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오를수록 비관론 고조…"당장 팔고 떠나라"는 전문가[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3. 4. 1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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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강세장은 우려의 벽을 타고 오른다"는 증시 격언이 있다. 지금 미국 증시가 꼭 이 모양이다.

투자자들은 증시 상승에 대해 어느 때보다도 회의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이 17일(현지시간) "현재 월가가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거대한 회의론의 암벽이며 이를 넘어서는 데는 이례적인 용기가 필요하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이런 비관론의 기저에는 기업들의 순이익이 올 1분기까지 2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 하반기에는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깔려 있다.

투자심리 비관적인데 증시는 강세
그런데 증시는 슬금슬금 오른다. 다우존스지수는 4월 들어 2.1% 올랐다. 한달간 상승률은 5.4%에 이른다. S&P500지수도 4월 들어 1.0%, 한달간 5.0% 올랐다. S&P500지수는 지난 7주 가운데 5주 상승했다.

나스닥지수는 4월 들어 0.5% 하락했지만 한달 동안은 4.1% 상승했다. 기술주가 올초 급하게 올랐던 만큼 추가 상승 부담에 지금은 주춤한 모습이다.

하지만 증시가 오를수록 강세장을 신뢰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줄고 있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이달 초 대형 투자자들의 S&P500지수 전자 미니 선물에 대한 숏(매도) 포지션은 32만1000계약으로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된 직후였던 2011년 11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S&P5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반대로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S&P500 베어 3배 ETF(SPXS)에는 지난 13일 2억8500만달러의 기록적인 자금이 순유입됐다.

반면 S&P5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정방향으로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S&P500 불 3배 ETF(SPXL)에서는 같은 날 2억7400만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VIX-신용 스프레드는 안정감 반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웰스 얼라이언스의 사장인 에릭 디턴은 "오늘날 증시에 낙관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것은 매우 외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미국 증시가 올해 10%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자신이 손을 든 몇 안 되는 투자자 중 한명이었다며 "(이 질문에) 모두들 부정적이었다"고 전했다.

투자 심리는 이토록 부정적인데 특이하게도 변동성 지수(VIX)는 이날 17 밑으로 떨어지며 지난해 초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VIX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올라갈 때 올라가고 투자심리가 안정될수록 내려간다.


데이터트렉의 공동 창업자인 니콜라스 콜래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 예상되는 시장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기업 신용 스프레드가 "기업 이익이 조만간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채 대비 우량등급 회사채의 수익률 차이를 나타내는 신용 스프레드는 지난주 1.34%포인트로 지난 3월9일 이후 최저치로 떨어져 1년 평균보다 낮아졌다.

국채와 신용등급이 낮은 정크본드간 수익률 차이도 4.39%포인트로 지난 3월9일 이후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다.

콜래스는 "지난 14일 VIX가 17.07로 마감한 것과 마찬가지로 회사채 시장도 '모든 것이 고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며 "우리는 여전히 VIX가 너무 낮다고 (따라서 주가가 너무 높다고) 생각하지만 향후 전망이 분명하다고 말하는 것은 자본시장만이 아니다. 그게 옳든 틀리든 말이다"라고 밝혔다.

자금 유출에도 증시는 상승
골드만삭스는 S&P500지수의 수익률과 시장에 유입된 자금 사이에는 통상 정비례 관계가 성립되는데 현재는 이 관계가 깨졌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11일 이후 뮤추얼펀드와 선물, 스왑, 옵션 등에서는 자금 유출이 심했고 이를 감안하면 S&P500지수가 3% 떨어졌어야 했는데 오히려 이후 3개월간 5% 올랐다는 설명이다.

골드만삭스의 존 마샬은 보고서에서 S&P500지수의 수익률과 유입된 자금 사이의 정비례 관계는 일시적으로 깨질 수 있지만 후에 다시 회귀한다며 "자금 흐름이 약한데 이는 최근의 증시 반등을 뒷받침할 지지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썼다.

뱅크 오브 뉴욕 멜론의 투자분석팀장인 제이크 졸리도 블룸버그통신에 "지금 증시에는 훨씬 더 큰 하방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월가엔 "5월에는 주식을 팔고 떠나라"는 증시 격언이 있는데 전략가들은 더 긴박하게 "지금은 증시에서 빠져나갈 때"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FS 인베스트먼트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트로이 가예스키는 블룸버그 팟캐스트에서 "기다릴 이유가 없다"며 "시장에 10%의 상승 여력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또 "강력한 랠리는 언제나 침체장에서 나타났다"며 현재는 증시가 20% 이상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긴축 중단, 증시 랠리 보장 못해
웰스 파고의 주식 전략팀장인 크리스 하비는 S&P500지수가 이미 올해 목표치인 4200 부근으로 올랐기 때문에 향후 3~6개월 내에 10%가량의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연준(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사이클이 3월로 끝났다고 생각한다면 이에 따른 안도 랠리는 이미 증시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준은 다음달에도 0.25%포인트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는 또 기업들의 이익률 압박이 "연준의 피봇(pivot: 정책 전환)을 압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2주일 전에는 국채 수익률 하락과 연준의 피봇 기대감이 증시 탄력성의 원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모두가 증시에 비관적이라고 말하기 때문에 좀더 낙관적이 될 필요는 있다"며 극도로 부정적인 투자 심리로 증시가 좀더 오를 수도 있다고 봤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3월이든 5월이든 곧 끝난다는 생각에 최근 증시가 올랐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찰스 슈왑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리즈 앤 손더스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하면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 금리 인상은 일반적으로 주식에 대한 명확한 강세 신호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주식시장의 몇몇 문제, 위기, 급락은 금리 인상을 중지한 후에 발생했다며 "연준이 실제로 금리 인상을 중지하거나 중지할 것이란 신호를 보내는 것이 '리스크는 지나갔으니 앞만 보고 전력 질주하며 주식을 담으라'는 뜻으로 오해되고 있는데 일부 문제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춘 후에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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