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교수 “미·중 대립은 미·소 냉전과 달라…일방외교 노선 우려”
“미·중 사이 줄타기로 국익 챙겨야”
“경제 어려울 땐 긴축은 맞지 않아”
장하준 런던대 교수(60·사진)가 한국 경제에 대해 쓴소리를 내놨다. 시장 만능주의를 내세운 신고전주의를 비판해온 장 교수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 대해 “감세를 통해 기업 활동을 진작한다는 것은 근거가 없을뿐더러 경제가 어려울 때 긴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한국 경제는 성장이 아닌 국민의 행복을 중심으로 방향을 새로 설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한국 정부는 사고방식이 여전히 1970~198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한국 정도 발전 단계에 있는 나라에서 부자 감세를 하고 더 불평등한 구조를 만들어서 성장이 더 잘될 나라는 없다”면서 “한국은 여전히 재정이 건전한 나라에 속하는데 감세를 하고 긴축을 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 얘기”라고 했다.
현 정부의 한쪽으로 치우친 외교노선에 대해서도 우려를 내놨다. 그는 “과거 미·소 냉전과 최근의 미·중 대립은 완전히 다르다”며 “최근의 미·중 대립이 전 세계 공급망의 전면적 재편을 가져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공급망 차질이 빚어지고 미·중 갈등이 커지면서 세계화·신자유주의 질서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이 같은 국제질서가 크게 후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미·중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기본적으로 줄타기를 잘해서 양보할 것은 하더라도 얻을 것을 최대한 끌어와야 한다. 내수시장이 크고 기술자립도가 높은 일본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미국 쪽으로만 치우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최근 젊은이들이 주식·코인에 열을 올리는 것에 대해 그는 “이해한다”고 했다. 장 교수는 “형식적인 기회의 평등은 열려 있지만, 경쟁의 구조는 불평등한 상태여서 젊은이들의 분노와 좌절이 커진 것”이라며 “이 사회에서 진짜 평등하고 공정한 게 무엇인지 그 의미를 재정립해야 하고, 비슷한 능력을 가진 상태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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