다."(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 "지금의 정치는 지속 불가능한 정치다. 막장까지 온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데 모두가 공감한다."(국민의힘 조해진 의원) 극우 진영과 헤어지지 못하는 국민의힘, 이른바 '개혁의 딸(개딸)'이라고 불리는 강성 지지층을 두고 어찌할 줄을 모르는 민주당의 상황을 의원들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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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부터 시작된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구구절절한 반성문을 읽었다.
“어느 정당 할 것 없이 자신들 지지세력만 듣기 좋아하는 주제로 경쟁에 몰두한다.”(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
“지금의 정치는 지속 불가능한 정치다. 막장까지 온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데 모두가 공감한다.”(국민의힘 조해진 의원)
극우 진영과 헤어지지 못하는 국민의힘, 이른바 ‘개혁의 딸(개딸)’이라고 불리는 강성 지지층을 두고 어찌할 줄을 모르는 민주당의 상황을 의원들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20년 만에 전원위가 열린 건 이런 상황을 반성하고, 타협과 협치가 가능한 국회를 만들기 위한 선거제도를 찾아보겠다는 취지였다.
반성에서 중요한 건 말이 아닌 행동이다. 그러나 나흘간의 전원위는 말 그대로 100명의 의원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백가쟁명(百家爭鳴)’에 그쳤다. 토론도, 논쟁도, 질문도 없이 개별 의원들이 단상에 나서 자신의 주장을 읊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정신을 더 잘 담을 수 있는 선거제도를 찾아보자는 거창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전원위는 그 어떤 접점도 찾지 못했다.
오히려 현재 300명인 의원정수 축소 여부, 47석의 비례대표 의석수 조정, 소선거구제 및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을 두고 여야는 물론 개별 의원들의 이견만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런 전원위를 두고 기본소득당의 용혜인 의원은 “전원위는 실패했다. 진지한 숙의 과정이 아니라 남는 것 없는 말잔치로 끝나고 있다”고 할 정도였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제도 개편을 두고 미적대는 사이, 정작 여야는 다른 분야에서 놀라울 정도로 합을 척척 맞췄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여야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에 대한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면제 기준을 낮추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예타 조사 기준이 1000억 원으로 상향되면 각 지역의 선심성 사업은 더 쉽게 추진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튿날인 13일에는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특별법과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두 사업의 사업비는 2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손잡고 자신들의 텃밭인 대구·경북, 광주의 숙원 사업을 하루 만에 통과시킨 것. 그동안 여야가 법안 협치를 못 한 게 아니라 안 했다는 걸 스스로 보여준 셈이다.
두 특별법을 하루 만에 처리하는 열정으로 선거제도 개편에 나서면 좋겠지만, 여야는 전혀 그럴 뜻이 없다. 공직선거법상 국회는 선거일 1년 전인 10일까지 내년 4·10총선의 선거구를 획정해야 했다. 이미 획정 시한을 넘겼지만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다급한 기색이 전혀 없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질수록 개편 폭은 줄어들고, 이는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선택적 협치’를 이어가는 여야 의원들에게 4년마다 돌아오는 선거의 규칙 제정을 맡기는 게 맞는지, 유권자들의 의구심은 커져만 간다.
“어느 정당 할 것 없이 자신들 지지세력만 듣기 좋아하는 주제로 경쟁에 몰두한다.”(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
“지금의 정치는 지속 불가능한 정치다. 막장까지 온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데 모두가 공감한다.”(국민의힘 조해진 의원)
극우 진영과 헤어지지 못하는 국민의힘, 이른바 ‘개혁의 딸(개딸)’이라고 불리는 강성 지지층을 두고 어찌할 줄을 모르는 민주당의 상황을 의원들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20년 만에 전원위가 열린 건 이런 상황을 반성하고, 타협과 협치가 가능한 국회를 만들기 위한 선거제도를 찾아보겠다는 취지였다.
반성에서 중요한 건 말이 아닌 행동이다. 그러나 나흘간의 전원위는 말 그대로 100명의 의원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백가쟁명(百家爭鳴)’에 그쳤다. 토론도, 논쟁도, 질문도 없이 개별 의원들이 단상에 나서 자신의 주장을 읊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정신을 더 잘 담을 수 있는 선거제도를 찾아보자는 거창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전원위는 그 어떤 접점도 찾지 못했다.
오히려 현재 300명인 의원정수 축소 여부, 47석의 비례대표 의석수 조정, 소선거구제 및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을 두고 여야는 물론 개별 의원들의 이견만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런 전원위를 두고 기본소득당의 용혜인 의원은 “전원위는 실패했다. 진지한 숙의 과정이 아니라 남는 것 없는 말잔치로 끝나고 있다”고 할 정도였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제도 개편을 두고 미적대는 사이, 정작 여야는 다른 분야에서 놀라울 정도로 합을 척척 맞췄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여야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에 대한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면제 기준을 낮추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예타 조사 기준이 1000억 원으로 상향되면 각 지역의 선심성 사업은 더 쉽게 추진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튿날인 13일에는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특별법과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두 사업의 사업비는 2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손잡고 자신들의 텃밭인 대구·경북, 광주의 숙원 사업을 하루 만에 통과시킨 것. 그동안 여야가 법안 협치를 못 한 게 아니라 안 했다는 걸 스스로 보여준 셈이다.
두 특별법을 하루 만에 처리하는 열정으로 선거제도 개편에 나서면 좋겠지만, 여야는 전혀 그럴 뜻이 없다. 공직선거법상 국회는 선거일 1년 전인 10일까지 내년 4·10총선의 선거구를 획정해야 했다. 이미 획정 시한을 넘겼지만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다급한 기색이 전혀 없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질수록 개편 폭은 줄어들고, 이는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선택적 협치’를 이어가는 여야 의원들에게 4년마다 돌아오는 선거의 규칙 제정을 맡기는 게 맞는지, 유권자들의 의구심은 커져만 간다.
한상준 정치부 차장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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