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기후행동특사 “독일, 탈원전해도 아무 문제 없다고 확신한다”
“독일은 완전한 핵 폐기를 이행 중이다. 이런 전체 프로세스를 다시 뒤집을 수는 없다.”
한국과 독일 사이의 기후변화 대응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15일 방한한 제니퍼 모건 독일 국제기후행동특사는 지난 16일 서울 성북동 주한독일대사관저에서 <한겨레>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모건 특사와의 인터뷰 직전 1961년 첫 원전 가동 이후 37개의 발전용 원전을 운영했던 독일은 15일(현지시각) 자정을 기해 마지막까지 가동 중이던 엠스란트·네카베스트하임2·이자르2 등 3개 원전을 멈춰세웠다. 2011년 3월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를 계기로 ‘탈핵’을 결정한 지 12년 만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독일 시민들 사이에선 원전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상황이다. 모건 특사는 이와 관련 독일의 탈핵이 ‘불가역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독일 정부는 모든 것을 검토해 탈원전을 해도 아무 문제 없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며 “초당적 결정으로 더 안전하고 더 깨끗하고 더 저렴한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해나가는 것을 변경하지 않고,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전환, 에너지 효율 분야에서 더 속도를 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모건 특사는 미국 출신 환경운동가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 사무총장으로 일하다 바로 독일 외교부의 차관급 국제기후행동 특사로 임명돼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특히 그는 그린피스 사무총장 재임 시기인 2021년 4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을 결정하자 “21세기에 방사성 오염수를 의도적으로 태평양에 쏟아붓는 일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며 일본을 강력 비판한 바 있다.
모건 특사는 이날 인터뷰에서 당시 발언을 상기 시키자 “이 문제(후쿠시마 원전 사고 및 이후 오염수 해양 방출 계획을 둘러싼 논란)만 봐도 원자력이 왜 미래가 될 수 없는지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주변국들에게 이 문제는 심각한 문제이고 심각하게 다루어져야 할 사안”이라며 “당연히 일본이 주변국들의 우려에 귀를 기울이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모건 특사는 또 최근 한국 정부가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14.5→11.4%)로 축소하며, 그 대안으로 국제협력 메카니즘을 활용하는 국외 감축분을 늘린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도 “상쇄(온실가스를 직접 줄이지 않고 외부 감축활동으로 대체하는 것) 방법은 문제가 많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이와 관련 “국가 목표를 어떤 식으로 달성할지는 자국이 결정해야 하지만, 글로벌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실가스 감축량이 이중으로 계산될 가능성 등의 기술적 문제가 남아 있고, 기업들의 감축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모건 특사는 최근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해 탄소를 줄이는 노력을 하지 않은 제품에 관세를 물리기로 한 것을 언급하며 “(불확실성이 높은 국외 감축분 확대에 의존하기보다는)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탈탄소를 달성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건 특사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한국과 독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방한해, 한국 정부 관계자 뿐 아니라 비정부기구(NGO) 관계자까지 두루 만나는 바쁜 일정을 마치고 16일 떠났다. 다음은 모건 특사와 한 인터뷰 전문이다.
―독일이 16일부터 탈원전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탈원전에 대한 반대론도 높은 것 같다.
“핵은 안전하지 않고,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비싸기 때문에 다른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초당적 합의가 있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생각해야 할 책임이 있다. 독일은 모든 것을 검토했고 탈원전을 해도 아무 문제 없다는 그런 확신을 가지게 됐다.”
