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청 설립 본격화… "해외 인력 유치·효율적 관리 필요" [외국인 노동자의 삶 (6)·끝]
거주 외국인 관리 부처마다 제각각
정책 중복되고 연속성 떨어져 부실
이민청은 이주민 정책 컨트롤타워
저출산·지방소멸 문제 해결 역할도
전문가 "국민 설득하는 과정 필요"
#.지방 소재 제조업 공장을 운영하는 A씨는 한국인 직원을 구하지 못해 국내 지방 소재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노동자 B씨를 고용했다. 하지만 B씨는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상태로 업무를 배우기 어려운 상태였고, 업무에도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 6개월 후 B씨는 별다른 통보 없이 공장을 나와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
저출산·지역소멸 등 인구절벽 위기가 심화하면서 외국인 두뇌와 인력을 효과적으로 받아들이고 통합관리하는 '이민청' 설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취임사에서 '이민청' 설립 추진을 언급한 바 있다. 법무부는 상반기 중 이민청 신설 관련 구체적 내용과 이민정책 방향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인구절벽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이민청 신설은 필수적이라고 조언하면서도 그 운영방식이 국내 체류 이민자에 대한 관리뿐 아니라 해외 우수인력의 국내 유입을 장려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민자 130만에도 정책은 제각각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귀화 허가자를 포함한 이민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다 2022년 소폭 감소한 상태다. 15세 이상 외국인과 귀화허가자를 포함한 이민자 수는 지난 2018년 135만3000명에서 2021년 138만1000명으로 증가한 뒤 2022년 135만4000명으로 7000명가량 감소했다.
불법체류자 수도 10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체류 외국인 수는 41만1270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40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현 상태로는 이민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자 형태별로 관련 부처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노무현 정부부터 수많은 정부가 국내 이민자 관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정책을 마련해왔지만, 각 부처가 개별적으로 이민정책을 실행하는 탓에 정책이 중복되고 연속성까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 외국인 노동자, 유학생, 결혼이민여성 등 국내 거주 외국인에 대한 관리업무는 고용노동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 각 부처에 산재해 있고 이민 관련 위원회도 외국인력정책위원회,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 등 최소 5개가 각각 다른 부처에 설립돼 있다.
서울에 거주하며 회사를 다니고 있는 일본 출신 A씨는 "비자를 받으려면 비자마다 있는 조건을 따져 심사를 본다고 알고 있는데, 이런 것들만 해도 부처마다 따지는 게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저출산·지방소멸' 위기의 한국…이민자 필수적
한국은 전 세계에서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가장 가파른 나라 중 하나다. 통계청이 지난 2월 22일 발표한 '2022년 출생·통계(잠정)'에 따르면 2022년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전년 대비 0.2명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한다.
지난 2005년부터 2021년까지 16년간 정부는 저출산 해결을 위해 280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쏟아부었으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수준이며 2012년 48만4550명에서 10년 만에 반토막이 난 상태다.
지방에 청년들이 사라지면서 지방소멸도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산업연구원(KIET)이 지난해 발표한 'K-지방소멸지수 개발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06개(46.5%) 지역이 지방소멸 위험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는 인구감소에 대응하는 정책의 하나로 '지역특화형 비자'를 시행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역특화형 비자는 지역에 필요한 외국인에게 비자 특례를 부여하고 지역사회 정착을 장려하는 등 지역 경제활동 촉진과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정책이다.
지난해 9월 시범사업에 선정된 경상북도는 올해 4월 기준 총배정인원 290명 중 269명(93%)을 모집했다고 밝혔다. 경상북도 외에도 일부 지자체는 현재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이민자가 증가하고 장기체류자가 많아질 경우 한국형 이민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동훈 "이민청 통해 우수인재 유입도 중요"
전문가들은 국내 이민자를 관리하는 방식뿐 아니라 해외 우수인재를 유입하는 방식도 이민청의 역할에 포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순 제조업의 빈자리를 채워줄 외국인 노동자가 아닌 한국에 적응해 사회 일원이 되고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지난해 취임사에서 "선진화된 이민법제와 시스템을 구축해 우리 사회와 지역 경제에 동력이 될 수 있는 우수인재를 유치하고, 적재적소에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견인하는 외국인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 지지율이 낮은 상태에서 이민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무릅쓰고 이민청을 신설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21년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다문화수용성은 52.27점으로 10년 전인 2012년 기준 51.7점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2015년 이후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는 등 이민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태도는 다소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정책 전문가인 한 대학교수는 "각 부처에 산재해 있는 이민정책 기구들을 형식적으로 통합하는 것만으로는 한국의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긴 힘들 것"이라며 "사회적 분위기가 변화해야만 현재 이민정책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기므로 국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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