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영의 겜성월드] `표절 논란` 잇따르는 게임업계, 유저 피해 우려 목소리도↑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웹젠과 저작권 소송
콘텐츠 기준 정립…지식재산권 보호 기대감
유저들 서비스 종료·보안문제 등 피해 우려도

아이언메이스의 '다크앤다커'. 공식 홈페이지 캡처

국내 게임 업계가 표절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저작권 침해는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이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유저 몫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최근 판교에서 표절 시비가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넥슨과 아이언메이스,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 간 저작권 소송이 대표적이다.

게임업계의 표절 논란은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엔씨소프트만 보더라도 카카오게임즈·엑스엘게임즈 외에 웹젠의 'R2M'과 소송을 진행 중이며 과거에는 넷마블의 자회사 이츠게임즈과도 분쟁을 겪었다. '배틀그라운드'의 개발사 크래프톤은 지난해 1월 싱가포르 게임 업체 가레나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냈다.

게임은 그간 저작권이 인정되는 범위가 좁은 분야에 속했다. 산업 특성상 표절 시비를 가리기 어려운 데다 장르적 유사성을 놓고 해석이 비교적 관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9년 대법원이 영국 게임사 킹닷컴과 국내 게임사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간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고 게임 산업에서도 저작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실제 넥슨은 아이언메이스에 소송을 제기하며 "이번 사건은 단순한 회사의 이익 침해를 넘어 게임업계는 물론 더 나아가 창작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콘텐츠 제작 영역과 관련 산업의 생태계 자체를 훼손시키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엔씨소프트 또한 카카오게임즈·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 사실을 밝히면서 "이번 법적 대응은 IP(지식재산권) 보호뿐 아니라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게임 콘텐츠 저작권 기준의 명확한 정립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게임업계에서는 이번 소송과 함께 늦었지만 표절 기준을 세우는 등 게임 분야에서 저작권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뒤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잇단 소송이 국내 게임업계에 울려 퍼지는 일종의 '경종'으로 향후 다양하고 참신한 게임이 개발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게임 표절 시비가 발생할 때마다 피해는 결국 유저가 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작권 소송이 제기되면 유저들은 시간과 비용을 들인 게임이 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저작권 침해 논란으로 돌연 서비스를 종료하는 사례가 다수 있었다. 1985년 발매된 닌텐도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소스를 바탕으로 최대 75명의 플레이어가 배틀로얄을 벌이며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마리오 로얄'은 지난 2019년 닌텐도 측이 저작권 침해를 경고하자 사과문 게재와 함께 서비스를 종료했다. 지난 2020년 국내 게임사 텐나인이 출시한 액션 RPG(역할수행게임) '귀살의 검'은 일본의 인기 만화 '귀멸의 칼날'과 국내 인디 개발사 코드캣의 모바일 게임 '소드마스터 스토리'를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출시 6일 만에 종료 수순을 밟았다.

최근에는 서비스 종료에 더해 보안 문제 우려까지 등장했다. 넥슨과 소송을 벌이고 있는 아이언메이스는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퇴출 조치를 받아 5차 알파테스트를 진행할 수 없게 되자 P2P(개인 간) 파일공유 플랫폼인 토렌트를 활용해 클라이언트를 배포하면서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토렌트는 특성상 유저들이 악성코드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공식 사이트를 이용해 배포하는 등의 방법도 있었을 텐데 아이언메이스의 행보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게임 표절 소송은 양사 간 합의가 이뤄지며 원만히 마무리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엔씨소프트가 카카오게임즈·엑스엘게임즈와 소송에서 서비스 중지 가처분 신청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내들지 않은 점도 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표절 논란은 유저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고 국내 게임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대책이 절실한 것으로 보인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지난 12일 개최한 2분기 미디어 간담회에서 "일반론적으로 저작권은 당연히 보호돼야 한다"며 "누군가가 각고의 노력으로 창의한 것을 쉽게 가져다 쓸 수 있다면 그 자체도 부당할 뿐더러 산업 전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