―앞으로 독일의 정치적 지형이 바뀌고 에너지 위기가 심화될 경우 다시 원전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아니다. 지난 20년 동안 에너지 믹스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22%에서 5%까지 내려갔다. 현재 우리는 완전한 핵 폐기를 이행 중이다. 이런 전체 프로세스를 다시 뒤집을 수는 없다. 우리는 재생에너지, 에너지 전환, 에너지 효율 분야에서 더 속도를 낼 것이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 대응을 위해 원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원전은 기후변화의 대책이 될 수 없다. 우리는 7년 내로 배출가스를 2분의1로 줄여야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그러려면 신속하게 더 저렴하고 더 안전하고 확실한 에너지원을 찾아야 하는데, 유럽의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는 공기가 연장되고 비용도 올라서 부분적으로는 경제적 이유로 중단한 경우도 있다. 원전을 계속 지으면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서 나오는 우란(우라늄의 독일식 표현) 의존도가 높아지게 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해결책이 아니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추진해 한국과 태평양 도서국가 등 주변국 시민들이 우려하고 있는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 문제만 봐도 원자력이 왜 미래가 될 수 없는지 잘 알 수 있다. 당연히 지속 가능한 방식의 해결책을 찾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독일은 깨끗하고 안전한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되기 바란다.”
―그린피스 사무총장 때 “21세기에 방사성 오염수를 의도적으로 태평양에 쏟아붓는 일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고 강력 비판한 바 있는데.
“지금은 그린피스 사무총장이 아니고 독일 정부 특임관으로 있다. 나는 당연히 일본이 주변국들의 우려에 귀를 기울이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주변국들에게 이 문제는 심각한 문제이고, 심각하게 다루어져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지난주 한국 정부가 산업체들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일부 덜어주면서 국제협력을 통한 국외 감축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수정했다. 이에 대해 현실성 없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독일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65%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 목표는 한국처럼 외국에서 상쇄하는 부분 없이 전적으로 국내에서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오프셋(상쇄) 방법은 문제가 많다. 기술적으로도 굉장히 복잡하고, 감축량이 이중으로 계산될 수 있는 등 문제가 많다는 보고서들이 있다. 적용하기 위한 국제표준도 아직 없다. 파리협정 제6조에 대략적 내용이 있지만 구체적인 세부사항이 아직 없다. 내가 알기로는 국가감축목표(NDC) 대신에 배출권을 사오면 안 된다. 어떤 식으로 국가 목표를 달성할지는 자국이 결정해야 하지만, 글로벌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가를 봐야 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전 세계가 이번 세기 중반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해야 한다고 했는데, 늦지 않게 탄소중립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할까?
“가능하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2030년까지 글로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인데, 아이피시시는 우리에게 2030년까지 배출량을 2분의1로 줄이는 데 필요한 기술이 있다고 평가한다. 그래서 이행이 중요하고 리더십이 중요하다. 독일은 에너지 전환에 굉장히 속도를 내고 있다. (다음달 일본에서 열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이 이슈가 다뤄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한국 대통령도 가시면 우리 숄츠 총리를 만나 한국과 독일이 함께 탈탄소를 통해 부를 창출하는 문제를 논의하면 좋겠다.”
―오는 11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제28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회의(COP28)가 열리는데 여기에서는 어떤 문제들이 중요하게 논의될 것 같은가?
“두바이 회의는 최초의 ‘글로벌 스톡테이크’(Global stocktake·파리협정에 따라 전 세계의 탄소배출량을 점검하는 과정) 회의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우리가 파리에서 결의했던 목표들이 달성을 향해 제대로 가고 있는가 살펴봐야 한다. 분명한 것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아직도 굉장히 빈틈이 많다는 것이다. 1.5도가 우리의 목표지만 현재 대로 가면 2.6도 상승이 예상된다. 따라서 전환 로드맵을 통해 빈틈을 메꿀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한국 시민들에게 특별히 전하고 싶은 말은?
“한국과 독일은 유사점이 많다. 동일한 가치를 공유하는 점도 있지만 경제 구조도 굉장히 비슷하다. 그래서 양국의 협력이 좀 더 심화됐으면 좋겠다.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지금은 굉장히 시간적으로 절실하고 리더십이 중요한 순간이다. 그래서 한국의 대통령과 독일의 총리가 함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면 세계에 굉장히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기후위기와 탈탄소는 도전이자 기회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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