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김만배, ‘박영수가 대장동 사업에 보냈다’고 말해”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박영수 전 특별검사 요청으로 대장동 사업에 관여하게 됐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유 전 본부장은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성남에 와 있는 이유는 박영수 전 특검이 보내서 왔다’는 말을 김씨에게서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김씨가) ‘내가 박영수 꼬붕(부하)도 아니고 그래서 지켜보고 있는 것’ 정도로 말했다”며 “박 전 특검이 (김씨와) 관련이 있는 건 남욱 변호사 통해서도 듣고 있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증언은 검찰이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유 전 본부장, 정 전 실장 등과 유착하게 된 배경을 묻자 나왔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법적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김씨와 정 전 실장, 유 전 본부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이른바 ‘의형제’를 맺었는데, 정 전 실장 등은 김씨의 법조계 인맥과 정보를 높이 샀다는 것이다.
검찰은 2014년 6월29일 남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의 통화 녹취서도 제시했다. 녹취서에는 남 변호사가 ‘만배형이 처음으로 정(진상) 실장한테 대장동 얘기를 했대요. …박영수 고검장이 부르셔서 남(욱) 변호사 일 좀 도와주라고. 그래서 내(김만배)가 왔는데, 올해 이화영 의원 그 다음에 김태년 의원한테 얘기했는데 잘 안 돼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고 말한 내용이 담겼다. 검찰이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 있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김씨가 이전부터 종종 얘기해서 이미 다 알고 있던 내용”이라고 했다.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에 연루된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김씨 등이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를 준비할 때 컨소시엄 구성을 돕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청탁하는 대가로 거액을 받기로 약정한 혐의가 있다. 그런데 녹취록 내용과 유 전 본부장 증언은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사업 초기부터 깊숙이 관여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박 전 특검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박 전 특검 측은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사업에 참여하거나, 금융알선 등을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약속한 사실이 결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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