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극단 선택’ 고위기 청소년, 보호대책 시급하다

한겨레 2023. 4. 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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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강남의 한 고층 건물에서 10대 학생이 소셜미디어(SNS) 방송을 켜둔 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어 17일에는 또 다른 10대 학생이 강남의 한 중학교에서 같은 학년 친구에게 흉기를 휘두른 뒤,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잇단 10대 학생들의 극단적 선택이 매우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나면서, 고위기 청소년 발굴과 보호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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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확정한 지난 14일 서울 마포대교 위에 SOS 생명의 전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서울 강남의 한 고층 건물에서 10대 학생이 소셜미디어(SNS) 방송을 켜둔 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은 이 학생이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에서 활동한 것과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배경에 관련성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어 17일에는 또 다른 10대 학생이 강남의 한 중학교에서 같은 학년 친구에게 흉기를 휘두른 뒤,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잇단 10대 학생들의 극단적 선택이 매우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나면서, 고위기 청소년 발굴과 보호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들어 부쩍 나빠지고 있는 청소년 정신건강 지표는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1년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10대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 수)은 7.1명으로 한해 전보다 10.1% 증가했다. 60대(-5.7%)와 40대(-3.4%), 80대 이상(-2.2%) 등 대부분 연령대에서 감소세를 보인 것과는 정반대다. 특히 12~14살 연령층으로 좁혀 보면, 해당 연령대 자살률은 2020년 3.2명에서 2021년 5.0명으로 크게 늘었다. 10대의 자살·자해 시도 역시 증가 추세를 보이는데, 이들의 자살위험은 일반인보다 20~30배 높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청소년들의 우울감이나 고립감이 더 심해진 상태다.

최근 정부는 10년마다 실시하는 정신건강 검진 주기를 2025년 20~34살 청년층부터 2년 주기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10대는 초등학교 4학년, 중1, 고1 때 학생 검진을 받는데, 주로 신체발달 상황에 맞춰져 있어 이들에 대한 정신건강 검사도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학교와 가정에서 위기 상황에 처한 청소년들을 적극 찾아내, 이들을 도와야 한다. 극단적 선택자 대부분은 숨지기 전 타인에게 신호를 보내지만, 그 경고를 인지하는 주변인의 비중은 22.7%에 불과하다고 한다. 학교폭력이나 아동학대를 겪고 있는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근본적으로 청소년들의 우울감은 삶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67%(만 15살 기준, 2018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이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궁극적으로 과도한 경쟁사회를 지양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펴야겠지만, 은둔형 청소년 등 당장 위기에 처한 이들이 극단의 상황에 내몰리지 않도록 지원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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