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후약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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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회의원이 개인적으로 만난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정책은 정치의 대책이다." 국회의원들이 내는 정책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법의 경계선이자 국민을 위한 하나의 안전장치다.
열심히 일하는 국회의원들에게는 억울할 수 있지만, 졸속입법이라는 비판은 언론의 과잉해석이 결코 아니다.
정치인들은 정부에 전세사기와 관련된 주택경매 중단조치를 요구하거나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새로운 법안 내기에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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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생활을 오래 하진 않았지만, 옆에서 본 국회의 모습은 늘 정책 혹은 입법이 사건에 뒤따라오는 느낌이었다.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지만 정쟁에 파묻혀 정작 신경써야 할 법들은 각 상임위나 법사위에 계류되면서 끝끝내 폐기된다. 결국 안전장치가 돼야 할 법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만들어진다. 열심히 일하는 국회의원들에게는 억울할 수 있지만, 졸속입법이라는 비판은 언론의 과잉해석이 결코 아니다.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유명을 달리하는 사건이 연달아 벌어졌다. 그중 한 명은 20대였고, 전세금 사기 피해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다. 지난 17일에 발생한 피해자도 유서 한 장을 둔 채 세상과 작별했다. 이들에겐 죄가 없다. 유일한 죄라고 한다면 열심히 산 죄밖에 없었다. 열심히 산 것이 죄라니, 그저 허망한 세상이 아닌가.
정치권은 빠르게 반응했지만, 세 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 정치인들은 정부에 전세사기와 관련된 주택경매 중단조치를 요구하거나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새로운 법안 내기에 앞장섰다. 하지만 그들의 때늦은 노력에도 망자는 살아올 수 없다. 사고 발생 후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앞장서야 하는 건 자명한 사실이지만, 이미 피해를 입은 망자의 넋은 누가 기리겠는가.
정치권은 늘 앞장서서 법의 사각지대를 찾는 데 노력해야 한다. 국회의원 300명은 각자 가지고 있는 입법권을 활용해 우리가 찾지 못한 사각지대의 틈을 메워야만 한다. 정쟁은 민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민생을 외면한 정쟁의 대가는 정치인에게 그 어느 겨울의 혹한보다 가혹할 것이다.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면, 지금 있는 소들은 나가지 않겠지만 집을 나간 소는 돌아오지 않는다. 정치권은 더 이상의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 데 주력해야 할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분야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외양간을 찾아 고쳐야만 한다. 그것이 우리가 시간을 내며 정치권에 권력을 부여한 이유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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