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정답 없는 것들 찾아가는 작업”…고독한 우주항해와 닮았다[논설실장의 단도직입]

서의동 기자 2023. 4. 18.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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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 가수, 윤하
가수 윤하가 지난 6일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하던 중 허공을 바라보며 생각을 가다듬고 있다. 윤하는 ‘천문학에 진심인 가수’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천문 현상을 소재로 한 노래를 다수 발표했다. ‘천문학 다음’에 대해 묻자 “계속 탐구하고 있다”며 “지금 가장 큰 관심사는 생태계와 AI(인공지능)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서성일 선임기자 centing@kyunghyang.com
가수 겸 싱어송라이터. 본명은 고윤하, 1988년생. 16세인 2004년 일본에서 먼저 데뷔한 뒤 2006년부터 국내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파워 보컬과 감성 보컬 양쪽의 장점과 이미지를 두루 갖춰 록, 발라드, 재즈, R&B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가수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3월 발표한 ‘사건의 지평선’이 역주행하면서 각종 음악차트를 석권했고, 제37회 골든디스크어워즈, 제32회 서울가요대상, 제20회 한국대중음악상 등 6개 상을 휩쓸었다.
가사 와닿게 쓰기 어려워…‘타율’ 높이려면 더 고민하고 응축 작업 해야
작사는 방해받지 않으면서도 사람들 사이에 섞여야 영감받을 수 있어

1977년 지구를 떠나 47년째 항해 중인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는 현재 태양계를 껍질처럼 둘러싼 ‘구름층’ (오르트 구름)을 향하고 있다. 태양계 행성 탐사 임무를 마친 뒤 2012년 태양권을 벗어나 매일 147만㎞씩 성간우주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성간물질과 방사선을 맨몸으로 맞는 바람에 제어 시스템이 고장났고 원자력 전지 성능도 저하돼 얼마나 더 달릴지는 불투명하다. 인류 운명을 짊어진 보이저호의 고독한 도전을 흥겨운 록 사운드에 담아낸 가수 윤하의 ‘오르트 구름’(2021년 발표)이 지난해 ‘사건의 지평선’에 이어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또 한 번의 ‘역주행 신화’를 써가고 있다.

윤하는 지난달 5일 ‘제20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노래’ ‘최우수 팝 노래’ 등 2개 부문을 수상했다. ‘음악 외적 요소들이 곡의 홍보에서 중요해지는 가요계 흐름에서 그 반대 방향으로도 성공한 곡’ ‘본인이 직접 쓴 가사로 음악은 시간의 예술임을 증명했다’는 선정 이유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다. 윤하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음악은 정답이 없는 것들을 찾아가는 작업”이라고 했다. 그의 음악은 그가 노래한 보이저호와 어딘지 닮은꼴이다. 인터뷰는 지난 6일 경향신문사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 한국대중음악상 수상 소감에서 ‘음악을 하는 건 기복이 심한 편이니 항상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기라’고 했습니다.

“음악이 아무래도 정답이 없는 것들을 찾아가는 작업이고, 저희는 어딘가에 소속돼 있으면서도 프리랜서로서 계약을 맺는 구조이기 때문에 불안정한 상황이 많은 것 같아요.”

- 고용 안정의 관점에서도 볼 필요가 있겠네요.

“저희는 완전한 비정규직이고, 꾸준히 자신과 싸워 나가야 하죠. 아무리 좋은 재능과 마음가짐을 갖고 있더라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를 운명이니 마음 다잡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왠지 응원의 말씀을 감히 드리고 싶었습니다.”

- 기술 발전으로 거대한 음악 아카이브가 등장하면서 언제 나온 노래든 듣고 싶은 노래를 꺼내 들을 수 있는 환경이 역주행 현상에 기여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예전엔 앨범을 직접 사야 했고, 품절되면 들을 수 없었는데 지금은 거대한 클라우드가 생겼잖아요. 저도 그 덕을 보고 있다고 느낍니다. 처음엔 부정적 시각도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 플랫폼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에 대해 리스너들도 음악인들도 길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윤하 6집 앨범 자켓. 윤하 제공

윤하의 6집 리패키지 음반 타이틀곡 ‘사건의 지평선’은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의 경계를 가리킨다. 곡 길이가 무려 5분7초. ‘쇼트폼’이 대세인 요즘 트렌드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대곡이어서 ‘역주행’이 더 이채롭다. 듣다 보면 윤하도 여러 번 봤다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 ‘사건의 지평선’은 처음엔 멜로디가 좋은데 듣다 보면 심오한 가사에 주목하게 됩니다.

