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의 스타트업 기술 탈취…형사처벌 규정 신설해야"
(지디넷코리아=이지유 기자)"아이디어와 성과물 침해, 데이터 부정사용 등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신설이 필요하다."
재단법인 경청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5대 대기업 아이디어 탈취 피해기업 기자회견을 18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알고케어와 키우소, 프링커코리아, 닥터다이어리, 팍스모네 스타트업 5개사가 참여했다.
5개 스타트업들은 모두 대기업에 기술을 탈취 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프링커코리아는 LG생활건강이 프링커의 제품 기술과 디자인·콘셉트 등을 모방했다며 피해를 주장했고, 알고케어도 롯데헬스케어가 자신들의 기술을 도용했다고 밝혔다.
키우소는 농협경제지주가 출시한 앱이 농협중앙회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자사의 앱과 상당히 유사해 도용 피해를 입었다고, 닥터다이어리는 카카오헬스케어의 혈당 관리 서비스가 자신들이 제공하고 있는 기술과 유사한 점을 지적했다. 팍스모네도 신한카드와 아이디어 및 기술 탈취를 두고 분쟁 중이다.
먼저 헬스케어 스타트업 알고케어를 운영하고 있는 정지원 대표는 "롯데헬스케어에서 자사의 아이디어를 탈취한 제품을 출시했다"며 "이로 인해 공정위 및 특허청에 신고해 3월이후 롯데헬스케어 측과 합의를 위해 몇차례 만났지만 근본적인 갈등은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분쟁 과정에서 문제 해결 시간과 비용이 너무 크다"면서 "모든 것을 스타트업 대표 혼자서 해야 하기에 부담이 크다. 국회와 정부 및 관련기관에 대한 제도개선과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타투 프린터기 제품 판매 플랫폼을 운영 중인 윤태식 프링커코리아 대표는 "LG생활건강이 2019년 1월에 프링커 제품의 공급과 협업을 목적으로 수차례 문의를 해 기술적 내용을 전달하기 시작했다"며 "기업 고객들을 대상으로만 판매하던 제품을 자사의 브랜드 홍보 목적에 사용하고 싶다고 접근해 기기 구매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이어 자세한 기술적 문의가 이어지고, 특히 화장품 잉크 개발 관련 내용 문의와 협업 가능성 확인을 요청해 왔다. 이에 비밀유지계약서 사인 후 추가 협의할 것을 요청했는데, 2019년 6월에 LG생활건강 측에서 준비한 비밀유지계약서로 계약을 진행했지만 이후 모든 공식적인 소통은 단절됐다"면서 "비밀유지계약서에서 담당자로 지정된 LG생활건강 직원은 '타투 프린터' 라는 디자인 특허를 본인 창작품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LG생활건강은 홈페이지 윤리규범에 공정한 경쟁, 공정한 거래, 임직원의 기본윤리를 가장 큰 가치로 삼는다고 밝히고 있으면서, 최초 제품의 납품과 협업을 미끼로 해 기술적 정보와 제품을 확보하는 방법이 과연 LG생활건강에서 규정하는 윤리규범에 부합되는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목장관리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방성보 키우소 대표는 "2022년도 6월경 농협중앙회 계열사인 농협축산경제지주가 키우소에 위장가입해 키우소를 모니터링하는 것을 발견했다"며 "추후 연락을 통해 농협경제지주 디지털혁신팀 팀장이란 사실을 알았고 몇 번의 연락으로 사업협력을 제안받아 서울 본사까지 방문해 키우소 앱 서비스의 전반적인 설명회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후 연락이 없어 해당계정을 탈퇴시켰지만 이미 계정을 통해 143일 동안이나 접속해 우리 서비스를 모니터링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후 농협이 NH하나로목장이라는 이름으로 앱을 출시했을 때 앱 디자인 키우소와 유사도가 75% 비슷했다"면서 "이 부분으로 인해 농협경제지주에 지속적인 항의를 했으나, 자신들은 가입한 적은 있지만 모니터링한 적은 없다고 거짓 해명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고 덧붙였다.
