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매 중단시킨 전세사기, ‘사회적 재난’으로 대처하라
정부가 18일 전세사기 피해자 부동산의 경매 일정을 중단하는 긴급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경매 일정 중단 또는 유예방안을 보고받은 뒤 이를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경매를 신청한 금융기관에 일시적으로 경매 연기를 요청하겠다고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미봉책만 내놓다가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자 뒤늦게 긴급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사람이 몇명씩 죽어나가야만 움직이기 시작하는 행정의 불감증과 비정함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숨진 피해자들은 모두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소액임차인은 전셋집이 경매 등에 넘어갔을 때 일정 금액의 최우선 변제금을 돌려받지만, 이들은 집주인 요구로 전세금을 올려주는 바람에 변제금을 받을 수 있는 기준선을 넘어버렸다. 이들이 살던 인천 미추홀구에서만 전세사기 피해자가 3000가구에 이르고 있다. 이곳 피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현재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아파트·빌라 1787가구 중 경매·공매에 넘어간 가구는 60%에 달한다고 한다. 이 중 30%가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돌려받는 최우선변제 대상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생때같은 전세금을 사기당한 뒤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절망 끝에 또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른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경매 중단이란 긴급조치를 결정한 것은 불가피했다.
전세사기는 근본적으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지금은 피해자 지원에 행정력을 집중할 시기다. 이번 조치는 경매 날짜만 뒤로 연기된 것일 뿐 세입자가 못 받은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은 아니어서 종합적인 지원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피해자들이 재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인천뿐 아니라 전세사기가 집중해서 발생하고 있는 여타 지역도 서둘러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를 ‘사회적 재난’으로 간주하고 총력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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