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뒤바뀐 갑을관계… 건설사 요구 귀 기울이는 조합들

박순원 2023. 4. 1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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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재개발 조합과 건설사 간 역학관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부산 한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가 계약서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으로 공사비 인상을 요구해도 조합은 이를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재개발 프리미엄이 떨어진 상황에서 시공사까지 사업을 포기하게 된다면 재개발 사업은 추진 동력을 잃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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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교체 으름장'과 대조적
재개발 추진동력 상실 우려에
부산 대연3 공사비 50% 증액
공사 초기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연합뉴스 제공>

부동산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재개발 조합과 건설사 간 역학관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재개발 조합은 지난해 상반기 까지만 해도 시공사에 '절대 갑'으로 군림했다. "건설사는 많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시공사를 교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건설사가 계약서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으로 공사비 인상을 요구해도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갑을 관계가 역전된 것은 아니지만 힘의 균형은 맞춰지고 있는 것이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부산 남구 대연3구역 재개발 조합은 시공사 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 사업단에 지불할 공사비를 기존보다 50% 증액하기로 했다. 도급 계약서 상 착공 이후 물가 상승분은 공사비에 반영할 수 없게 돼있지만, 시공사 요구에 따라 계약 내용을 변경키로 한 것이다.

앞서 롯데건설·HDC현산은 이 구역 공사비를 기존보다 약 50% 가량 올려줄 것을 조합에 요청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건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점 등을 대연3구역 공사비에 반영해달라 요구한 것이다. 건설 주요 자재인 철근·시멘트 가격은 러-우 전쟁 발발 이전보다 30% 가량 오른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건설 원자재 값이 급격히 올라 시공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재개발 조합에는 양해를 구하고 공사비 인상이 필요하다고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 조합이 귀책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시공사 공사비를 인상한 사례는 부동산 호황 당시 나타나지 않던 모습이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부산 주요 재개발 조합이 도급계약서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을 이유로 시공사의 시공권을 박탈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사례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3구역 조합은 2021년 시공사 대우건설·HDC현대산업개발의 시공권을 박탈했다. 건설사가 컨소시엄 형태로 시공한 아파트는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시공권 박탈 이유였다. 또 부산 진구 촉진3구역 조합은 지난해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I PARK)' 주택 브랜드 가치 하락이 우려된다며 지위를 해임했다.

부산 한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가 계약서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으로 공사비 인상을 요구해도 조합은 이를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재개발 프리미엄이 떨어진 상황에서 시공사까지 사업을 포기하게 된다면 재개발 사업은 추진 동력을 잃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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