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홍준표의 ‘군위, 대구편입’ 자랑이 한없이 부러운 이유는
광주-대구 중간지점서 ‘달빛동맹’ 영호남 단체장 3번째 공식 조우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강기정 광주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현역 광역단체장이다. 두 사람 모두 직설을 퍼붓기에 두 번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선이 굵은 정치인 출신이자 행정가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등 소속 정당과 성향 면에서 극단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홍준표 대구시장과 강기정 광주시장이 17일 오후 지리산에서 '달빛동맹'으로 '찰떡궁합'을 뽐냈다.
'영호남 우정의 비' 서 있는 지리산휴게소서 상봉
두 사람은 이날 오후 3시 전북 남원 광주~대구고속도로 담양방면 지리산휴게소에서 조우했다. 지난해 11월 광주시청에서 열린 민선 8기 달빛동맹 강화 협약식, 지난 2월 대구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63주년 2·28 민주운동 기념식을 상호 방문한 뒤 이번에 광주와 대구 중간 지점에서 세 번째 공식적으로 만났다.
광주·대구 공항 특별법 동시 통과 기념행사 및 달빛 고속철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특별법 공동 추진 업무협약식을 위해서다. 지리산휴게소는 광주와 대구 중간지점이자 '영호남 우정의 비'가 서 있는 양 도시 간 우호 협력을 상징하는 장소다.
이날 행사는 두 지역 숙원인 공항 특별법 통과를 서로 축하하는 자리였지만, 새로운 동맹 과제인 달빛 철도 특별법 추진 협약에 행사의 무게는 실렸다. '쌍둥이 법'으로 불린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 제정을 동시에 이뤄낸 두 시장은 가칭 달빛 고속철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특별법을 다음 목표로 설정했다. 달빛동맹의 공동과제를 하늘길에 이어 '철길'로 구체화한 것이다.
강기정 "추진력 '홍카콜라'한테 당할 수 없어" 덕담
양 시장은 덕담을 나누며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강 시장은 "저도 추진력 하면 빼놓지 않는 사람인데 '빨강 넥타이 사나이' '홍카콜라'한테는 당할 수가 없다"고 홍 시장을 한껏 치켜세웠다. 참석자들도 분위기를 띄웠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서구갑)의 말이다.
"특별법 통과를 위해 법사위와 본회의가 열리는 마지막 날 가슴을 많이 졸였다. 잘 아시다시피 법사위원장을 여당이 맡고 있어 무엇보다 막판에 설득을 많이 해주셔야 할 홍준표 시장께서 당에서 맡고 있던 직책(상임고문)에 잘려버렸다. 큰일났구나싶었다. 아마도 짐작컨대 홍 시장께서 '나는 잘려도 좋으니 광주와 대구 군공항법은 처리해라'라고 했을 것 같다"고 말해 좌중에서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홍 시장의 대구 편입이 확정된 경북 군위군에 대한 입에 침이 마를 정도의 자랑도 화제였다. 홍 시장이 협약식 본 행사에 앞서 열린 티타임에서 한 얘기다. "군위군의 대구 편입으로 우리는 광대한 땅을 얻게 됐다. 군위는 대구면적의 70%를 차지한다. 인구 30만명 규모의 에어시티를 만들 것이다. 군위군은 인구 소멸 1순위 지역이었다. 벌써부터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경북지역 뿐 만 아니라 충청도에서도 내려온다."
洪 시장의 '군위 자랑'에…잠시 '상념'에 빠진 姜 시장
홍 시장의 '군위 사랑' 얘기를 듣고 있던 강 시장은 배석자에게 군위군 인구를 묻고 "인구 2만3000명의 군이 30만명 도시가 된다니"라고 놀라면서 "부럽습니다"를 연발했다. 홍 시장의 얘기 도중 강 시장은 최근 광주 군 공항 이전과 관련 함평의 광주편입 논란이 문득 떠오른 듯 잠시 상념에 잠긴 모습도 보였다.
경북 군위군과 여려 면에서 사정이 엇비슷한 함평군은 인구소멸의 늪에 빠져 있고 뚜렷한 성장 동력도 없는 곳이다. 함평군의 현재 인구는 3만여명이다. 군위군의 2만3000명보다는 많지만 빠르면 올해 안에 2만 명대로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광주를 도너츠처럼 둘러싼 전남 6개 시군 중 가장 열악한 편에 속한다.
따라서 함평군으로선 이런 취약성에서 빠져 나오기 위한 가장 손쉬운 길은 광주편입이다. 광주시 입장에서도 바다가 있는 함평군과 통합하면 해양광역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원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카드다. 광주시청에서 함평 바다까지의 거리는 35㎞ 남짓이다.
하지만 광주편입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군위의 대구시 편입 당시에도 그랬지만 기득권을 가진 세력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당장 전남도는 땅과 인구를 빼앗기기 때문에 편입에 극구 반대다. 다급해진 김영록 전남지사의 행보가 이를 뒷받침한다.
김 지사는 달빛동맹이 열리는 이날 오전 광주 군 공항 이전과 관련해 이상익 함평군수와 면담했다. 김 지사와 이 군수는 이날 도청에서 만나 함평군이 광주 군공항 유치에 나선 배경과 함평군과 전남도 입장 등에 관한 얘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함평지역 내부에서도 농촌지역으로서 누리던 혜택이 사라질 수 있어 편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는 형편이다.
앞서 강 시장은 지난 3일 함평지역 일부 단체에서 군 공항 이전 조건으로 내세운 광주와 함평의 통합 추진 및 민간 광주공항 함평 이전 등과 관련, "경북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 결정 선례가 있으니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고 발언했다가 전남도와 도의회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다.
더 공고해진 15년 '달빛동맹'
영호남 화합을 이끄는 모델로 15년째 흔들림 없이 정착하고 있는 '달빛동맹'이 더 뜨거워진 모양새다. 이번 군공항 특별법 동시 국회통과와 달빛철도 추진에 맞손을 잡으면서다. '달빛동맹'이란 대구의 옛 명칭인 '달구벌'과 광주 '빛고을'의 앞 글자를 따 만들어진 말이다. 2009년 서울에서 열린 두 도시의 의료산업 발전 업무협약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달빛동맹은 그동안 다양한 성과를 냈다. 대구~광주 간 고속도로 조기 확장 등 SOC 분야와 3D 융합산업 육성, 전기자동차, 의료, 신재생에너지 등 4개 분야 경제산업 분야에 대한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는 전략적 제휴를 잇달아 맺고 있다. 숙원사업인 달빛내륙철도 등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이날 협약식이 열린 현장 분위기와 열기는 두 시장의 우정만큼이나 뜨거웠다. 광주와 대구에서 먼길을 달려 온 참석자들은 양측의 덕담이 이어질 때마다 큰 박수로 호응했다.
행사에 참석한 한 광주시민은 "광주와 대구가 지역 간 경계를 허물고 한마음 한뜻으로 지방시대를 이끌고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뜻을 모은 것에 함께 축하하고 응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성과를 바탕으로 달빛동맹이 더욱 견고해지는 것 같아 더욱 의미 있고 즐거운 자리였다"고 덧붙였다.
광주시 관계자는 "달빛동맹은 상생 발전은 물론 국민 대통합의 선도 모델로 계속 발전하고 있다"면서 "민간 부문으로 더욱 확대해 공존과 번영의 대표적이고 모범적인 지역 협력·상생 모델로 인식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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