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첫 회의 파행 최저임금위, 업종 구분 말고 실질임금 올려야
내년도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첫 전원회의가 18일 시작도 못한 채 파행됐다. 노동계가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좌장으로 윤석열 정부 노동시간 개편안을 주도한 권순원 공익위원의 사퇴를 촉구하자 공익위원들이 입장을 거부해 결국 회의가 취소됐다. 최저임금 회의가 시작부터 어긋나 어느 해보다 난항이 예상된다. 올해 최대 관심사는 최저임금이 사상 처음 1만원을 넘을지 여부다.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 문제도 노사 간 쟁점이다. 최임위는 치솟는 물가에 실질임금은 삭감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해 합리적 인상안을 제시해야 한다.
‘최저임금 1만원’은 상징성도 커서 노사 모두 관심이 높다. 올해 최저임금은 9620원으로, 380원(3.95% 인상) 이상 올리면 1만원을 넘어선다. 문재인 정부에선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따라 두 해 연속 두 자릿수 인상을 했다가 반발 여론에 인상률을 낮춰 1만원을 달성하지 못했다. 최임위는 노동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각 9명씩으로 구성된다. 노사가 대립하면 사실상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터가 된다. 노동계는 일찌감치 약 25% 인상한 1만2000원을 제시했고, 경영계는 동결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사용자 측이 수년째 주장해온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윤 대통령이 이를 강조해왔고, 지난해 공익위원들이 고용노동부에 권고한 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한 연구 결과가 최임위에 전달된 상태다. 이 자료를 논의에 활용하겠다는 취지인데 정부 입김이 크게 작용했으면 논란이 불가피하다. 노동시장 개편 밑그림을 그린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가 공익위원 간사를 맡아 공정성 문제도 커질 수 있다. 권 교수는 노동계가 문제 삼는 자격 시비의 중대성을 인식해 기울어진 활동을 해선 안 된다.
고물가에 저임금 노동자는 생존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경향신문이 보도한 기획시리즈 ‘다시, 최저임금’은 근로감독 사각지대에서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최근 5년간 ‘사업장 규모별 최저임금법 신고사건 처리 결과’를 보면 5인 미만 사업장의 최저임금 미지급 신고·처리 비중은 꾸준히 늘고, 노동부 근로감독으로 적발된 사례는 줄어드는 추세다. 최저임금법이 엄연히 있는데 왜 법을 어긴 사업장이 늘고 있는지 노동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고물가 속 노동자의 버팀목이 될 실효적 인상률을 강구해야 한다. 첫 회의 파행 후 위원회는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 최임위는 6월 말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해 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하고, 노동부는 8월5일까지 최종 결정해 고시한다. 노조 회계 투명성과 법치를 앞세워 노동계와 대립해온 정부가 덜컥 최저임금 차등적용 방안부터 꺼내든 것은 모든 노동자에게 최저 생활기준을 보장토록 한 최저임금 제도 취지에 반한다. 최임위는 업종을 구분해 또 하나의 ‘저임금 계급’을 만드는 소모적 대치보다 실질임금 인상에 주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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