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희생 있고서야 … 전세피해자에 우선매수권 부여 검토
◆ 전세사기 후폭풍 ◆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가 거주 중인 주택의 경매 절차를 중단하고 경매로 넘어간 주택을 정부가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피해자 지원을 위한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두 달 새 3명째 극단적 선택을 하고 윤석열 대통령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주문하자 뒤늦게 추가 지원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18일 국토교통부는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 유관부처와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추가대책 논의를 시작했다.
우선 추진되는 대책은 진행 중인 경매 절차를 중지하는 것이다. 이는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가 강하게 주장하는 사안이다. 대책위는 경매로 피해자가 거주하는 주택의 소유권이 이전되면 피해자가 살고 있는 주택에서 내쫓기는 신세가 된다고 염려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에게 경매 일정 중단 또는 유예 방안을 보고했다. 현재 피해자가 거주하는 주택의 선순위 채권자는 은행 등 금융회사다. 이에 국토부와 금융위는 피해자가 거주하는 주택의 경매 처분을 연기할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보유한 피해주택 채권에 대해서도 경매 기일을 연기하는 조치에 나섰다.
또 다른 방안은 피해자에게 거주 중인 주택을 우선 매수할 수 있도록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대책위는 주택 매입을 위한 대출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이 같은 방안은 기존 채권추심제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국토부는 "다른 이해관계자와 관계부처의 협조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해당 방안을 열어두고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정부의 즉각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피해자는 경매 중단 조치와 우선매수권을 요구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선보상, 후구상'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며 "우선 경매 중단 조치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전세사기는 단순한 사기 사건의 일종이 아니다"며 "특히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청년을 절망의 늪으로 빠뜨리는 중대한 민생 범죄"라고 지적했다.
전세계약이 사인 간 거래로 이뤄진 탓에 기존 제도상 정부의 적극적 구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특별법 제정'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조오섭 민주당 의원은 앞서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주택 임차인 보증금 회수 및 주거 안정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특별법은 캠코 등 채권매입기관이 피해자에게 임대차 보증금을 대신 지급하고 채권을 인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도 전세사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18일 장 의원은 전세사기로 인해 세입자가 거주하던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임차보증금을 해당 주택에 부과된 지방세 체납액(재산세 등)보다 우선 변제받도록 하는 '지방세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무분별하게 전세대출을 내준 금융기관과 전세시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부도 손실을 함께 책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경매로 넘어간 주택을 직접 매입해 세입자의 주거 안정성을 보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이 같은 방안은 정부가 낙찰가보다 더 높은 금액으로 주택을 매입해야만 피해자의 보증금 보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예산 투입 문제가 발생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매를 진행 중인 주택을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예산을 써야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지난 대책 발표에서 피해자에게 긴급 거처를 제공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주거 안정을 보장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와 금융권이 함께 기금을 조성해 무이자 초장기 대출을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 또한 제기된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피해자를 위한 구제기금을 조성해 10년 이상 무이자 보증금 대출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주거 불안정에 시달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사의 무분별한 전세대출이 전세사기의 빌미를 제공하는 만큼 앞으로 전세대출 보증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면 전세보증금이 여러 측면에서 위험해질 수 있음을 시장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보증이 있다는 이유로 금융사는 전세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유인이 약하고 임차인도 손쉽게 대출받을 수 있었는데 보증비율을 축소하면 전세대출을 줄이고 가계부채도 관리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유신 기자 / 박만원 기자 /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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