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빚 늘려 미래세대 착취해놓고 재정준칙 30개월 뭉갠 정치권
윤석열 대통령이 "방만한 지출로 감내할 수 없는 고통을 떠넘기는 것은 미래 세대에 대한 착취"라며 재정준칙 법안 통과를 국회에 요청했다. 국가채무가 1000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나온 대통령 발언을 정치권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가채무에 대한 이자가 올해 25조원을 포함해 향후 4년간 100조원이 넘는데, 이 부담을 미래 세대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재정준칙 논의가 시작된 것은 2020년 10월 문재인 정부 때로 이미 30개월이 지났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지난해 9월 '관리수지 적자 한도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되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할 경우 적자 한도를 GDP의 2%로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재정준칙 도입 방안이 발표됐지만, 국회는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올해 들어서도 여야는 재정준칙은 미뤄둔 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기준 완화안을 소위에서 통과시켜 총선용 야합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18일에는 기획재정위 소속 의원들이 재정준칙 시찰을 명분으로 유럽 출장길에 올랐는데, '뒷북 공부 쇼'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2019년 54조400억원이던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2020년 112조원으로 급증한 후 100조원대 안팎에 머물고 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50%에 달한다. 확장적 재정 운용의 여파로, 정부 수립 이후 70년간 쌓인 채무가 약 600조원이었는데, 지난 정권에서 늘어난 채무만 400조원에 달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야당은 사회적 경제법과 재정준칙을 함께 처리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나랏빚 급증에 일말의 책임감이라도 느낀다면 조건을 걸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재정준칙 도입은 국가채무와 적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신인도 향상에 도움이 된다. 38개 OECD 회원국 가운데 재정준칙을 도입한 적이 없는 나라는 한국와 튀르키예뿐이다. 출장을 떠난 의원들이 이 같은 현실을 똑똑히 보고 돌아와 재정준칙 법제화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무분별한 현금 살포와 포퓰리즘을 떨쳐내는 것 역시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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