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사과 하루만에... 野지도부 “식대 수준 금액” 의혹 축소
“당 명운 걸려” “제2 창당 각오를”
돈봉투에 이재명 체제 최대 위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서 18일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실무자 기름값·식대 수준의 금액” “실제 전달은 안 됐을 수도 있다” 같은 말이 나왔다. 전날 이재명 대표가 대국민 사과를 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의혹을 축소하는 발언이 잇따른 것이다. 그간 당 상황을 관망하던 비주류는 “당 명운이 걸린 쓰나미 같은 위기” “제2 창당 각오를 해야” 등 표현을 써가며 “지도부 대처가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이낙연 전 대표 역할론까지 언급하는 등 “이재명 체제가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란 평가가 나왔다.
친(親)이재명계 좌장 4선 정성호 의원은 이날 “국민들이 전체적으로 큰 금액이라고 생각하지만, 금액이 대개 실무자들의 차비·기름값·식대 수준”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돈 봉투 리스트’에 ‘7인회’ 등 친명 의원들이 거론된다는 의혹에는 “이재명 측에서 전대에 개입한다는 소리 듣지 않게 하자는 입장이었다”며 부인했다. 그는 “그런 구체적인 금액을 주고받았다는 것을 송 전 대표가 알았다면 용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이날 돈 봉투 의혹을 부인하는 식의 발언이 이어졌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본지 통화에서 “돈 봉투가 얼마나 전달됐을지, 전달되지 않고 모으기만 했을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돈 봉투 내용이 확실하게 파악됐다면 검찰이 작년부터 휘몰아쳤을 것”이라며 검찰의 돈 봉투 수사가 ‘정치 개입’이라고도 했다. 장경태 최고위원도 “당 자체 진상 조사는 불가능하다”며 “조사를 한들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수사권도 없기 때문에 ‘자택에 가서 장롱 뒤져봐도 되겠습니까’ 할 수도 없다”고 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전대 때는 의원들이 바빠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며 “의원이 돈 봉투를 직접 수취한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거니와, 만에 하나 일부 실무진 사이에서 돈 봉투가 돌아다녔다고 해도 의원들이 그 구체적인 정황을 어떻게 다 파악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결국 당 입장에서도 검찰 수사의 구체적 내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검찰이 혐의를 입증하려면 돈 봉투 발송·수취인과 시간·장소까지 모조리 특정해야 한다”며 “수사가 녹취록에만 의존해 변죽만 울린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송 전 대표는 오는 22일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그는 돈 봉투 파문과 관련, 본인은 몰랐던 일이며 검찰의 ‘정치 수사’라는 입장이다. 민주당에선 이날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 등 결단을 촉구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송 전 대표가 조속히 입국해 해명할 건 해명하고, 설명할 건 설명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했다.
당 비주류는 이날 지도부 비판을 쏟아냈다. 방일 중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제2 창당 수준의 각오로 대처해야 할 문제”라며 “대충 넘길 일이 아니라 당이 뼈를 깎는 환골탈태를 해야 한다”고 했다. 친이낙연계 양기대 의원도 이날 장인상을 마치고 미국으로 출국한 이 전 대표의 향후 행보와 관련, “돈 봉투 의혹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본인(이 전 대표)이 귀국해서 어떤 역할을 찾지 않을까”라고 했다. 양 의원은 “이번 사건은 당의 명운이 걸린 사안”이라며 “석고대죄, 읍참마속하지 않으면 나중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김종민 의원도 본지 통화에서 “엄청난 쓰나미 같은 사건인데 당 지도부의 대응이 안일하다”며 “윤리 감각이 엄청 퇴화돼 있다”고 이재명 지도부를 비판했다. 그는 전날 이 대표의 사과에 대해서도 “어제의 조치 가지고는 안 된다. 더욱 단호한 조치,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관련자들의 자진 탈당 또는 출당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부동산 의혹 연루자들에게 탈당을 권유했던 송 전 대표와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이 일단 탈당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도망만 다니다간 검찰에 계속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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