방 대표는 "스타트업이 거대 대기업을 상대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하루 빨리 유명무실한 부정경쟁방지법 및 공정거래법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현실적으로 개선해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의 기술을 섣불리 침해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혈당 관리 플랫폼 송제윤 닥터다이어리 대표는 "카카오계열(카카오인베스트먼트, 카카오브레인)들이 지난 2020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지속적으로 자사에 기술협력 체결에 대한 요청이 와 협력을 하기 시작했다"면서 "이후 카카오의 계열사 중 한곳인 카카오헬스케어에서 지난 3월 초, 사업계획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이 자사가 2년 간 카카오계열에 전달한 내용과 동일했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단순히 한 두가지 사업이 겹친다면 우연일 수 있으나, 유료 멤버십·연속혈당측정기를 통한 관리·당뇨 커뮤니티 운영·AI 음식 기록 및 혈당·의료기기 연동·맞춤형 건강 리포트 등 모든 핵심기능이 동일하다는 것은 표절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며 "지난 3월 10일 카카오, 카카오헬스케어, 카카오인베스트먼트 3사에게 해당 사항과 관련한 내용증명을 보내 기술유출을 질문한 바 있으나, 카카오헬스케어에서는 관련내용을 모두 부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IT분야에서 어떤 대기업보다 강한 영향력을 가진 카카오가 이런식으로 영업기밀을 탈취한 후 편법 꼼수로 시장을 진입한다면 스타트업들은 향후 영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면서 "닥터다이어리는 2016년 이래로 국내에서 관련 시장을 개척/조성해왔으나, 카카오가 저희와의 NDA 및 파트너십 제안으로 획득한 영업기밀과 노하우를 악용하는 건 정말 '갑'의 횡포 그 자체"라고 말했다.
핀테크 플랫폼을 운영 중인 홍성남 팍스모네 대표는 "당사는 등록 특허 기술에 기초해 신한카드의 My송금 서비스가 당사 특허를 침해하고 있으며 상호간 협의로 해결하기를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신한카드는 당사의 피해회복 요청에 대해 근거없는 주장으로 치부하고 권리남용·영업방해·명예훼손 등을 거론하며 법률적 대응을 할 것이라 압박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신한카드는 특허등록무효 소송을 제기하며 일방적으로 당사 등록 특허는 무효임이 명백하다고 주장해,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해 왔고 빠른 협의를 위해 당사가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신한카드가 제기한 무효소송의 결과 확인을 위해 해당 민사소송도 무한정 지연돼 왔다"고 말했다.
아이디어 탈취 방지 정책개선 방안에 대해 설명한 경청 소속 박희경 변호사는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상 아이디어 침해와 데이터 부정사용, 성과물 침해의 경우에는 형사 처벌 규정에서 제외되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행정조사 범위 확대 및 실효성 강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 변호사는 "성과물 침해는 행정조사 대상에서 제외되고, 행정조사 대상인 아이디어 침해, 데이터 부정사용 등의 부정경쟁행위의 경우에는 이행 강제성 및 처분성이 없는 시정권고만 가능한 상황"이라며 "아이디어 침해와 성과물 침해, 데이터 부정사용 등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신설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성과물 침해의 경우 피해기업의 구제수단은 민사소송이 유일한 점을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시간과 노력, 비용이 별도로 투입돼야 할 뿐만 아니라 증거수집 과정에서부터의 어려움 존재한다"면서 "특허청의 행정신고 등의 절차를 활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개선방안에 대해서는 "성과물 침해의 경우에도 행정조사의 대상이 되도록 현행법 규정을 개정하고, 아이디어 침해, 데이터 부정사용 등의 부정경쟁행위의 위법성이 인정되는 경우 시정권고 이외에 시정명령까지 가능한 구조로 제도 개선이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지유 기자(chu@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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