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소형銀 위기 틈타 애플 등판…금융시장 판 흔든다

권한울 기자(hanfence@mk.co.kr), 김덕식 기자(dskim2k@mk.co.kr) 2023. 4. 1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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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年4.15% 고금리 예금 내세워 은행 진출 속도
애플카드 출시 4년만에
고금리 저축 상품까지 내놔
최대 25만달러까지 예치가능
예금·대출 업무 모두 진출
美중소형금융사 설상가상
3곳서 1분기 600억弗 예금이탈

◆ 애플 생태계 확장 ◆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18일 인도에서 첫 번째 애플 스토어가 들어선 뭄바이의 개점 축하 행사에 참석해 손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애플이 17일(현지시간) 애플카드 이용자를 대상으로 연 4.15% 이자가 붙는 예금계좌 상품을 내놓으면서 미국 금융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금융 영역으로 영토를 확장하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의 '금융 침공 행보'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금융권 판을 흔드는 메기가 될지 미국은 물론 전 세계도 주목하고 있다.

애플은 작년 10월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저축계좌를 내놓겠다고 밝힌 지 6개월 만에 아이폰 월릿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해당 상품을 출시했다. 아이폰에 금융서비스를 접목해 아이폰 생태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금융으로 영토를 확장하려는 애플의 전략과 소매금융에 유독 취약한 골드만삭스가 애플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려는 속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해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애플이 고금리 상품을 내놓으며 사실상 은행들과 예금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높은 금리와 디지털 결제 편리성이라는 장점을 앞세워 자금을 끌어모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금리는 미 전국의 저축성 예금 평균 금리(0.37%)보다 무려 10배 이상 높다. 아이폰 월릿 앱 계좌를 생성하는 데 따르는 수수료나 최소 예금 조건도 없다. 계좌에 맡길 수 있는 최대 잔액은 25만달러(약 3억3000만원)다. 미국 내 신용 승인을 받은 애플카드 발급자에 한해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다만 미국 내에서만 서비스가 가능하다.

계좌를 개설하면 '데일리 캐시' 보상이 저축 계좌로 자동 입금된다. 데일리 캐시는 애플카드 사용 시 최대 3%까지 제공되는 리워드(보상)다. 언제든지 데일리 캐시 입금 위치를 바꿀 수 있고, 저축 계좌에 은행 계좌 자금을 추가해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계좌는 월릿 앱에 나타나는 대시보드를 통해 관리할 수 있고, 자신의 이자 및 계좌 잔액을 추적하거나 자금을 인출할 수 있다.

그동안 애플은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소비자를 애플 플랫폼에 고정시키는 방법을 고민해왔다. 이를 위해 최근 몇 년 동안 금융 상품을 점진적으로 확대해왔다.

2012년에는 디지털 지갑 '월릿'을 선보였고, 2014년 모바일 결제 '애플페이'에 이어 2017년 메시지를 통한 개인 간 송금 서비스 '애플캐시'를 내놨다. 2019년에는 골드만삭스와 제휴한 신용카드인 '애플카드'를 공개했다. 최근에는 사실상 단기 대출 서비스를 시범 출시했고 장기 대출인 '애플페이 먼슬리 페이먼트'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애플 금융서비스 매출 비중은 2012년 8.2%에서 2022년 19.8%로 최근 10년 사이에 두 배 넘게 늘었다.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골드만삭스에 애플과의 제휴는 새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지난해 골드만삭스는 투자금융과 자산운용 부문 매출이 급감한 여파로 연간 순이익이 48% 감소했다. 이밍 마 컬럼비아대 금융학 조교수는 WSJ에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이후 은행 산업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감안할 때 애플의 기존 브랜드 인지도와 결합된 높은 금리는 신규 고객에게 특히 매력적일 수 있다"면서 "모두가 애플을 알고 있으며, 많은 사람이 애플카드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애플의 금융 분야 진출로 미 중소은행들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기술 기업의 영향력을 금융시장으로 확대하고 있는 애플은 잠재적으로 다른 금융회사들에 대한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달 SVB 파산 여파로 예금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거나 JP모건 등 안전한 곳으로 돈을 옮기면서 중소은행들이 퇴출 위기를 맞고 있는데, 여기에 애플까지 가세하면서 중소은행들의 어려움이 더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달 SVB와 시그니처은행이 잇따라 무너진 후 다음으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는 금융기관으로 지목되며 예금 인출 사태에 시달려온 미 증권사 찰스슈와브는 올해 1분기 순이익이 16억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4%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예금은 410억달러 감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날 실적을 공개한 스테이트스트리트 은행과 M&T도 예금이 각각 118억달러, 44억달러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세 금융회사에서 빠져나간 예금은 600억달러에 육박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는 이들 은행의 1분기 예금 인출 수준에 대해 "SVB와 시그니처은행 등의 파산이 중소형 은행들 피해 수준을 더 가시적으로 보여준다"고 전했다.

중소형 은행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웰스파고, JP모건, 씨티그룹 등 좀 더 안정적인 대형 은행으로 향하거나 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몰려들고 있다. 현재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기준 금리는 4.75~5%로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간 큰 격차가 만들어진 상태다. 이에 따라 예금주들은 계속해서 금리가 조금이라도 높은 은행 계좌로 돈을 움직이는 추세다.

WSJ는 "디지털 결제 부문에서는 애플페이가 지배적이지만, 저축 계좌와 관련해서는 더 많은 경쟁자가 있다"면서 "연 4.15% 금리는 일반 저축 계좌보다는 높지만 일부 온라인 은행은 연 5%의 높은 금리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권한울 기자 /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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