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집 걱정 없이 쉬기를”…인천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 추모식
“하늘에서라도 집 걱정하지 않고 마음 편히 쉬었으면 합니다.”
18일 오후 7시께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1번 출구 앞.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가 마련한 피해자 합동 추모제에 많은 시민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국화꽃을 헌화한다. 200여명의 시민들이 모인 이곳에는 촛불이 집 모양을 이루고 있고 ‘전세사기 피해자의 잇따른 죽음에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날은 지난 2월28일 사망한 30대 전세사기 피해자 A씨의 49재다. 많은 시민들은 A씨는 물론 지난 14일 사망한 20대 피해자, 그리고 17일에 숨진 30대 피해자까지 모두 3명에 대해 넋을 기렸다. 추모제 참석자들은 각자 손글씨로 전세사기 피해 구제를 위한 방안을 요구하는 전단 등을 만들어 붙이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난 피해자 B씨(32)는 “지난해 신혼집으로 살고 있던 주택의 계약기간을 연장하자 2개월 만에 집이 경매에 넘어갔다”며 “전세자금 8천500만원이 날라갔는데, 너무 어이 없고 속상할 뿐”이라고 했다. 이어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치고 있다”며 “힘든 선택으로 숨진 3명의 피해자들이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추모제에서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전세사기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진데에는 정부와 제도의 문제를 원인으로 꼽았다. 안상미 인천미추홀구전세사기대책위원장은 “조직적인 사기에 피해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며 “단순히 미추홀구에 이사를 오면서 나빠진 운으로, 결국 미래까지 잃는 게 억울하다”고 했다.
또 김연신 제주지역 전세사기 피해자는 “전 재산을 전세사기를 당하고, 이젠 국가조차 처벌을 외면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미 많은 젊은이들이 세상을 등지고 있다”며 “전세사기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대책위는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 구성과 전면적인 실태조사, 그리고 피해유형별 지원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또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해 피해 주택 경매 일시 중지와 긴급 주거 지원 제도의 개선, 가해자 엄벌과 함께 범죄수익 환수 등을 요청했다.
한편, 이날 추모제에는 더불어민주당 허종식(인천 동미추홀갑)·박주민(서울 은평갑) 국회의원을 비롯해 정의당 심상정 국회의원(경기 고양갑)과 문영미 인천시당위원장, 국민의힘 심재돈 동·미추홀당협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박귀빈 기자 pgb0285@kyeonggi.com
황남건 기자 southg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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