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송영길, 고개 숙인 이재명, 기회 보는 이낙연
비명계 주도권 탈환할까…NY계 결집 움직임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이른바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이 전‧현직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세력 간의 '신경전'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사태의 책임과 수습 방안을 두고 선‧후배 당 대표 간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면서다. 이재명 대표는 당의 '무한 책임'을 강조하며 프랑스에 머물고 있는 송영길 전 대표에게 귀국을 요청했지만, 송 전 대표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NY계(친이낙연계) 의원들과 만난 이낙연 전 대표는 이 같은 당내 상황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심송심' 끝? 李 귀국 제안 거부한 宋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14일부터 금일(18일)까지 송 전 대표와 그 측근들에게 '조기 귀국'을 계속 요청하고 있다고 한다. 2021년 전당대회 당시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이 송 전 대표의 당선을 돕기 위해 '돈 봉투'를 살포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탓이다. 관련 정황이 담긴 녹취록까지 공개되자 검찰 수사를 불신해온 이재명 대표마저 송 전 대표에게 '귀국해 조사를 받으라'고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이 대표는 17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당은 정확한 사실 규명과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서 노력하겠다. 이를 위해서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는 말씀도 드린다"며 "모두가 아시는 것처럼 이번 사안은 당이 사실 규명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그래서 수사기관에 정치적 고려가 배제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당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 대표의 요청을 송 전 대표가 사실상 거절했다. 송 전 대표는 18일 언론에 "기자 간담회를 이번 주 토요일(22일)쯤 할 예정"이라며 "정확한 시간과 장소는 그날 가서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귀국할 이유도, 계획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송 전 대표는 '돈 봉투' 의혹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송 전 대표는 이 전 부총장의 녹취 파일에 자신이 돈 봉투 의혹을 인지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내가 뭘 알겠나"라고 반응했다고 한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대표가 난처한 상황에 직면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간 이 대표와 송 전 대표가 각별한 사이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실제 과거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당내에선 '이심송심'(이재명의 마음과 송영길의 마음이 같다) 논란이 일기도 했다. 비명계를 중심으로 송 전 대표가 이 대표의 대권행을 도우려 한다는 의심이 확산하면서다. 대선이 끝난 후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에 도전하며 자신의 지역구(인천 계양을)를 비웠고, 이 대표가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되자 이 대표와 송 전 대표의 밀약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친명계 일각에선 송 전 대표의 입장을 두둔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성호 의원은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확한 사실관계는 모르지만 제 주변에서 돈봉투를 받고 전대에 개입하고 관여하고 했던 그런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인했다. 이어 "(돈봉투) 금액이 대개 실무자들의 차비, 이른바 기름값, 식대 정도 수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낙연 귀국 임박…NY계 결집 움직임
다만 비명계 일각에선 친명계와 지도부, 송 전 대표 측의 대응이 '안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17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송영길 대표 당선시키기 위해서 (일어난 일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단 조기 귀국하고 그 문제에 대해서 해결하기 위해서 철저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이상민 의원 역시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본인 주변에서 일어난 문제이고 당에 치명적 타격을 입히고 있으니 이렇게 회피할 일이 아니다"라며 "외국에서 얘기하는 건 비겁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한편에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NY계가 본격적으로 결집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NY계는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송 전 대표, 이 대표와 '경선 룰' 등을 두고 갈등을 빚은 바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사태가 발생한 기간 이낙연 전 대표는 장인상으로 한국에 머물고 있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3일 설훈, 윤영찬, 이개호, 김영배, 오영환 등 의원 10명과 만찬을 하며 최근 민주당의 행보에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미국으로 돌아가 워싱턴DC 소재 조지워싱턴대학에서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체류를 마친 뒤 오는 6월 독일로 건너가 강연 일정 등을 소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같은 달 말 귀국할 예정이다. 만약 이번 '돈 봉투' 수사가 장기화되며 당이 위기에 봉착할 시 '이낙연 역할론'이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기대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가 6월에 귀국해 당장 정치 일선에 나서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본인은 북 콘서트를 하면서 전국을 순회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했다"고 밝혔다. 다만 양 의원은 "돈봉투 의혹 사건은 단순한 총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당 명운이 걸린 사안"이라며 "돈봉투 사건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또 현 정국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서 본인이 귀국해서 어떤 역할을 찾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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