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최근 20·30대 젊은이들의 극단 선택 뒤에는 건축왕이 있었다
이어서 ET 콕 입니다.
'전세 사기 수사 중', '계약 주의'.
집이 전세 사기를 당했음을 알려주는 경고 문구입니다.
수도요금 독촉장과 인터넷 설비를 수거하겠다는 통보까지.
피해자들이 겪은 경제적·심적 고통을 짐작케 합니다.
인천 미추홀구 구도심에는 2030세대가 특히 많이 삽니다.
인근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이 1억 원 미만의 전세보증금으로 어렵사리 얻은 소중한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최근 이곳에서 2,30대 젊은 청춘 세 명이 잇따라 세상을 등졌습니다.
수도권 일대에 주택 2,700채를 가지고 전세사기 행각을 벌이다 구속된 이른바‘미추홀구 건축왕’남모 씨로 인한 피해자들입니다.
지난 17일 새벽엔 31살 여성 박모 씨가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한창 청춘이었던 박 씨의 삶이 바뀐 건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보증금 7,200만 원을 주고 전세로 들어간 박 씨는 2년 후 임대인의 요구로 9,000만 원에 재계약을 했습니다.
그런 아파트가 전세사기 피해로 지난해 6월 통째로 경매로 넘어갔고,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박 씨는 좌절했습니다.
유서에는 벼랑 끝에 내몰려 모든 것을 포기해버린 듯한 심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보다 앞서 지난 14일 숨진 채 발견된 임모 씨는 이제 겨우 스물 여섯입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인천 남동공단에 다니며 6,800만 원짜리 빌라 전셋집을 마련했지만 역시 경매로 넘어가며 또 한 명의 피해자가 됐습니다.
7년간 일한 직장을 그만두고 퇴직금을 받아 그걸로 대출금을 갚아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숨지기 닷새 전 어머니에게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미안해요 엄마, 2만 원만 보내주세요."
[임모 씨 지인/음성변조 : "2만 원만 빌려 달라고 했는데 엄마가 10만 원을 넣은 거예요. '뭐 이렇게 돈 많이 넣냐고, 나는 2만 원만 있어도 되는데' 이렇게 한게..."]
이보다 달포 남짓 앞서 숨진 또 다른 30대 젊은이의 글.
“더는 버티기 힘들어요. 저의 이런 결정이 문제 해결의 단초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른바 '깡통 전세'나 '갭 투기'가 늘면서 지난해 전세 보증 사고로 인한 피해 액수는 약 1조2천억 원으로, 1년만에 두 배로 늘었습니다.
특기할 만한 건, 피해자 10명 가운데 7명이 2030세대라는 점입니다.
대부분 사회초년생이거나 신혼 부부들로, 전세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는 “대출금을 갚지 못해 신용카드 거래가 정지됐다”거나 “곧 아이가 태어날 텐데 한 푼도 못 건지고 거리로 나앉게 생겼다”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가득합니다.
결국 대통령이 나섰습니다.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전세사기 사건을 “약자 상대 범죄”로 규정하고 부동산의 경매 일정을 중단하는 방안을 시행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전세사기 매물이 경매로 넘어가 저가에 낙찰되면서 피해자들이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거나 일부 소액만 돌려받게 되는 경우를 막아보려는 최소한의 조치입니다.
'너희는 재산증식, 우리는 보금자리’ ‘당신들은 기회겠지만 우리들은 삶의 꿈!’.
어제 스스로 세상을 떠난 박 씨의 아파트 현관문에 붙어 있던 글귀입니다.
지금까지 이티콕이었습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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