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섬유미술가 김철수 씨가 변방에 차린 예술 쉼터
[KBS 창원] [앵커]
다양한 섬유를 소재로 하는 섬유미술은 접할 기회가 흔치 않은데요.
미술관을 만들어 섬유미술 세계를 알리고 지역작가도 응원해 온 예술인을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도심 외곽, 농촌마을에 터를 잡은 작은 미술관.
섬유미술가 김철수 씨가 나무를 키우는 마음으로 공들여 온 곳입니다.
["25년 전에 봉고차로 이 팔뚝만 한 걸 메타세쿼이아 15그루를 심었는데 이렇게 아름드리가 (됐습니다.) 봄이 됐으니까 또 새 옷을 입힌다고 가벼운 걸로 이렇게 해봤습니다."]
나무와 같이 자란 미술관에서 작가는 사람과 예술을 연결합니다.
한해 농사 준비가 한창인 유등마을.
마을 집들과 동고동락해 온 미술관이 김철수 작가의 작업실입니다.
섬유미술을 공부하고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김철수 작가가 지역에 섬유미술을 알리기 시작한 곳입니다.
[김철수/섬유미술가 : "나염을 한 겁니다. 이게 바탕이 되어서 설치도 하고... 패브릭아트, 섬유, 조형, 염색 모든 것이 우리 전통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장모님이) 골무 이걸 한 땀 한 땀 1주일에 한두 개 만드셨어요."]
아흔의 장모님이 바느질한 골무와 매듭은 최고의 섬유예술작품.
섬유에서 예술적 가치를 발견하면서 섬유미술을 시작한 그에게 천은 가장 따뜻하고 유연한 소재입니다.
[김철수/섬유미술가 : "구하기도 쉽고 값도 싸고 또 확장성이 있어서 성을 싸는 사람도 있고 건물을 싸는 사람도 있고 호수를 덮는 사람도 있어요. 어머니들의 따뜻함, 포근함 그리고 섬세함, 여성스러움(이 있고.)"]
섬유미술이 생소하던 시절, 천에 독특한 디자인을 담는가 하면 염색을 응용한 이색작품들을 내놓았습니다.
붓으로 그림을 그리듯 염색의 발염기법으로 뿌리를 표현하고, 대형 설치작품 다산시리즈에선 토속신앙과 한국의 오방색을 접목했습니다.
["강원도에 늦가을에 가니까 처마 밑에 고추꾸러미가 이렇게 달려있더라고요. 큰 트럭으로 두 트럭분이 한 작품이에요. 10년간 11만 개를 염색하고 만들어서..."]
1999년에 경남 사설미술관 1호로 문을 연 미술관은 섬유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세상에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식물에서 뽑은 섬유 사이잘을 엮어 꿈을 표현한 작품, 염색과 매듭, 퀼트와 자수로 한국적 미를 살린 작품, 천연 옥으로 입체감을 더한 작품까지 한때 지역을 먹여 살리던 섬유산업을 예술로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지역의 젊은 미술작가 8명의 창립전이 열린 또 다른 전시실.
지역작가들에게 무료로 전시공간을 제공해 그동안 170회 넘는 전시회에서 3700여명의 작품이 소개됐습니다.
[조혜리/창원문화재단 인턴 학예사 : "지역 청년작가들에게는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뿐만 아니라 전시공간도 필요한데 이런 미술관이 있어서 청년작가들에게 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일찍 화가의 삶을 마감한 형의 유지대로 작가들을 위해 문턱을 낮춘 미술관에선 이제 스물다섯 돌 기념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추병곤/학예사 : "지역의 개성과 그 미술관만의 독특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그런 소소한 재미가 있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한테 그만큼 혜택이 돌아가는 거니까 아주 훌륭한 일을 하신다고 생각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셨는데 고기도 잡고 농사도 지으셨는데 돌아가셨어요. 빈집입니다."]
정든 이웃이 세상을 떠나고 빈집이 늘어나는 동안에도 묵묵히 마을을 지켰습니다.
["강변 농촌미술관으로써 삶의 휴식을 찾고 이런 자연을 보면서 한 번쯤 와서 둘러봤으면 참 좋겠어요. 나를 돌아보는 좋은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자연과 예술, 사람이 만나 쉬어가는 곳.
이것이 그가 꿈꾸는 미술관입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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