“가사를 와닿게 쓰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타율’을 높이려면 좀 더 고민하며 응축하는 작업을 해야 하죠. 글만으로 감정을 전달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들이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이번 앨범 때는 곡은 이미 잡혀 있었고, 마감은 막 다가오는데 제 일상의 행동 반경 속에서는 작품이 나오기 어려울 것 같아 과감하게 휴대폰 끄고 제주도 가서 작업했어요. 작사는 방해받지 않아야 하면서도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어야 영감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사건의 지평선’에 ‘노력은 우리에게 정답이 아니라서’, 6집 앨범 중 ‘잘 지내’에는 ‘노력할수록 상처가 되어서’가 나옵니다. 우리 삶에는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건가요.

“제가 사람에 대한 집착이 많은 편이고, 관계가 틀어지면 상처도 많이 받는 편이고요.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자책하는 성격이다 보니 일어서는 데 참 오래 걸리더라고요. (안되는 건) 순리대로 좀 잘 보내줄 수 있는 그런 30대를 보내자는 마음이 가사에 반영된 것 같습니다.”

- ‘사건의 지평선’이 ‘과거 자신과의 이별’, 다시 말해 성장에 관한 노래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많이 고민했고 팬들도 공감하리라 생각되는 건데 어떻게 보면 ‘과거의 나라는 건 지금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타인인 거잖아요. 그런 인물(과거의 나)이니 함께 보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엔드 시어리(End Theory)’라는 타이틀엔 어떤 의미가 담긴 건가요.

“(물리학의) ‘끈 이론(string theory)’ 같은 데서 가져오긴 했는데요. 세상에 다양한 학문이 있지만 삶은 학문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이 너무 많으니, 각자의 철학과 가치관을 잘 정립해 나가는 게 좋은 어른이 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갖고 있고 전하고 싶은 생각이 뭔지 정립해보고 싶었고, 그래서 약간 시건방져 보일 수 있지만 ‘시어리’를 가져오게 됐습니다. 삶과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하나하나 풀어보는 앨범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오르트 구름’ 탭댄스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며 태양계 끝 가보자는 취지
‘별의 조각’, 찰나의 인연과 우연을 예쁘게 적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

- ‘오르트 구름’은 ‘보이저호’의 시점에서 만든 것도 파격적이고, 간주에서 탭댄스가 나오는 것도 특이합니다.

“좀 특별한 간주를 만들고 싶었어요. 보이저가 항해 중인 우주는 소리가 없는 진공 상태인데, 그런 분위기를 표현할 악기가 있을까 찾아보던 중 함께 일하는 준호라는 프로듀서가 탭댄스 아이디어를 들고 왔더라고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뜻도 내포돼 있으면서 무대 연출적으로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무슨 뜻인가요.

“보이저호 입장에서 보면 내가 알아서 멈출 수도 없고, 인간들이 쏘아올린 속도대로 갈 수밖에 없잖아요. 내 삶이 누군가에 의해 등 떠밀려 움직이는 것인데 저라면 정말 싫거든요. 그런 상황 속에서 ‘그래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즐기며 태양계의 끝을 한 번 가보자’는 의미가 (탭댄스 간주에) 담겼습니다.”

‘오르트 구름’에서 ‘녹이 슨 심장에 쉼없이 피는 꿈’이라는 대목은 중년들도 공감할 만하다. 윤하의 노래는 ‘혜성’ ‘블랙홀’ ‘살별’ ‘별의 조각’ 등 천문 현상을 소재로 한 것이 많다. 하늘을 올려다 보면서도 윤하의 시선은 결국 인간의 삶으로 돌아온다. 삶의 우연성, 존재의 이유, 좌절과 성장에 관한 생각들이 노래에 응축돼 있다.

- ‘오르트 구름’처럼 ‘살별’도 혜성의 입장에서 쓴 노래인데 가사들이 의미심장합니다.

“내가 혜성이라면 좀 억울할 것 같은 거예요. 이름 없는 돌덩이였을 뿐인데 인간에게 발견됐다는 이유만으로 이름이 붙여지는데 원하는 이름도 아니고요. 나는 장주기건 단주기건 하던 대로 궤도를 계속 돌고 있을 뿐인데, 그냥 잠깐 만난 한낱 인간이라는 존재가 나를 봤다며 추앙하고 감탄하잖아요. 우리 삶과 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20년 가까이 노래하면서 한 해도 신곡을 내지 않은 적이 없고, 직장인들도 다른 분야에 계신 분들도 마찬가지지만 누군가에게 발견돼 노고를 치하받는 건 드물잖아요. 새삼스럽기도, 감사하기도 한 여러 생각이 드는 순간인 것 같아요. 그런 마음을 가사로 옮겨 보려 했습니다.”

