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출범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18일 '전세 사기·깡통 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전국대책위) 출범을 선언했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이날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주안역 남측 광장에서 전국대책위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전세 사기 방조 생색내기 대책은 그만두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안상미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은 "근저당권이 있는 집에 왜 들어갔냐, 왜 너희 잘못을 정부에 따지냐 하는 분들이 계신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정부가 만든 제도 안에서 계약했다"며 "알면 알수록 제도가 어떻게 이런가, 왜 정부는 제재를 안 했나 이해가 안 됐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사에게 물었더니 임차인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최우선 변제금만 받고 쫓겨나면 된다고 하더라"며 "주위를 둘러보니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추홀구 일대가 쑥대밭이었고 전국에서 피해자들이 나왔다"고 했다.
안 공동위원장은 또 "남모씨 일당이 미추홀구에 있는 빌라와 아파트를 다 가지고 있어 시세를 조작했다"며 "피해자들이 남씨 일당 조직도를 만들어 경찰에 고발하고 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재판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이어 "전세 사기는 1~2년 사이 일어난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사인 간의 거래라는 이유로 (그동안)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며 "전세 사기는 사적인 거래가 아닌 사회적 재난"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전세 사기를 재난으로 인정하고 바꾸지 않는 이상 피해는 계속될 것"이라며 "전세 사기는 시세 조작에서부터 시작했다. 대한민국에 사는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고 말했다.
뒤이어 발언에 나선 제주 지역 전세 사기 피해자 김연신씨는 "눈뜨고 전 재산을 빼앗는 전세 사기를 쳐도 국가조차 처벌을 외면하니 우리의 귀중한 젊은이들이 벌써 세 명이나 세상을 등졌다"며 "열심히 일한 국민의 소중한 재산을 아무렇지도 않게 빼앗아가는 전세 사기범의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고 밝혔다.
전국대책위는 이날 10가지 주요 요구 사항을 발표했다. 요구 사항으로는 △전세 사기 깡통 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 구성과 대통령 면담 △전면적인 실태조사와 피해유형별 지원대책 수립, 피해자 상담 및 지원 시스템 개선 △피해주택 경매 일시 중지와 긴급 주거지원 제도 개선 △피해자 금융 지원 강화 △전세 사기 피해구제 특별법 제정 △경매 시 국세 지방세 감면 또는 변제 순위 조정, 제도개선 소급 적용 △가해자들에 대한 강력한 수사와 처벌, 범죄수익 환수 △주택 수선 유지 및 관리 부실 문제 해결 △피해자 의견을 반영한 전세 사기·깡통 전세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이 제시됐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진행 중인 경매 절차를 중단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안 공동위원장은 머니투데이 취재진과 만나 "경매 중지는 구체적인 피해 복구 방안 마련을 위한 시작"이라면서도 "그런데 이게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만 해당인 건지 모든 은행권에 다 포함되는 건지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건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들은 지난해 7월부터 꾸준히 같은 주장을 해왔지만 대책은 아직"이라고 말했다.
기자 회견 후 전국대책위는 전세 사기 피해로 고통받다 잇따라 세상을 등진 피해자들을 위한 추모제를 진행했다. 전국대책위는 "누군가의 죽음이 있어야만 비로소 사회적 관심을 가져오는 현실이 참담하다"며 "더 이상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추모제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추모제 참가자들은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전세 사기 피해는 사회적 재난이다"라며 구호를 외쳤다. 일부 참가자는 구호를 외치며 눈물을 훔쳤다.
정치권 관계자들도 추모제에 참석했다. 추모사에 나선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참으로 비통하고 면목이 없다. 죄인의 심정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전세 사기는 빚내서 집 사라는 정부의 정책 실패로 인한 것이고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어 사회적 재난"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청년들이 죽지 않아도 됐다. 정부는 이 죽음을 멈출 책임이 있다"며 "국회도 싸울 때 싸우더라도 이런 민생 법안을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치가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하면 정치는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눈물을 닦아주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국토소위에서 전세 사기 특별법에 반대하는 의원이 있다면 그 의원을 공개하자는 입장"이라며 "이 나라의 정치인으로서 죄송하다"고 밝혔다.
인천=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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