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축제로 북적였는데…발길 끊긴 문현곱창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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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동안 명맥을 이어오던 부산 남구 문현동 곱창골목이 사라지고 있다.
17일 밤 9시30분께 부산 남구 문현동 곱창골목.
돼지곱창은 1940년대 전후 동래군 서면 문현리(현재 문현동)에 있었던 가축시장과 도축장에서 탄생했다.
문현동 곱창골목은 2001년 영화 '친구'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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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 촬영지 칠성식당만 명맥
80년 동안 명맥을 이어오던 부산 남구 문현동 곱창골목이 사라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영화 ‘친구’의 촬영지로 명성을 얻으며 온 거리가 돼지 곱창을 맛보는 이로 북적였지만 재개발 등으로 유동인구가 줄면서 텅 빈 거리가 됐다.
17일 밤 9시30분께 부산 남구 문현동 곱창골목. 곱창 가게 5곳은 불 꺼진 채 문이 닫혀 있었고 거리는 지나는 사람 없이 한적했다. 영화 ‘친구’의 촬영지로 큰 사랑을 받았던 ‘칠성식당’ 본점만 불을 밝힌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때 이 가게는 연탄불의 자욱한 연기 속에 왁자지껄 떠드는 손님으로 가득했지만, 이날은 한 테이블에만 손님이 있었다. 칠성식당 관계자는 “밤 9시부터는 2차 ‘술시’인데도 한산하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거리에 차도 사람도 넘쳤지만 지금은 쥐 죽은 듯 조용해 우리가 마지막으로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문현동 돼지곱창은 노동자와 서민의 음식이다. 돼지곱창은 1940년대 전후 동래군 서면 문현리(현재 문현동)에 있었던 가축시장과 도축장에서 탄생했다. 일제강점기 이곳에서 도축한 소·돼지는 통조림으로 만들어 만주에 공수되고, 내장은 곱창구이로 만들어졌다. 1970~1980년대는 동구 범일동 방직공장과 감만동 연안부두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값싸고 푸짐하게 ‘고기 맛’을 볼 수 있는 음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문현동 곱창골목은 2001년 영화 ‘친구’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영화 속 깡패인 준석이 친구 상택과 해후하며 소주를 마시던 곳이 칠성식당으로, 연탄불 위에서 소주잔을 맞부딪치는 ‘부산형 누아르’의 분위기에 방문객이 많았다.
골목이 인기를 끌자 여세를 몰아 2002년부터 6년 동안 문현동 곱창골목 축제(국제신문 2002년 12월 24일 자 보도)가 열리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차츰 잊혀지다가, 코로나 유행 3년을 기점으로 급속도로 쇠락했다. 인근에 대규모 지역주택개발이 이뤄지며 주민 대다수가 동네를 떠났고 우암동 감만동 문현동 일대에 재개발로 유동 인구 자체가 감소한 영향이 크다. 서면·전포 상권이 점차 커지며 외식 수요를 흡수하는 것도 주요 이유다.
남구의회 이종현(국민의힘) 의원은 “오랜 세월 지역민의 추억이 깃든 명소지만, 인근 도시철도 역과 버스정류장에 안내판 하나 없다. 골목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방문객을 이끌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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