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업계 “투자 어려운 지금이 규제 개혁의 최적기”

김영환 2023. 4. 1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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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벤처캐피탈협회·중소벤처기업부 공동 포럼 개최
회수시장 및 M&A 엑시트 활성화 제도 보완 등 각종 제언
이영 장관 “5월 중기부 규제 개선책 발표”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2012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 바꾸면서 방문 판매 중심이던 아모레퍼시픽(090430)이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가 됐습니다. 어려운 시기일 때가 규제를 개혁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 다섯 번째)이 18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열린 벤처캐피탈 포럼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18일 중소벤처기업부와 공동으로 개최한 ‘벤처캐피탈 포럼’에서 벤처투자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규제 개혁을 주문했다. 이날 포럼은 벤처투자 시장의 위축 상황을 업계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진단·분석하고 정부와 민간이 함께 벤처·창업 생태계 활성화 방안들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인해 세계 금융 환경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전세계적으로 벤처투자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1분기 우리나라 벤처펀드 결성 및 투자 실적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78.6%, 60.3% 감소했다.

벤처캐피탈업계 “규제 개혁·회수시장·모태펀드↑”

지난 2012년 식약처는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서 써도 되는 원료만을 한정하는 방식을 쓸 수 없는 원료를 지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윤 협회장은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들이 화장품에 어떤 원료를 넣어야 하는지를 다양하게 시도했다”라며 “중소·벤처기업 중에서 좋은 화장품 회사도 많이 나올 수 있었던 건 규제가 네거티브로 바뀌면서다”라고 규제 개혁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윤 협회장은 아울러 △회수 시장 활성화 △정부의 모태펀드 확대도 요청했다. 기술 패권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원천 기술에 대한 자금 집행이 중요한데 천문학적 비용이 들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윤 협회장은 “딥테크(첨단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생산 스타트업) 기업에 대해 기술 특례 상장을 확대하는 등 투자자 위험관리가 필요하다”며 “투자는 심리에 의해 좌우된다. 모태펀드 규모를 증액하면 벤처캐피털(VC) 업계가 움직이기 가장 좋은 메시지가 된다”고 조언했다.

“韓, M&A 통한 엑시트 비율 낮아”

이날 참석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 문턱 완화를 요구했다.

구영권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부사장은 “바이오 업종에 대해 상장 규제가 좀 엄격해진 것 같다”라며 “미국 나스닥처럼 규제보다는 시장 논리에 의해 좋은 회사이고 위반 사항이 없다면 상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좀 더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는 인수합병(M&A) 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난 2019년 기준 한국은 M&A를 통한 엑시트가 2.5% 수준으로 미국(44.5%)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대기업이 스타트업 지분 40% 이상을 확보해 자회사로 편입하거나 5% 미만 지분투자만 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대기업이 M&A에 적극적이지 않은 문화가 형성돼 있는 셈이다. 정 대표는 “대기업이 인수에 실패해도 아쉬워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며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 인수로 갑자기 다시 살아나는 느낌, 구글이 유튜브에 투자하거나 메타가 인스타그램을 인수했을 때 ‘맞다’라고 들었던 감정이 기억난다. M&A 활성화를 통해 성장 엔진 확보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가 많이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진영 더인벤션랩 대표는 개인투자조합의 대형화를 위한 투자 촉진 정책을 요구했고 박영호 라구나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루키 VC 기준이 3년밖에 되지 않는 현 제도의 맹점을 지적했다. 박 대표는 “장기 투자를 바라고 창업 초기 투자를 바라는데 단기 3년 내에 성과를 보길 바라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윤 협회장은 “앞으로 3~4개월 정도가 진짜 골든 타임”이라며 “정부와 VC업계가 합심해 좋은 성과를 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정부는 포럼에서 나온 업계의 다양한 의견들을 면밀히 검토해 벤처·창업 관련 정책에 반영하겠다”며 “다음달 규제 개선을 위한 큰틀의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영환 (kyh103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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