- ‘별의 조각’에서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사랑해 버린 모든 건/ 이 별에 살아 숨을 쉬어/ 난 떠날 수 없어’는 인연을 중시하는 불교적인 메시지 같습니다.

“잠깐 들렀다 떠나는 이 세상의 타임라인에서 시간이 겹쳐 인연이 만들어진다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앨범 작업하며 든 생각이에요. 우주 안에서 성운이나 초신성을 보면 거시세계 안에서 엄청 큰 시간의 찰나를 보게 되는 거잖아요. 여러 시간이 존재하는 우주 속에서 하필 동생이 내 동생으로 태어나고 엄마가 나를 낳고 이런 모든 게 갑자기 신기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했어요. 찰나의 소중한 인연과 우연을 예쁘게 적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물의 여행’에서 ‘움푹 패인 상처들’ ‘결국 절벽을 지나갈 테니’ ‘두려움은 흘려버려’ 같은 가사들을 보면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자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팬데믹 기간에 많이 느끼셨을 것 같아요. 코로나에 걸렸을 때 엄마를 보고 싶다고 (바로) 볼 수 있는 게 아니듯, 우리는 서로를 배려할 수밖에 없는 공동체의 일원이잖아요. 동년배들을 위로하자는 이타적인 마음에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리된 것 같습니다. 안타깝고 슬픈 일도 많았고 그래서 위로로 다가갔던 것 같아요. 노래하고 음악 만드는 것밖에 못하지만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불평불만을 가졌던 것에 대한 참회 의미도 있고요.”

- ‘블랙홀’ 가사 중에서 ‘결말을 먼저 봐버린 이야기는/ 아무도 관심없는 책과 같아/ 왜 난 그런 편에 자꾸만 더 마음이 가는지’는 무슨 뜻입니까.

“ ‘엔드 시어리’를 만들며 ‘끝’을 생각하다 보니 죽음을 탐구하게 되더라고요. 음악계에서 친구를 먼저 떠나보내는 일도 있었고요. 죽음을 표현하면서 나의 이야기를 해보려다 ‘별의 죽음’, 블랙홀이 떠올랐어요. ‘블랙홀’은 죽어가고 있는 별을 소녀가 지켜보는 관점의 노래예요. 사람들이 블랙홀에는 관심을 갖지만, 저 블랙홀이 (죽기 전엔) 어떤 별이었는지 궁금한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요? ‘결말을 먼저 봐버린 이야기…’는 그런 뜻이에요. ‘내가 좋아했던, 특별했던 별이니 까만 하늘보다 더 까만 블랙홀이 되더라도 나는 너를 볼 수 있고 네 모습을 기억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 그런 일을 겪으셨나요.

“대중에게 알려진 동료들이 떠나는 일도 있었고, 친구가 가는 일도 있었어요. 대중문화계에선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그런 일들이 좀 있어요. 저뿐 아니라 여러분도 소중한 사람이나 반려견을 잃는 그런 일들을 겪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곡을 만들 때 어디에서 영감을 얻고 소재를 얻는 편인가요.

“주로 관계 속에서 많이 얻는 것 같아요. 사람들과 대화하거나 사람을 생각하거나 할 때요. 연기자같이 그 사람에 빠지거나 약간 빙의된 것처럼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걸 즐기는 편입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내 머릿속에서 나올 수 없는 생각들도 나오는 것 같고,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천문학 다음으로 주목하는 분야…요즘 가장 큰 관심사는 생태계와 AI
컨디션 나쁠 땐 관객들에 많이 업혀가…팬들에 재롱 많이 부리고 싶어

- 천문학 다음으로 주목하는 분야가 있습니까.

“와, 정말 어려운 질문입니다. 계속 탐구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 있는 게 어떤 건지, 그리고 인류가 어떤 길로 가려 하는 건지. 저의 지금 가장 큰 관심사는 생태계와 AI(인공지능)에 관한 것 같고요.” 윤하의 6집에 실린 ‘6년 230일’은 ‘기후위기 시계’가 가리킨 지구의 남은 시간(2021년 6월 기준)에서 제목을 따왔다.

- 하루 일과를 알려주세요.

