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포럼] 막연한 불안심리가 경제를 망친다

통계청의 산업동향 통계에 따르면 전년동기 대비 생산과 출하는 각각 -8.1%, -2.2%로 감소했고 재고는 8.9% 증가했다. 건설기성은 29.0%로 늘었지만 기계수주는 -8.5%, 소비판매액지수는 -0.8%로 후퇴했다. 경기종합지수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4를 기록해 경기하락 국면을 보여주고 있다. 상반기는 저조하나 하반기는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흔들리면서 금년도 경제성장률이 1.5%도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이 제기된다.

막연한 불안심리보다는 구체적인 상황판단에 기초한 대응이 중요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출이 위축되면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상품별로 보면 반도체, 지역별로 보면 중국의 수출이 극심하게 부진한 것이 근본원인이다. 자동차, 선박, 이차전지 등의 수출전선에는 이상이 없고 지역별로 일본과 중국, 특히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가 심각하나 미국과 EU에 대한 수출은 나쁘지 않다. 따라서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고 대중국 수출이 회복되면 이른바 '상저하고'가 될 수도 있다.

경기 선행지표 중 하나인 주식시장에서 긍정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감산을 선언하자 삼성전자 주가가 회복되고 있고, 코스피지수가 지난 3월 중순 저점(2377.9)을 찍은 이후 4월 17일 종가 기준으로 2575.9까지 반등했다. 2년 전에는 PC 등 가전제품 수요 폭발로 공급 부족이었던 반도체가 현재는 수요 둔화로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지만 반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금년 1·4분기 동안만 이미 30% 가까이 상승했다.

중국 경제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중국의 3월 수출액은 3155억달러로 14.5% 증가했다. 작년 10월 코로나 봉쇄로 5개월 연속 역성장을 끝낸 것이다. 중국의 수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일소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고용 동향만 보면 우리 경제는 지금도 나쁘지 않다. 지난 3월 실업률 2.9%, 고용률 68.7%로 작년 하반기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소비자물가지수도 4.2%로 국제유가가 다시 폭등하지 않는다면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한국은행은 진단한다. 금리상승 기조가 멈춰지면서 부동산 가격 하락 폭도 둔화되고, 코로나 엔데믹으로 보복 소비가 늘어나고 있어 수출이 관건이지 국내 소비는 그리 우려할 것도 없다.

글로벌 경제 둔화가 문제이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소강국면에 있는 가운데 원유, 원자재, 곡물 가격이 등락을 반복하고는 있으나 그런대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미국의 뱅크런 사태는 결과적으로 미국의 긴축기조를 완화시키는 데 일조를 하고 있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이 반등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헤쳐 모이는 분위기에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프랑스와 브라질 등 각국 정상의 중국 방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중국 전국시대의 말기 합종연횡이 현시점 글로벌 국제관계에서 재현되고 있는 듯하다. 국익 관점에서 통상정책의 묘가 중요한 때가 왔다. 정부는 일본-한국-중국으로 이어지는 동아시아 밸류체인의 복원에 나서야 한다. 명나라가 쇠하고 청나라가 흥하는 시기에 조선의 맹목적 친명 정책이 가져온 삼전도 굴욕을 통상정책에서도 잊어서는 안 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