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세사기 피해자 주택' 경매 일시중단 추진(종합)
尹대통령 "사각지대 여부 조사"…전방위 피해실태 조사도
(서울·세종=연합뉴스) 서미숙 박초롱 기자 =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 보증금 회수를 못 하는 문제와 관련해 경매를 신청한 금융기관에 일시적으로 경매 연기를 요청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국무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경매 일정의 중단 또는 유예 방안을 보고받고, 이를 시행하도록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임차인 피해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전세사기 대상 주택에 대해 선순위 근저당권을 확보한 금융기관이 채권(대출금) 확보를 위해 경매를 신청한 경우 일정 기간 매각 기일을 연기하도록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채권자에게 채권 회수를 하지 말라고 할 순 없다"며 "경매 절차를 취하할 순 없고, 기일 변경을 통해 경매 절차를 연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매 절차 연기는 임차인의 거주권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경매에서 낙찰이 돼 금융기관이 채권 회수에 들어가면 세입자는 곧바로 해당 주택에서 퇴거해야 한다.
일정 기간 경매 절차를 늦춰 임차인이 정부의 지원책에 따른 대출을 받아 거주지를 옮기거나 임시 거주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자는 것이다.
다만 모든 피해자가 경매 중단을 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는 경매 일시 중단을 원하는 피해자들이 거주하는 주택을 대상으로 중단을 요청하기로 했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선순위 채권자인 경우 경매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유리하고, 경매에 참여해 주택을 낙찰받아 보증금을 일부라도 회수하려는 피해자도 있는 등 상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매 일시중단 주택을 선별하기 위한 피해자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피해자들은 경매 주택에 대한 우선 매수권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 방안에 대해선 일단 논의를 보류했다.
선순위 채권자의 권리관계를 방해할 수 있고, 우선 매수권 부여로 인해 주택 경매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조만간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세부 지침을 마련하고, 1·2 금융기관과 대부업체 등에 경매 기일 연기와 관련한 협조 요청을 할 방침이다.
앞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인천지역본부는 본부가 부실채권을 매입한 인천 미추홀구 소재 주택 210건 중에 3월에 37건, 4월에 14건 등 총 51건의 매각 기일을 변경했다.
지난 14일 극단적 선택을 한 전세사기 피해자가 살던 아파트도 캠코가 지난달 24일자로 매각 기일 변경 요청을 해 일단 경매 입찰이 중단된 상태였다.
정부는 현재 전세사기 피해자 주택 가운데 국세 회수를 위해 국세청 등이 공매를 신청한 경우에도 1년간 공매 절차를 중단하는 조처를 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경매 입찰만 뒤로 연기되는 것일 뿐, 세입자가 못 받은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은 아니어서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자체와 함께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전방위적 실태조사에도 나서기로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피해 신고가 없더라도 지원의 사각지대가 없는지 선제적으로 조사하고, 찾아가는 지원 서비스를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한 데 따른 것이다.
지금까지는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같은 피해자 단체들이 피해 현황과 경·공매로 넘어간 주택 현황, 채권 관계 등을 취합해 발표해왔다.
피해자들은 정부가 정확한 실태를 파악한 뒤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해왔고,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발의한 '주택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 및 주거안정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에 국토부 장관 또는 지자체장이 직권으로 전세사기 피해 전반을 조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의 추가 지원 대책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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