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에서만 3명째…“살아갈 길이 없다”
[앵커]
앞서 피해자들 영정 보셨습니다만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취재해보니 세 명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살던 전세집에 보증금 보다 많이 근저당이 잡혀서 정부 대책으로도 구제받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계속해서 이희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어제(17일) 숨진 30대 피해여성이 처음 아파트 전세계약을 한 건 2019년.
보증금 7천2백만 원에 계약했는데 아파트엔 이미 1억 5천여 만원 근저당이 설정돼 있었습니다.
근저당 때문에 시세보다 저렴했지만, 보증금을 걱정하는 세입자들을 전세사기 일당은 이렇게 안심시켰습니다.
[미추홀구 대책위 관계자/음성변조 : "인천에서 현금동원능력이 제일 많은 사람이다. 염려마라. 근저당을 지금 계속 갚고 있어서 (갚아야 할) 남은 돈이 얼마 없다."]
사기인 걸 알았을 때 아파트에 잡힌 보증금은 9천 만원.
경매로 넘어갈 경우 예상 낙찰가는 1억 2천여 만원이었습니다.
근저당액 1억5천여 만원을 내주고 나면 한 푼도 남지 않는 겁니다.
[안상미/미추홀구 전세사기 대책위원장 : "근저당이 1순위이기 때문에 매각이 되면 근저당이 가져가고 나면 임차인들이 가져갈 돈이 없는 거죠."]
역시 미추홀구에서 지난 2월 숨진 30대 남성과 지난 14일 목숨을 끊은 20대 남성도 상황은 같았습니다.
전세 보증금 7천 만원에 근저당 1억6천만 원, 보증금 9천 만원에 근저당 1억8천만 원.
역시 경매에 넘어가면 근저당액을 내주고 보증금을 모두 날릴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정부의 추가 대책이 나올 때까지라도 경매를 중단해 달라고 호소하는 것 밖에 살아갈 길이 없었던 셈입니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유독 이런 피해자들이 많았던 건 이 지역 전세 사기로 구속된 남모 씨가 직접 건물을 지어 세를 놓은 건축업자였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건물을 짓고 나면 바로 담보를 잡고 건축 비용 등을 마련한 걸로 추정됩니다.
[김병렬/미추홀구 전세사기 대책위 부위원장 : "저도 막막해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저희 집도 낙찰 이제 경매가 들어갈 거예요. 그런 어둠 속에 살고 있는 게 저희들이에요."]
이른바 '인천 건축왕' 남 씨는 이런 수법으로 161명에게서 보증금 125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검찰 추가 수사 결과, 전체 피해자는 700명, 피해금은 500억 원대로 늘었습니다.
KBS 뉴스 이희연입니다.
촬영기자:정형철 최하운/영상편집:강정희/그래픽:채상우 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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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연 기자 (hea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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