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남성 정치인 아내들 모아 ‘국정 기조 특강’
국민의힘 국회의원·원외 당협위원장의 여성 배우자들이 18일 여의도에서 모였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 특강을 듣고, 친목을 다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들을 “최고의 정예 장수”라고 치켜세웠다. 총선을 1년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 지도부가 배우자들까지 ‘줄 세우기’에 나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의힘 국회의원·원외 당협위원장 배우자 모임’인 ‘동행의힘’은 이날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비공개 워크숍을 열었다. 오찬을 포함해 6시간 동안 행사가 진행됐다. 동행의힘 회원 약 200명 가운데 130여명이 참석했다. 윤재옥 원내대표, 유상범·강민국 수석대변인, 장동혁 원내대변인, 구자근 당대표 비서실장 등 배우자와 박진 외교부·권영세 통일부 장관 배우자 등이 보였다.
‘여성 배우자’만 가입 대상이라 여성 국회의원·당협위원장의 남성 배우자는 초청받지 못했다. ‘정치는 남성이 하고, 여성은 내조한다’는 가부장적 인식이 드러난 셈이다.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총 250~260명 가운데 약 80%(약 200명)가 남성이다. 국민의힘 국회의원 115명 가운데 여성 의원은 21명(18.3%)이다.
김 대표 배우자인 이선애씨(동행의힘 대표)의 개회사로 워크숍이 시작됐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국민의힘이 나아갈 길’이란 주제의 강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막가파 입법 폭주에 집권여당이 민생 입법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과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도 각각 ‘윤석열 정부의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과 세계 8강 외교 전략’과 ‘국가교육과 역사·미래’를 제목으로 특강했다. 이 위원장은 친일과 독재를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은 2015년 역사 국정교과서 발간 당시 편찬심의위원을 지냈다.
배우자 모임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게 여당 내 평가다. 대선 후 모임을 갖고자 했으나 이준석 대표 체제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의 불안정성이 길어지면서 성사되지 못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도 워크숍 참석을 검토했다가 막판에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배우자들을 “같이 모여 고민하면서 해야 될 일을 분담하는 협업체”라고 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은 총선 공천을 앞둬 당 지도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시점에 배우자들까지 ‘집결’시키는 모습이 불편하다며 배우자에게 모임 사실 자체를 전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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