“몸이 힘들어 조금 일찍 일어나려고 하는 편이고요. 일어나면 먼저 상추에 물을 줍니다. 베란다에 대파·상추·토마토를 키우는데, 동생과 종당 1만원을 걸고 ‘식물 키우기 경연대회’를 하고 있어요. 강아지 밥 주고 아침밥 먹고. 작업실이 집에서 가까워서 일단 그리로 출근하고요. 출근해서 청소 좀 하고 작업 조금 하고, 배고프면 집에 와서 밥 먹고. 유튜브로 이런 저런 거 서칭하고. 쉬는 날은 그렇게 보내는 편입니다.”

- 이 기사를 보는 독자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곡을 꼽아주세요.

“무지하게 많은데요(웃음). ‘오르트 구름’이 운동하거나 힘을 내고 싶을 때 좋습니다. 트레이너 선생님도 보기 싫고 내가 왜 내 돈 내고 이렇게 힘들어야 하나 생각할 때가 있는데 ‘저 노래 작업했을 때를 기억하자’며 한 번씩 듣거든요. 봄에 들으면 춘곤증을 이겨내실 수 있을 겁니다.”

- ‘잘 지내’를 부를 때 안무로 수어를 하던데, 어떤 마음으로 하게 된 건가요.

“청각장애가 있는 분들에게 노래를 전하려 한다는 댓글을 봤어요. 그것도 맞긴 한데, 사실은 우리가 살면서 말을 다 할 수 없는 때가 많잖아요. 어떤 상황에서는 삼키는 말이 더 많고, 가까운 사람일수록 얘기하기 더 어렵고, 이별했거나 세상을 떠난 사람들한테는 아무리 말해도 닿지도 않고. 이런 것을 수어로 풀어보면 어떨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윤하의 노래 동영상에는 ‘이 노래 말고 딴 노래도 들어보라’는 댓글이 적지 않다. 초보 팬들은 ‘찐팬’들의 댓글 안내를 받아가며 ‘역대급 노래임에도 주행하지 못한 채’ 묻혀 있는 노래들을 발굴해 간다.

- 아주 오랫동안 윤하씨 가치를 알아보고 응원해준 팬들이 두껍게 있었기 때문에 ‘역주행’이 성공한 것 아닐까요.

“사실 모든 공연이 다 좋을 수는 없잖아요. 컨디션이 안 좋지만 이미 약속했으니 실행해야 되는 때도 분명히 있어요. 그럴 때는 관객들에게 제가 많이 업혀가는데, 얼마든지 그렇게 하라고 ‘어화둥둥’ 해주셔서 그래도 망하지 않고 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어디선가 인터뷰에서 팬들의 ‘반려가수’가 되겠다고 했어요.

“예전 서태지 선배님도 ‘여러 명의 대중보다 한 명의 마니아가 소중하다’는 말도 하셨고, 리더가 돼 대중을 이끄는 아티스트가 멋있어 보이던 시절이 있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보니 제 캐릭터와 콘셉트는 그게 아니란 걸 뒤늦게 알게 됐어요. ‘내가 멋있게 끌고 갈 거야, 따라와’ 했는데 뒤에서 킥킥거리며 등을 밀어주셨던 것 같아요. 그걸 깨닫고 나서 ‘이제 재롱을 좀 많이 부려야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데뷔 20년차인데,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하나요.

“처음엔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남에게 상냥하게’가 신조였는데, 이젠 ‘내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상냥하게’로 바뀌었어요. 가수 초기에는 팬들에 좌지우지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었어요. 지금은 (팬들이) 어떤 걸 좋아하는지 세세하게 알 필요는 없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 게 좀 바뀐 것 같습니다.”

용어설명

오르트 구름 = 태양계를 껍질처럼 둘러싸고 있다고 여겨지는 가상의 구름층. 이 가설을 발표한 네덜란드 천문학자 얀 오르트의 이름을 붙였다. 혜성들의 고향으로도 알려져 있다.

성간우주(interstellar space) = 항성과 항성 사이의 공간

성간물질(Interstella Medium) = 성간우주에 있는 물질을 가리키며 가스와 먼지로 이뤄져 있다. 일정 이상 밀도로 모여 관측되면 성운이라 불린다.

끈 이론(string theory) = 우주의 구성요소를 점 입자가 아니라 ‘진동하는 끈’으로 설명하는 물리이론

혜성 주기 = 혜성은 태양 주변을 타원형 궤도로 공전하거나 주기가 없는 포물선 궤도(비주기 혜성)로 떠돌기도 한다. 공전주기가 200년 미만인 경우 단주기, 그 이상은 장주기로 분류한다.

초신성 = 별이 일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핵융합을 일으키며 폭발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신성이라는 명칭이 붙었지만, 실은 장렬한 최후 모습이다.
서의동 논설실장

서의동 논설실장 phil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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