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 치료비, 가족이 쉽게 계좌 인출한다

임영신 기자(yeungim@mk.co.kr) 2023. 4. 1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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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예금인출 절차 개선
긴급한 수술비 용도 외에도
검사비·장례비용 인출 가능
요양원·요양병원 포함하기로
예금주 가족은 위임장 생략
영수증 제출땐 계좌 직접입금

앞으로 거동이 어려운 환자는 은행 방문 없이 치료비 목적의 예금 인출이 허용된다. 환자인 예금주를 대신해 가족이 인출을 신청할 때 지급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울러 예금 인출이 가능한 치료비 범위가 입원비는 물론 검사비 등 치료 목적 비용 등으로 확대된다. 지급 대상 의료기관 역시 기존에는 병원만 가능했지만 요양원과 요양병원이 추가된다.

은행연합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거동 불가 예금주 상황별 치료비 등 예금 인출 절차 개선 방안'을 마련해 20일부터 시행한다고 18일 밝혔다.

그동안 은행들은 예금주가 거동이 어려운 경우 가족이나 대리인이 위임장, 인감증명서 등을 소지해야만 예금 인출을 허용해왔다. 예금주가 사망한 경우에는 상속인 전원이 동의한 서류를 제출해야 예금이 지급됐다. 예금 부정 인출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은행별로 내부 규정에 따라 요구하는 서류가 제각각이어서 긴급 자금이 필요한 금융 소비자들의 불편이 크다는 지적이 많았다.

예금주가 의식불명인 경우는 특히 대리인의 예금 인출 절차가 까다로워 문제점으로 지목돼 왔다.

의식불명인 예금주의 가족이 예금 인출을 신청할 때 은행은 치료비 목적에 한해 병원 계좌에 직접 이체했다. 그마저도 지급 대상 치료비가 '긴급한 수술비'로 한정되고 의료기관도 '병원'으로 제한돼 소비자의 현실적인 사정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급기야 지난 1월에는 뇌경색으로 비위관(콧줄)을 단 80대 중환자가 '수술비 외 병원비를 찾을 땐 예금주 본인이 직접 방문해야 한다'는 은행 규정 때문에 구급차에 실려 은행을 방문하는 일마저 벌어졌다.

은행권이 공동으로 마련한 새 방안은 예금 인출이 가능한 치료비 범위와 지급 대상 의료기관을 늘리고 은행마다 다르게 운영해 온 업무 처리 방식을 통일한 점이 특징이다.

우선 예금 인출이 가능한 치료비 범위를 '치료 목적 비용'으로 확대하고 장례비도 포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수술비뿐 아니라 입원비와 검사비 등 환자 치료를 목적으로 한 모든 비용의 예금 인출이 가능해진다. 은행이 직접 이체하는 의료기관에 병원뿐 아니라 요양병원, 요양원, 장례식장도 추가했다.

은행들은 예금주 가족이 치료비 목적으로 인출을 신청할 경우 가족관계 확인 서류와 의사 소견서, 병원비 청구서 등으로 필요한 서류를 줄였다. 위임장이나 인감증명서 제출을 생략했다.

다만 예금주가 가족이 없어 대리인이 신청하는 경우에는 부정 인출 사고를 막기 위해 현행처럼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등을 통해 본인 대리 의사를 확인하고 예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일부 은행은 은행원이 병원에 직접 방문해 예금주의 본인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추가한다. 예금주가 사망한 경우에는 가족이 사망진단서와 가족관계 확인 서류, 병원비나 장례비 영수증만 제출하면 은행이 병원이나 장례식장에 직접 입금할 수 있다.

은행권은 고객을 응대할 때 상담 직원이 점검해야 할 체크리스트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예금주 상태를 오인하거나 무리한 영업점 방문을 안내하는 것 등을 사전에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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