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게 성공인가요?"···칸 입성한 '몸값' 주역들의 설렘
K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 명맥을 '몸값'이 잇고 있다. 배우들의 꿈의 무대인 칸에서 K콘텐츠의 인기를 몸소 실감하고 있는 진선규, 전종서, 장률은 자신의 꿈에 한 발짝 다가갔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몸값'(극본 전우성/연출 전우성)이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6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장편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이는 국내 OTT 중 최초다. 제1회 때 후보에 올랐던 tvN '마더' 이후 국내 드라마 중에서는 두 번째 진출이다. 현지에 있는 배우 진선규, 전종서, 장률은 화상 인터뷰를 통해 국내 매체와 만나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진선규는 "칸에 오게 된 건 가문의 영광이다. 여기서 지내면서 설레고 떨리는 마음"이라며 "이름이 알려지기 전부터 꿈을 꾸던 자리다. 그 꿈이 이뤄진 순간,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률은 "칸에 온 건 처음이다. 열심히 준비했고, 재밌게 촬영한 '몸값'으로 오니 더욱 행복하다"고 기쁨을 표했다.
지난 2018년 영화 '버닝' 이후 두 번째로 칸을 찾은 전종서는 "5년 만에 오니 감회가 새롭다. 공항에서는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밖에 나가보니 아니더라"며 "날씨도 다르고 분위기도 달랐다. '몸값'을 찍을 때까지만 해도 너무 힘들어서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아서 그런지 더 기쁘다"고 미소를 보였다.
배우들은 칸 초청 이후 가족과 지인들로부터 큰 축하를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진선규는 "아내가 배우라 내 마음을 이해하더라. '다음에 꼭 같지 가자'고 말했다"고 했다. 장률은 "소식을 듣고 부모님께 바로 전화를 드렸다. '이게 성공인가요?'라고 했더니 정말 기뻐하셨다"며 "자주 연락을 못하고 지냈던 지인들에게까지 축하 전화가 왔다"고 뿌듯함을 표했다.
설레고 긴장되는 마음을 갖고 있는 배우들은 칸에 도착한 걸 서서히 실감하고 있었다. 칸의 아름다운 해변과 야경 속에서 현지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기쁨을 만끽한 것이다. 진선규는 "비행기 내리자마자 칸 해변을 쭉 뛰었다. 그때 실감 나더라"며 "공항에서는 사인 요청을 받았는데, 내가 했던 작품들의 사진을 가져오셔서 정말 신기했다"고 회상했다.
전종서는 "야경이 좋았다. 20분 정도 걸으니 '여기는 칸'이라는 마음이 들었다"며 "'몸값' 포스터나 내가 출연했던 다른 영화의 포스터를 보여주신 분들이 계셨다"고 떠올렸다. 장률은 "도착해서 사진을 찍고, 가족에게 보냈는데 정말 기뻐했다. 그때부터 실감이 난 것 같다"고 말했다.
'몸값'은 국내 OTT 작품 중 최초로 칸 장편 부문에 초청받은 작품이다. 장편 경쟁 중 최초로 초청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로써 '몸값'은 '최초의 최초'라는 수식어를 얻게 됐다. 배우들은 이전부터 분 K콘텐츠의 열풍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진선규는 "모든 사람들은 최초에 의미를 좋아하지 않냐. 오랫동안 남을 것"이라고 했다.
수식어를 얻을 정도로 글로벌 팬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몸값'의 저력은 무엇일까. 장률은 "원테이크라는 특수성 덕이다. 3시간 반의 러닝 타임 동안 한 포맷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건 도전적인데, 그 부분을 좋게 봐주신 것"이라며 "배우, 스태프의 열정이 작품에 잘 담긴 것도 비결"이라고 자랑했다.
진선규는 "같이 출품된 9개의 작품들과 장르적으로 다르다. 파격적인 면이 있다"며 "이야기의 큰 흐름 속에서도 각 캐릭터들의 매력이 보이는 게 비결"이라고 꼽았다. 그러면서 "원테이크 기법은 내가 그 작품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매력이 있다. 캐릭터와 같이 탈출하는 체험적인 요소가 있는 것"이라며 "같이 스트레스 받고, 같이 숨통이 트이는 걸 공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텔을 배경으로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를 다룬다. 한국적인 이야기가 글로벌 팬들에게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간 건 하루 이틀이 아니다. '가장 한국적인 게 세계적'이라는 말이 '몸값'에도 적용된 것이다. "콘텐츠를 개발할 때 해외를 목적으로 두고 만들지 않았어요. 우리 정서와 상황, 이야기를 만든 건데 관심을 가져준 거죠. 우리 것이 가장 세계적이에요."(진선규)
"여고생을 상대로 흥정하는 이야기, 또 분위기가 지극히 한국적이에요. 한국식 유머와 관계성이 글로벌에 통한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심각한 상황이지만, 멀리서 보면 블랙 코미디로 보이는 연출 방식도 재밌게 다가간 것 같죠."(전종서)
배우들은 앞으로도 K콘텐츠의 매력을 세계에 알리길 꿈꾼다. K콘텐츠 열풍의 명맥을 잇고 싶은 마음이다. 전종서는 "우리만이 가진 콘텐츠와 기술력, 매력은 다른 나라에서 모방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배우로서 더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들의 꿈의 무대인 칸에 진출한 이들은 다음 목표를 설정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다양한 고민과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거라고.
"다른 해외 영화제에 가보고 싶어요. 좋은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줘야 되는데, 그게 가장 힘들죠. 이건 제게 오래 지켜나가야 될 꿈이 됐어요."(진선규)
"앞으로 계속 작품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OTT로 기회가 많은 것 같죠. 이 기회 앞에서 제가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하는 중이에요. 한국에서 다양한 작품을 하면서 많은 분들과 소통할 수 있길 바라요."(전종서)
"더 많은 영화제를 다니고 싶어요. 여기 오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감사한 마음도 많이 들죠. 물론 그 과정이 중요해요. 이런 순간을 맞을 수 있도록 현장에서 열심히 집중하고, 독창적인 색깔을 내는 배우가 되겠습니다."(장률)
현혜선 기자 sunshin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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