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AT’ 박주봉 일본배드민턴대표팀 감독이 바라본 한국과 일본의 지난 19년

권재민기자 2023. 4. 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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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봉 일본배드민턴대표팀 감독은 14~15일 충남 서산시민체육관에서 벌어진 제38회 한?일국가대항배드민턴경기대회에서 한일 양국 선수들을 향한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안세영을 비롯해 올림픽 메달이 보이는 선수들이 더러 있다”며 “2024파리올림픽에서 임기 만료 후 한국배드민턴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산 |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배드민턴의 ‘GOAT(The 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 선수)’를 논할 때 박주봉 일본대표팀 감독(59)의 이름을 빼놓을 순 없다. 선수시절 국내대회 남자단식 103연승을 비롯해 국제대회에서 72차례나 정상에 오르는 등 유례없는 금자탑을 쌓아서다. 그는 2004아테네올림픽 이후 일본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한국을 상대로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 레전드 역할을 해왔다. 박 감독은 14~15일 충남 서산시민체육관에서 벌어진 제38회 한·일국가대항배드민턴경기대회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나 “임기 마지막 대회인 2024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수확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근황을 밝혔다.

●일본배드민턴의 황금기를 열다!

일본배드민턴대표팀의 역사는 박 감독 선임 전과 후로 나뉜다. 아테네올림픽 전까지 일본은 여자복식에서만 경쟁력을 갖춘 반면 나머지 종목에선 열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아테네올림픽에선 13명이 출전해 여자단식의 모리 가오리를 제외한 12명이 1라운드에서 탈락했고, 모리마저 2라운드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일본대표팀은 박 감독과 19년간 동행하면서 크게 성장했다. 2012런던올림픽에서 여자복식 후지이 미즈키-가기와 레이카가 은메달을 목에 걸며 사상 첫 메달을 안겼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도 여자복식 마쓰모토 미사키-다카하시 아야카가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박주봉 일본배드민턴대표팀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박 감독은 당시 일본대표팀의 문제가 ‘시스템’에서 기인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일본대표팀 부임 당시 상비군 제도는커녕 합숙 시스템과 전임지도자제, 단·복식 전담코치제 등이 전무했다”며 “전임지도자제가 없어 코칭스태프가 국가대표로서 사명감이 없어 보였다. 지금은 트레이닝센터 개소 등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고 부임 초기를 회상했다.

●안세영은 올림픽 메달감!

박 감독은 인터뷰 중에도 3개 코트에서 치러지는 경기를 보며 양국 선수들을 격려했다. 남자단식 조건엽(세계랭킹 179위)이 나라오카 고다이(5위)를 세트스코어 2-0으로 꺾자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경기를 마친 여자단식 니다이라 나쓰키(30위)가 벤치로 돌아오자 유창한 일본어로 공간활용에 대해 조언해주기도 했다.

인상적인 선수들을 향한 평가도 아끼지 않았다. 박 감독은 한국대표팀을 향해 “여자단식 안세영(2위)은 단연 올림픽 메달감이다. 그동안 한국이 단식에서 강세를 보이지 못한 점을 생각하면 희소식”이라며 “최근 여자복식 백하나-이소희(12위)가 올라오고 있고, 김원호가 혼합복식에서도 제 몫을 하고 있어 인상적이다”고 호평했다. 이어 “지난 19년간 한국대표팀이 기복도 있었지만, 최근 개개인이 강한 것을 넘어 팀 자체가 강해졌다. 대표팀 분위기도 동기부여와 승부욕이 많이 생긴 것 같다”고 칭찬했다.

안세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파리서 ‘라스트 댄스’ 꿈꾼다!

‘GOAT’ 박 감독에게도 걱정거리는 있다. 현재 일본대표팀은 남자복식 호키 다쿠로-고바야시 유고(4위), 여자단식 야마구치 아카네(1위), 여자복식 시다 치하루-마쓰야마 나미(2위), 혼합복식 와타나베 유타-히가시노 아리사(2위) 등 주축 멤버들이 쟁쟁하나 박 감독은 10년 전보다 약하다고 판단한다. 2020도쿄올림픽에서 혼합복식 와타나베 유타-히가시노 아리사만 동메달을 목에 건 사실이 그 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회가 1년 연기되면서 한창 좋았을 때의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박 감독은 자신의 임기가 만료되는 파리올림픽에서 화려한 ‘라스트 댄스’를 펼치겠다는 포부다. 그는 “일본은 주축 선수들의 나이가 적지 않다. 과거 종목별로 세계 최강급 선수들이 2명 이상씩 있던 시절을 생각하면 선수층이 얕아졌다”며 “세계배드민턴의 단식 트렌드는 이전보다 스피드를 더욱 요구하고 있어 한국과 일본 모두 단식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한국배드민턴을 위해 귀국 후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었다”며 “대한배드민턴협회나 대표팀 자리를 노린다는 이야기로 와전될까봐 말을 아꼈다. 모교에서 재능기부 등 다양한 형태의 봉사를 생각 중”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서산 |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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