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다가오니 개미표심 겨냥···상법도 뜯어 고치겠다는 巨野
소액주주 "기울어진 운동장" 성토
'충실의무 대상' 회사→주주로 확대
민주 "법 개정 출발점" 강행 의지
"M&A 차질땐 기업가치 떨어질 것"
기업들 '지나친 경영간섭'에 우려
더불어민주당이 회사 주주의 권익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입법을 본격 추진한다. 주요 경영 결정 과정에 일반 주주가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겨냥한 정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칫 기업의 인수합병(M&A)과 물적분할 등에 족쇄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18일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하기 위한 간담회를 열고 공개 여론 청취 작업에 들어갔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사들이 회사와 관련한 의사 결정에서 주주에게 직접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법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의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상법 개정 강행 방침을 시사했다.
현재 상법 제382조의 3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이를 개정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로 변경하는 법안을 지난해 3월 발의했다. 이후 1년이 넘도록 법안소위 안건으로도 오르지 못한 상태다. 같은 당의 박주민 의원도 올해 1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와 총주주’로 수정한 상법 개정안을 추가 발의해 향후 상임위에서 이 의원의 법안과 병합돼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이 이날 진행한 간담회는 소액주주들의 기업 성토장이나 다름없었다. 현재의 시장 환경이 소액주주에게 지나치게 불공평하다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었다. 최근 팹리스 사업부 물적분할을 발표한 DB하이텍의 이상목 주주연대 대표는 기업 비판의 전면에 섰다. 그는 “(국내의 주식) 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대주주가 전체 지분의 17.8%, 소액주주가 총 82%를 갖고 있으면 누가 대주주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서 “전자투표를 해도 소액주주는 결과조차 알 수 없는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
민주당은 소액주주 권익 보호 문제는 이전부터 제기돼 온 사안인 만큼 논의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문제는 M&A와 물적·인적분할 등이 주요 경영 전략으로 작용하는 첨단산업에서 소액주주 보호 규정으로 인해 자칫 경영권이 지나치게 간섭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텐센트·바이두 등 미국·중국 기업들은 신산업 분야의 원천기술이나 핵심 인력, 지식재산권(IP), 충성 이용자층 등을 보유한 스타트업·벤처·중소기업들을 수시로 인수하는 전략으로 단기간에 국내외 경쟁사들을 앞질렀다. 이를 추격하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도 전방위적 M&A와 기업 사업 부문 조정 등을 공격적으로 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일부 소액주주나 행동주의 펀드 등이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상 주주의 이익 등을 내세워 소송을 걸 경우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목 잡을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도 “당장 각종 M&A를 진행해야 하는 재계에서 반발할 가능성이 커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과제”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입법안이 현행 한국의 기업과 법률 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배주주는 장기 실적을 요구하는 반면 소액주주는 단기 실적 성장을 희망하는데 이사가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하면 이사는 두 주인을 섬겨야 하는 입장에 처한다”며 “이는 오히려 지배주주의 지배권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원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도 “주주마다 어떤 기업의 신규 투자나 여러 가지 의사결정 행위에 대해 의견이 서로 다를 수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주주의 비례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규정은 모호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소액주주 보호 법안에 호응하고 있어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되면 법무부도 적극 의견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한 장관은 앞서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개정안의 방향에 공감하며 현재 법무부에서 운영 중인 상법 특별위원회에서 물적분할 관련 제도 개편 등 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확대하면 향후 경영진 배임 관련 수사에서 사법 당국의 입증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노우리 기자 we1228@sedaily.com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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