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사고 내놓고 고작”... 공항 주차대행 맡겼다 생긴 일 [여행 팩트체크]

차량 관련 커뮤니티에 ‘주차대행 사고’를 검색하면 많은 글이 나온다. 주차대행 기사가 난폭운전을 해 사고가 나 차가 파손됐다는 사례, 난폭운전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사례 등과 함께 어떻게 하면 업체로부터 차량 손상에 대한 배상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글을 볼 수 있다.

‘공항에 갈 때는 차량을 가져가지 않는다, 주차대행 업체에 절대 맡기지 않는다, 힘이 들어도 공항까지 조금 더 걷는 것을 선택한다’는 등 주차대행 업체를 이용하지 말자는 의견도 많다. 그러나 대다수 건전한 주차대행 업체의 편리한 서비스를 생각하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선택을 해야할지 갈등이다.

​주차대행 업체 이용 중 발생할 수 있는 상황들의 대처법과 주의하면 좋을 점을 법률사무소 민성의 전민성 변호사와 함께 알아봤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 언스플래쉬

Q. 주차대행 업체 이용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행 업체가 일방적으로 진행한 차량 수리 상태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추가 배상을 요구할 수 있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이뤄지는 모든 약관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겠지만 사실상 긴 약관을 모두 읽어보기는 힘든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후에 분쟁이 발생하면 약관 조항 자체에 대해서도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최근 제주도 여행을 떠나기 위해 김포공항 대리주차 업체에 4만5000원을 내고 BMW 차량을 맡긴 A씨의 사례를 보자. 대리주차업체는 책임보험에도 가입돼있다고 홍보했기 때문에 A씨는 차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해당 업체는 일정을 마치고 온 A씨에게 “기사의 실수로 차단기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해 차량 그릴 등이 손상됐다”면서 “차량 하부 부품은 이미 사설업체를 통해 다른 부품으로 교체했다”고 했다.

​업체 측에서는 당사의 약관에 따라 A씨의 차량을 수리했으니 문제없다는 입장이었다. 업체의 홈페이지에 고지한 약관에는 ‘당사의 책임으로 하는 차량 수리는 반드시 당사에서 지정한 업체에서 수리해야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또 업체 측에서는 내부 규정에 따른 일방적인 보상기준을 적용해 요금의 100배인 450만원만 보상하겠다고 주장했다.

​A씨는 대리주차 업체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대리주차업체의 약관법이 고객에게 불리한 조항으로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며,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한 조항은 무효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업체 측의 손해배상책임이 제한되지 않는다고 봐 수리비 100%와 업체 소속 직원이 고객에게 욕설을 한 행위에 대한 위자료를 포함해 업체 측에서 A씨에게 1600만원을 배상해야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업체 측에서 해당 판결에 대해 항소를 해 A씨는 아직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 픽사베이

Q. 만약 사고가 없었고 과태료 단속에도 걸린 게 없었을 경우엔 난폭 운전만으로 배상을 받기는 어려운가.

주차대행 기사가 과태로 단속에 걸린 것이 아니라면 난폭운전만으로는 배상받기는 어렵다.

하지만 공항에서 주차장을 가는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경유해 드라이브를 한다거나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면 자동차등 불법사용죄 혐의로 형사 고소를 해볼 수는 있겠다. 권리자의 동의 없이 고용한 운전기사가 차량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가족에게 운전하도록 하는 경우 등이 해당한다.

​몇 년 전 한 주차대행 업체에서 직원들이 고객이 맡긴 차를 마음대로 이용해 논란이 됐다. 주차 대행업체 직원인 A씨는 고객의 차를 곧바로 주차장으로 옮겨야 했지만 다른 직원 B씨를 무전기로 불러 차에 태웠다. B씨가 “이 차량을 퇴근용으로 이용하자”고 말하는 내용이 블랙박스에 담겼다.

이들은 고객의 차를 운행해 공항과 중간 집결지, 주차장 간 직원들의 이동용으로 자유롭게 사용했다. 업체에서는 일부 직원의 일탈이라며 재발하지 않도록 교육했고, 아울러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업체 직원들은 자동차 불법사용 혐의로 입건됐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 언스플래쉬

Q. 주차대행 서비스 이용 시 어떤 점들을 유의하면 좋을까.

주차대행을 맡기기 전 차량외관이나 휠, 타이어, 계기판, 총 누적거리 등을 확인해 사진으로 찍어두고 차량을 반납 받을 시 파손 등 차량 상태를 바로 확인해야 한다.

실제로 한 커뮤니티에서는 차를 반납 받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차량에 흠집이 나 있는 것을 발견했고, 블랙박스에도 영상이 남아있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시간이 지난 뒤 차량 파손 부분을 확인했다면 주차대행 업체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다.

주차대행 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면 맡기기 전 차량 상태를 꼼꼼히 확인해 피해를 입었을 때 배상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 픽사베이

결론적으로 주차대행 업체 이용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 업체는 약관에 따라 대응했더라도 해당 조항이 고객에게 불리해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판단될 경우 무효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업체 측에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시간이 지난 뒤 차량 파손을 발견했다면 업체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업체에 맡기기 전 주행거리 등 차량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업체에서 다른 길을 경유해 드라이브를 하는 등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경우에는 자동차등 불법사용죄로 형사 고소를 해볼 수 있다. 주차대행 업체는 이 사실을 명심해 일부 직원이 고객의 고급 차량을 드라이브용으로 몰고 다니는 등의 일탈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