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가난도 대물림 직장도 대물림
"몬테크리스토 백작입니다."
공작 후작 백작 자작 그리고 남작. 우리에게도 익숙한 중세 유럽 귀족의 칭호입니다. 철저하게 계급화된 당시 사회에선 각기 부여받은 작위를 대물림하며 자자손손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죠.
근대를 지나 시민사회가 도래하며 이제 신분 계급은 용인되지 않는 세상이 됐습니다.
우리 헌법도 '사회적 특수계급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는데.
그런데 이를 비웃듯 오랜 기간 특권을 대물림해 온 곳이 있죠. 대표적인 게 노사 단체 협약에 우선 및 특별채용 조항을 두고 있는 기아 자동차입니다.
'정년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근속자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고 돼 있거든요.
지난해 기아차 생산직 공채 경쟁률은 500대 1이었습니다. 공무원 경쟁률과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인기지만 이걸 부모가 누구냐에 따라 그냥 패스할 수 있는 겁니다.
아니 어디는 채용의 공정을 위해 얼굴, 신분, 학력 다 가리고 블라인드 면접을 보는데 말이지요.
지난해 11월 고용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양지청은 기아차 노사에 해당 조항이 관련법에 위반된다는 공문을 보내고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그래서 비슷한 시기에 시정명령을 받은 LG유플러스와 현대위아 등 현재까지 54곳은 개선을 완료했지만 기아차 노조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계속 버티고 있습니다.
사실 정부의 시정명령을 받아들일지도 미지수입니다. 고용세습 특혜 조항을 고수하겠다고 버텨도 처벌은 500만 원 이하 벌금이 다 거든요.
부모 잘 만난 자녀들이 스펙 쌓고 좋은 대학 가고 이게 다 좋은 직장 얻으려고 하는 거고 그래서 욕을 먹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이런 과정조차 없이 부모 따라 내 노력과는 하등 관계없이 평균연봉 1억 짜리 직장에 들어간다고요?
고용세습을 없애라는 정부의 시정 명령에 노조 죽이기라며 단체협약 사수 투쟁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는 기아차 노조의 주장은 그간 노조 활동의 진정성마저 의심받게 합니다.
이젠 근로복 입고 머리에 띠 두르고 외친다고 약자처럼 보이는, 그래서 국민이 '그렇구나' 동조하는 시대는 갔습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가난도 대물림 직장도 대물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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