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해외영업’ 삼성맨, 남아공 주요 서점서 ‘베스트셀러’ 올라
남아공 주요 서점인 ‘익스클리시브 북스’에서 베스트셀러 4위 등극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32년간 해외 영업의 최전선에서 삼성전자의 ‘글로벌 1위’를 일구는 데 일조한 윤성혁(전 삼성아프리카 총괄대표) 씨가 쓴 영문판 서적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윤씨는 지난 2021년 12월 말 국내에 ‘위기인가? 삼성하라!’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한 바 있다. 이 책의 영문판 서적인 ‘삼성맨의 성공으로의 여정’(The Samsung Man’s Path to Success)이 지난 3월말 남아프리카 출판사인 NB퍼블리셔를 통해 대중에 새롭게 공개됐다.
최근 해당 도서는 남아공 주요 서점 중 한 곳인 ‘익스클루시브 북스(EXCLUSIVE BOOKS)’의 ‘베스트셀러’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인이 남아공에 영문판 책을 출간하고, 현지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씨의 이번 영문판 서적 출간은 국내 도서 공개 당시 밝힌 약속을 지킨 것이다. 그는 지난 2021년 말 나온 한국어판 도서의 프롤로그에서 “내가 아프리카를 떠나오던 마지막 날, 호텔에서 삼삼오오 찾아온 50여명의 아프리카 현지 직원들이 이별의 아쉬움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나에게 말했다. 아프리카에서의 아름다웠던 추억과 지난 4년간 함께 만들어온 삼성 아프리카의 변화, 특히 우리도 할수 있다는 것을 책으로 꼭 남기고 알려달라는 부탁이었다. 나로서는 이들과의 약속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라고 쓰며 책 출간 이유를 피력한 바 있다. 이 프롤로그 공개 이후 약 1년 4개월 만에 아프리카 현지 동료들과의 약속을 지킨 것.
지난해 4월 윤씨는 남아공 이동통신업체 텔콤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번에 해외에서 발간된 영문판에는 텔콤 사외이사로서 이사회 회의 참석을 위해 남아공을 방문했을 때 잠시 겪은 짤막한 일화가 추가됐다. 지난해 9월 남아공 센추리온 쇼핑몰에 들린 윤씨는 우연찮게 그 곳에서 일하는 한 청소부로부터 “아프리카로 돌아왔느냐”는 급작스런 질문을 받게 된다. 그 청소부는 알고 보니, 윤씨가 삼성아프리카총괄로 일할 당시 지역 사무소를 청소하던 근로자였다. 그에게서 “다시 아프리카로 돌아오라”는 얘기를 들은 윤씨는 꼭 영문판 서적을 내 아프리카 사람들과 공유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앞서 ‘위기인가? 삼성하라!’를 통해 자신의 32년 해외 영업 경험을 회고했다. 애플과 소니 등 수많은 경쟁사를 뛰어넘고 세계 시장을 개척하며, 영업의 한 축을 담당한 자신이 겪은 100여개 실전 경험담을 담았다.
책에서는 삼성전자 영업맨이 파트너 기업들과 어떻게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지가 소개됐다. 2003년 미국의 대형 투자사인 피델리티에 공급한 3000만달러(약 350억원) 어치 18인치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를 전량 리콜해준 사건은 이 책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당시만 해도 브랜드 파워가 약했던 삼성은 IBM 상표를 붙여 모니터를 납품했다. 그런데 공급한 모니터 극히 일부에서 미세불량이 발견되자 최지성 당시 사업부장(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량 회수 결정을 내렸다. 당시 미국 현지에서 IBM을 담당했던 윤씨는 “이것이 삼성 책임경영의 한 사례”라며 “피델리티가 삼성의 전향적인 결정과 의사소통에 감동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이후 IBM과 피델리티는 삼성과 더 끈끈한 신뢰 관계를 형성하게 됐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1위로 도약하는 계기가 된 고객사와의 협력 관계 구축 과정도 소개됐다. 예를 들어 IBM의 경우 삼성전자에 모니터 사업 관련 노하우를 전수하는 동시에, 분기별 사업 리뷰를 통해 공급자인 삼성의 제품 로드맵, 매출 기여 정도, 공급망 관리 방식 등을 점검했다고 한다. 또 예기치 못한 재난상황에 대비한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함께 세우기도 했다.
미국 거대 유통사인 베스트바이로부터 확보한 TV 신제품 피드백 등을 동력으로 2006년부터 삼성은 글로벌 TV 시장 1위 자리에 오르게 된다. 제품별 공급망 관리 회의를 지속적으로 연 삼성은 베스트바이와 함께 향후 판매 계획 등을 수립하는 등 협력의 정도를 기존보다 한층 끌어올리며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애플과 스마트폰 사업 초기부터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했던 미국의 통신사 AT&T에 삼성이 2013년 ‘갤럭시S4 액티브’를 독점 공급하고, 출시전략·마케팅 등을 협력한 사례도 소개된다. 당시 삼성은 해당 제품을 통해 짧은 기간이었지만 아이폰에 북미 판매량을 최초로 앞섰다. 또 AT&T와 함께 공급자와 이동 통신사간 실시간 재고 관리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고, 관련 공급망을 강화하며 신뢰 관계를 두텁게 한 파트너십 사례도 공개된다.
윤씨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총괄한 아프리카 사업장에서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끌어올렸다. IBM 경험을 바탕으로 ‘컨틴전시 플랜’을 수차례 수립해본 그는 코로나19발 공급망 중단에도 중저가 제품 중심의 아프리카 수요를 파악해 관련 시장을 확대해나갔다고 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과거 글로벌 시장을 처음 개척할 당시 삼성의 선·후배들이 쌓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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