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재난급 전세사기` 청년민심 들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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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못버티겠다. 자신이 없어." "엄마 2만원만." "경제적으로 힘들다."
인천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사건 피해자들의 유서 속에 담인 죽음의 절규다.
하지만 '전세보증금이 8000만원 이하여야 한다'는 조항에 걸려 한푼도 받지 못했다.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언론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불신이 빚어낸 사회적 재난"이라면서 "사회 공동체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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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액 눈덩이… 전국으로 확산
"왜 또 우리냐" 젊은층들 박탈감
전문가"정치논쟁땐 총선서 심판"
"더는 못버티겠다. 자신이 없어." "엄마 2만원만…." "경제적으로 힘들다."
인천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사건 피해자들의 유서 속에 담인 죽음의 절규다. '건축왕' K씨(61·남) 등은 지난해 1~7월 인천 미추홀구 일대 공동주택 161채의 전세보증금 125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 챘다. 이들은 구속 기소돼 '법의 심판'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피해자들에게 '법의 구조'는 전무했다.
지난 18일 숨진 A 씨(31·여)는 경매에 넘겨진 아파트에서 최우선변제금 2700만원이라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전세보증금이 8000만원 이하여야 한다'는 조항에 걸려 한푼도 받지 못했다. 지난 14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20대 남성 B씨(26·남).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남동산단 등에서 일하며 모은 전 재산 9000만원을 모두 날렸다.
이 사건의 최초 희생자인 C 씨(39·남). 그 역시 소액임차인 전세금 기준액에 걸려 전 재산을 잃었다. C 씨는 지난 2월28일 죽음으로 쓴 유서에서 "나라는 제대로 된 대책도 없고… 이게 계기가 되서 더 좋은 빠른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C씨의 외침은 공허했다. "그러기에 잘 알아봤어야지"라는 사회의 싸늘한 시선과 정부의 안일한 대책만이 메아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두명의 젊은 목숨이 더 희생됐다.
미추홀 전세사기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다.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수도권을 넘어 부산·광주·제주 등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세 명의 동년배를 잃은 젊은 층은 들끓고 있다. "왜 또 우리냐"라며. 소득과 일자리는 줄고, 빚은 늘고 있다. 상대적 박탈감에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고 코인에 투자했다. 돌아온 것은 고금리와 경기침체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평생 갚을 수 없는 부채 청구서 뿐이다.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언론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불신이 빚어낸 사회적 재난"이라면서 "사회 공동체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뒤늦게 나섰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부랴부랴 전세 사기 주택에 대한 경매 중단 조치 검토 등을 보고했다. 정치권도 모처럼 한목소리로 "중대한 민생 범죄"라며 "피해자 절규에 응답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여전히 땜질 처방이고, 각자의 정치적 셈법이 숨어있다.
시민단체도 나섰다. 여기에도 골 깊은 이념 갈등이 도사리고 있다. 전세 사기를 진단하는 출발점부터 '정부의 무분별한 전세자금 대출 부추기기'(진보 진영) 대 '적절한 대처 실패로 집값 폭등을 야기한 탓'(보수 진영)으로 갈리고 있다.
홍성철 교수는 "젊은 층에게 이번 사건은 충격울 넘어 분노로 다가서고 있다"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제대로 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정치권이 이번에도 또다시 이념 논쟁, 정치 논쟁을 벌인다면 내년 총선에서 여론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화균기자 hwak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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