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값' 못하는 CJ ENM의 민망한 성적표
합병법인 출범 이후 꾸준히 흑자
팬데믹 위기에도 호실적 거뒀지만
지난해부터 수익성 악화 이어져
1분기 적자 리포트 잇달아 발행
주가 하락에 시총 순위 뒷걸음질
한국을 대표하는 엔터테인먼트기업 CJ ENM이 올 1분기에도 '어닝쇼크'를 기록할 전망이다. 아예 적자로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본 증권사도 있다. 주요 수익원인 TV광고 산업이 침체한 데다 이 회사의 글로벌 스튜디오인 '피프스시즌'이 적자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서다. 주가 흐름도 신통치 않다. 하이브, JYP엔터, 와이지엔터 등 경쟁사의 주가는 올 들어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CJ ENM의 주가 등락률은 되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CJ ENM 실적 전망이 갈수록 암울해진다. 4월 들어 이 회사의 실적을 분석한 국내 증권사 리포트가 총 7건 발행됐는데, 이중 3건이 영업이익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TV광고 시장이 비수기인 데다 이 회사 글로벌 스튜디오인 피프스시즌의 적자 행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3개월간 CJ ENM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11억원이지만, 일부 증권사의 분석은 달랐다. 교보증권은 CJ ENM이 올해 1분기 30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박성국 애널리스트는 "피프스시즌과 티빙에 투자를 집행하면서 5분기 연속 어닝쇼크를 기록한 가운데 경기침체 우려로 인한 광고경기 둔화로 투자 심리가 악화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말 신임 대표가 취임하면서 효율성 제고를 시도하고 있지만 실적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1분기 실적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면서 CJ ENM이 22억원의 마이너스 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디어 사업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인 TV광고 매출이 부진하면서 저조한 실적이 불가피하다는 거다. 목표주가 역시 13만4000원에서 10만5000원으로 끌어내렸다. 하나증권은 올해 1분기 CJ ENM이 43억원 적자를 낼 것이라면서 목표주가를 13만5000원에서 12만5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한화투자증권은 88억원의 영업이익 흑자를 예상하긴 했지만, 목표주가(12만원→9만5000원)를 크게 끌어내리면서 기업가치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일부 증권사의 예상대로라면 CJ ENM은 이전과는 다른 성적표를 받아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회사는 2018년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으로 출범한 이후 단 한번도 분기 영업이익 적자를 내본 적이 없다.
CJ ENM의 올해 실적 악화는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긴 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66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77.7% 감소한 수치였다. 그래서인지 CJ ENM은 올해 매출ㆍ영업이익을 추정할 수 있는 가이던스도 공개하지 않았다.
합병 첫해인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꾸준히 자체 실적 전망치를 내놨는데, 올해는 그 향방을 섣불리 예측할 수 없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CJ ENM은 올해 초 콘퍼런스콜에서 "사업부별로 중장기 전략 방향을 수립 중이어서 가이던스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지만, 지난해 영업이익 가이던스가 크게 빗나간 영향도 있다.
CJ ENM은 지난해 초엔 2022년 영업이익 가이던스로 2700억원을 제시했다가, 이후 1~3분기 연속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하자 가이던스를 1550억원으로 끌어내렸다. 하지만 실제 영업이익은 1373억원으로 하향조정한 가이던스에도 미치지 못했다.
실적 악화가 뻔한 상황에서 주가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CJ ENM의 올해 주가 수익률(18일 종가 기준)은 -19.58%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주요 엔터테인먼트 업종의 주가가 크게 반등했다는 걸 고려하면 주가 흐름 부진은 더 두드러진다.
하이브 주가는 올해 들어 48.99% 올랐고,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43.67% 상승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올해 들어 29.50% 치솟았다. 특히 JYP엔터와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주가는 4월에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CJ ENM의 시가총액(1조8464억원)은 하이브(10조6889억원), JYP엔터테인먼트(3조1167억원)에 역전당한 지 오래다. CJ ENM의 연간 매출이 하이브보다 2.5배, JYP엔터테인먼트보단 10배 더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과다.
그만큼 성장성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데, CJ ENM은 코스닥 시총 순위 20위권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국내 최고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꼽히는 CJ ENM으로선 민망한 수준의 순위다. CJ ENM은 과연 성장성을 입증해 낼 수 있을까.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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