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틈새 노린 사우디·UAE… 값싼 러시아 원유 사서 배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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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가격이 하락한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
우선 사우디는 값싼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해 나프타, 디젤 등 원유 정제 상품을 수출하는 방식에 집중했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유럽에 수입되지 못했던 러시아산을 대신해 저렴한 사우디 정제 상품이 시장을 장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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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이탈로 우크라전쟁 장기화 가능성 커져
미국의 영향력 약화 뚜렷... "가치외교 고립돼"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가격이 하락한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아랑곳없이, 전쟁에 따른 '틈새 시장'에서 중동의 석유 부국들이 제 잇속만 챙기고 있는 꼴이다.
전쟁 변수 적극 활용하는 사우디· UAE의 '상술'
1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공개한 데이터 분석업체 '케이플러' 자료에 따르면, 사우디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하루 10만 배럴의 러시아산 원유를 자국으로 선적하고 있다. 연간 3,600만 배럴에 해당하는 양이다.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한 적이 없었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UAE도 지난해 6,000만 배럴의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분량이다.
양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철저히 '이익 극대화'에 따른 것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우선 사우디는 값싼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해 나프타, 디젤 등 원유 정제 상품을 수출하는 방식에 집중했다. 생산단가를 낮춰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사우디의 노림수는 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 시장에 그대로 먹혔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유럽에 수입되지 못했던 러시아산을 대신해 저렴한 사우디 정제 상품이 시장을 장악한 것이다. 실제로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지난해 1,611억 달러(약 212조6,800억 원)의 역대 최대 이익을 냈는데, 이 중 27%는 석유정제사업부에서 나왔다.
UAE는 러시아산 원유의 저장 및 거래 허브 역할로 쏠쏠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러시아에서 직수입된 원유엔 각종 규제가 따르는 점을 감안, UAE가 중간 경로를 자처하며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얘기다. 거래의 최전선에는 UAE 민간기업들이 있다. 이들은 최근 서남아시아와 동아프리카 국가에 러시아산 원유를 중개 판매해 큰 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압박 무시하는 중동… "꾸짖기만 하는 친구 안 좋아해"
사우디와 UAE의 실리적 선택은 의도와 무관하게,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라는 그늘을 드리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 최대 수입원인 원유 수출을 막아 전쟁 자금을 동결시키려던 서방 세계의 전략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으며, 종전도 그만큼 멀어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의 대(對)중동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앞서 사우디는 미국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 5일 러시아와 손잡고 유가 인상을 노린 원유 감산을 전격 결정했다. UAE도 올해 1월 "(민간기업들이) 대러 제재를 계속 회피하면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미국의 경고를 무시한 채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WSJ 칼럼니스트 월터 러셀 미드는 "(중동 등에서 민주주의 설교를 전제로 한) 가치외교만 고집한 미국은 국제 무대에서 점점 고립되고 있다"며 "(항상) 꾸짖는 친구를 좋아하거나 믿는 나라는 없다"고 지적했다. 실용주의적 접근은 없이, 과거의 '1강 시대' 외교 정책을 유지하면 제2의 사우디·UAE도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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