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월드컵서도 '무지개 완장' 논란 일까…FIFA 결정에 쏠리는 눈
사회 문제에 거침없는 여자 선수들…NYT "FIFA, 역풍 맞을 수도"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카타르 월드컵을 시끄럽게 했던 '무지개 완장'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여자 월드컵에서는 허용될지 국제축구연맹(FIFA)의 결정에 이목이 쏠린다.
기존 '불허' 정책을 고집한다면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여자 선수들의 반발이 예상돼 카타르 대회보다 더 큰 진통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뉴질랜드와 함께 여자 월드컵을 여는 호주가 선수들이 성소수자 문제 등 사회 이슈에 자유롭게 의견을 내게 독려하겠다고 최근 공개적으로 지지한 터라, 이제 공이 FIFA에 넘어간 상황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지지로 해석되는 이 완장을 금지한 명분이 '복장 규정'인 만큼 FIFA의 전향적 결단이 없다면 이번에도 완장을 찰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호주축구협회의 제임스 존스 최고경영자(CEO)가 규정상 예외를 두는 쪽으로 FIFA와 논의 중이라고 스카이스포츠에 밝혔지만, 아직 FIFA는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17일 '월드컵서 항의 묵살한 FIFA, 올해 더 강력한 역풍에 직면할 수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FIFA의 현 기조에 대한 호주 여자 선수들의 반발심을 전했다.
호주 대표팀의 공격수 에밀리 지엘닉은 "지난 카타르 월드컵은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무엇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제대로 보여줬다"며 "일부 팀은 옳은 것을 대변하려 했다. 카타르에서 월드컵을 열어서 여러 이유로 논란이 많았다"고 꼬집었다.
지엘닉이 언급한 '논란'의 중심에는 무지개색으로 채워진 하트에 숫자 1이 적한 원 러브(One Love) 완장이 있다.
개막 전 잉글랜드·독일·네덜란드·벨기에·웨일스·스위스·덴마크 등 유럽 팀 주장들이 이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서기로 해 주목받았다.
이 완장 캠페인이 성 소수자를 지지하는 뜻에서 시작돼 동성애를 형사 처벌하는 개최국 카타르에 항의하는 뜻으로 해석돼서다.
그러나 FIFA가 착용 시 옐로카드 등 강력한 징계도 불사하겠다 경고하자 결국 유럽 팀이 두 손을 들었다.
장비 규칙 13조 8항 1호에 따라 FIFA가 허용하는 완장만 착용할 수 있다는 게 FIFA 측의 설명이었다.
그러자 복장 규정은 명분일 뿐, 최근 정치적 구호라도 인권과 관련된 주제라면 문제 삼지 않았던 FIFA가 이중잣대를 보였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슬람 율법을 강제하며 성소수자를 용인하지 않는 개최지 중동의 입김 때문에 해당 결정이 나왔다고 본 것이다.
NYT에 따르면 대회가 임박해도 침묵을 지키던 FIFA는 지난해 11월 20일 돌연 유럽 팀 대표자들을 소집해 이 완장이 카타르와 타 이슬람 국가에 대한 '도발'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이 신문은 회의에 참여한 유럽 팀 관계자를 인용, FIFA 고위 인사가 완장을 허용하는 것은 아프리카 팀이 과거 유럽의 식민 지배에 대해 경기장에서 항의해도 된다고 용인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FIFA는 이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지만, 대회의 '정치화'를 우려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번 여자 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 중 임금, 성차별 등 각종 사회 문제에 거침없이 목소리를 내온 '유명 인사'가 많아 더 큰 정치적 충돌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지난 2월 잉글랜드 여자 대표팀의 주장 리아 윌리엄슨은 이 완장을 차고 월드컵에 뛰고 싶다고 공개석상에서 밝혔다.
앨릭스 모건과 메건 러피노 등 미국 대표팀 주축 선수들은 남자 선수들보다 적은 경기 수당을 받는 게 불합리하다며 6년에 걸친 법적 투쟁을 벌였다.
지엘닉은 여자 선수들에게는 이런 큰 규모의 국제 대회가 사회 문제를 알리는 중요한 기회로 여겨진다며 "물론 그중 일부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FIFA는 지난달 말 이 완장을 착용해도 되냐는 일부 팀의 문의를 받았다고 시인했지만, 구체적 답변은 피했다.
FIFA는 지난달 29일 공식 트위터에 "회의에서 여자 월드컵의 장비 규정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며 "결정된 바 없다고 말씀드린다. 각국 선수·협회와 계속 대화할 것"이라고만 썼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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