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먹지도 않았는데 8만원”…명동 노점 왜 이리 비싸

최재원 기자(himiso4@mk.co.kr) 2023. 4. 18.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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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A씨는 최근 아내, 초등생 자녀와 명동에서 길거리 음식을 사먹고 높은 가격에 새삼 놀랐다. 가족 셋이 배가 부를 정도로 많이 먹은 것도 아닌데 꼬치와 만두 등을 구매하는데 8만원이 넘게 지출된 것이다. A씨는 “아이에게 명동의 길거리 음식 문화를 소개해주려고 방문했는데 예상보다 음식값이 너무 비쌌다”면서 “이 가격이면 한식당이나 중식당 등 음식점에서 식사하는 게 오히려 가성비가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주요국 대부분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올 들어 한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들이 뿌쩍 늘어난 가운데 외국인들이 관광 1번지로 많이 찾는 명동의 길거리 음식값이 너무 비싸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범정부 차원에서 관광산업 활성화가 중요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바가지 음식값이 살아나는 관광 불씨를 꺼뜨릴 수 있어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중구 명동 일대에 늘어선 길거리 음식점에 사람들이 붐비고 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가 지난 15일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울 중구 명동 일대 길거리 음식 가격은 파악한 결과, 닭꼬치는 대부분 노점상에서 개당 5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코로나 이전 개당 2500~3000원 하던 것이 3년 사이 두 배 수준으로 뛴 것이다. 지난 주말 명동을 찾은 한 외국인은 닭꼬치 판매상으로부터 가격을 듣고 “너무 비싸다(so expensive)”는 말을 연신 반복했다.

핫바도 닭꼬치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노점에서 5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핫바의 경우 어묵전문점에서 3000원 전후, 가격이 비싼편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4000원 전후에 팔리는데 명동 노점이 더욱 비싼 것이다. 이밖에 냉동 소고기를 꼬치에 끼운 ‘스테이크 꼬치’는 개당 1만원, 케밥은 8000원, 랍스터구이는 2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대부분 음식이 높은 가격대에 팔리는 가운데, 방문객들 사이에서 특히 불만이 높은 음식은 군만두였다. 마트에서 1만원이면 약 20개 가량 들어있는 냉동 김치만두가 명동의 한 노점상에서는 4개에 7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아이들이 선호하는 회오리감자, 탕후루(과일꼬치), 과일주스 등도 모두 개당 5000원에 판매됐다. 그나마 계란빵이 개당 2000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같은 음식도 노점에 따라 가격 차이가 적지 않았다. 대로변에 가까운 곳일수록 대체로 비쌌다. 타코야끼는 6개에 1만원에 판매하는 노점이 있는가 하면, 또다른 노점에서는 5개를 5000원에 판매했다. 닭꼬치도 명동성당 인근의 상대적으로 유동인구가 적은 쪽에서는 개당 4000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음식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에 대해 명동 길거리 상인들은 원재료 가격이 너무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꼬치를 판매하는 한 노점상 주인은 “지난 3년간 음식 원재료와 인건비, 전기료 등이 많이 올라 남는 것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 시기 힘들었떤 상인들이 최근 관광객이 몰려들자 욕심을 과하게 부리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복수의 명동 상인들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해 11월 말부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전환한 이후 명동을 찾는 외국인들이 부쩍 늘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 1월 초 중국의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자 한국이 중국인에 대한 단기비자 발급을 중단하면서 2월까지 관광객이 줄었다가 3월부터 관광객 증가세가 뚜렷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장재호 서울대 푸드테크학과 교수는 “외국인들이 어쩔 수 없이 한두 번은 사먹지만 명동 음식이 비싸다는 불만이 SNS를 통해 공유되면 명동 상권 자체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서 “상인들 스스로가 길게보고 더많은 외국인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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