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파문’ 겹겹 변수…정면돌파 딜레마
이재명 사과에도 수습 난제
당 안팎 자체 조사 포기 비판
이 대표 ‘제2 리더십’ 시험대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이재명 대표의 사과를 계기로 전환점을 맞았다. 이 대표가 직접 고개를 숙여 여론을 달랬지만 사태 수습까지 송영길 전 대표 귀국, 돈봉투 연루자 탈당 여부, 체포동의안 표결 등 여러 변수가 남아 있다. 이 대표는 본인 ‘사법 리스크’에 이어 제2의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이 대표의 사과와 검찰 수사 요청에도 당내에서는 지도부 대응에 대한 불만이 나온다. 민주당 의원들은 돈봉투 사건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를 하지 않기로 한 지도부의 결정을 비판했다. 김종민 의원은 18일 BBS 라디오에서 “당의 대응을 보면 윤리 감각이 퇴화했다”며 “당 차원에서 최선을 다해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고 대응해야지, 그냥 ‘검찰이 알아서 해라’ ‘검찰 결론 나면 우리는 거기에 맞게 하겠다’는 자세로 가는 건 안 맞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응에 대한 여론의 평가를 결정할 첫 변수는 송 전 대표다. 당 지도부는 송 전 대표의 거취가 여론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6일 송 전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귀국을 요청했다. 송 전 대표는 오는 22일 체류 중인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귀국 관련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앞서 송 전 대표는 “검찰 조사 결과를 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조기 귀국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당내에서는 송 전 대표의 책임 있는 태도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당의 대표였던 분이고 본인과 관련된 전당대회에서 일어난 문제이기에 들어와서 입장을 밝히는 게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종민 의원은 “송 전 대표가 귀국하지 않고 버티는 것은 당에 큰 부담이 된다”며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국민은) 도피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전 대표가 귀국을 미루면 당 지도부의 추가 대응이 필요할 수도 있다.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 돈봉투에 연루된 의원들에 대한 당의 후속 조치도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부 수도권 의원들은 지도부가 두 의원에게 선제적으로 탈당을 권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의 한 의원은 “송 전 대표 때도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의원들은 억울해도 국민 정서를 고려해 자진 탈당시켰는데, 이번에 같은 조치를 안 한다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다르냐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선제적인 탈당·출당·제명 조치에는 선을 그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수사 과정과 결과를 놓고 현행법이나 당헌·당규에 위반되는 부분이 있으면 상응하는 조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고위 관계자는 “검찰의 영장에 수십 명이 관계된 것으로 나오는데 지금 누구를 자를지 말지를 단편적으로 판단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직 이른바 ‘돈봉투 명단’을 파악하지 못했기에 검찰 수사가 진척돼야 종합적으로 최종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사가 진척된 다음에는 이 대표가 어느 선까지 단호한 조치를 할지 시험대에 서게 될 수 있다.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의원들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다면 당은 또 한 번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민주당은 노웅래 의원과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정치 탄압’으로 규정하고 지난해 12월, 지난 2월 각각 부결시킨 바 있다. 돈봉투 의혹에 연루된 의원들의 체포동의안이 제출되면 해당 의원들은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체포동의안을 가결한다면 이중 잣대를 사용한 이 대표의 입지는 좁아질 수 있다. 그렇다고 부결시킨다면 ‘비리 비호 정당’ ‘방탄 정당’이라는 비판을 받게 된다. 이 대표에 대한 2차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다면 당은 또다시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김윤나영·탁지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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